감성지능 연구자 다니엘 골먼 박사

감성지능 연구자 다니엘 골먼 박사

아는 것을 실행하고 퍼뜨려라

브레인 31호
2013년 01월 15일 (화) 13:40
조회수17304
인쇄 링크복사 작게 크게
복사되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지능지수IQ (Intelligence quotient)를 통해 자신의 삶이 장차 어떻게 흘러갈지 미리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다. 즉, 자기가 앞으로 얼마나 똑똑하게 살아갈지를 IQ를 통해 내다볼 수 있으리라고 여겼다.

인생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얼마나 명쾌하게 해결할 수 있을지, 언어를 얼마나 빨리 배울 수 있을지, 문장의 맥락을 얼마나 제대로 간파할 수 있을지 등등을 말이다. 우리는 IQ를, 직업적인 삶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삶을 얼마나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1995(4328)년 다니엘 골먼Daniel Goleman이 《EQ 감성지능 : 감성지능은 왜 IQ보다 더 중요할까》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골먼은 1990(4323)년에 피터 샐로비Peter Salovey와 존 메이어John D.Mayer가 발표했던 ‘감성지능’이라는 글을 근거로 이 책을 썼다. 두 사람은 ‘감성지능’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감성지능이란 사회적 지능의 부분집합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것은 자신과 타인 사이에 오고가는 느낌이나 감정을 제대로 관찰하고, 잘 식별하여 자신의 사고나 행위를 통제할 수 있도록 정보로 활용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골먼은 자신의 책 《EQ 감성지능》에서 뇌 연구와 행동 연구를 통해 IQ가 높은 사람들이 왜 성공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며, 반대로 IQ가 낮은 사람들이 왜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두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는 이제껏 인생에서 IQ로 측정되는, 순전히 이성의 차원에 대해서만 지능의 가치와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해왔다.” 그가 제기하는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좋든 싫든, 지성은 감성에 의해 잘 통제되지 않으면 말짱 헛수고다.”


골먼의 이 책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1년 반 동안 올랐으며, 전 세계 30개 언어로 번역되어 5백만 부가 넘게 팔렸다. 골먼은 그 후로도 계속해서 감성지능 혹은 EQ가 직장, 인간관계, 교육, 리더십의 영역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하여 글을 썼다.

작년에는 환경 분야로도 관심을 돌려 《에코지능 : 미래 경제를 지배할 녹색 마인드》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골먼은 여전히 ‘감성지능’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으며, 《뇌와 감성지능 : 새로운 통찰》은 전자책으로도 출판되었다. 

브레인 월드(이하 브레인) 당신이 ‘감성지능’에 대해 처음으로 글을 쓴 지 어느새 15년이 지났다. 이제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감성지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감성지능이 가진 가장 핵심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다이엘골먼(이하 골먼)
감성지능이란 자신에 대한 조절력이자 자신의 인간관계에 대한 조절력이다. 

브레인 당신은 개인의 IQ 못지않게 ‘비인지적 지성(nonco­gnitive intelligence)’이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은 인식으로 아는 것과 느낌으로 아는 것이 일치하지 않을 때가 잦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두 가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며, 두 가지가 갈등을 빚으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골먼 감성지능은 우리 뇌 시스템의 여러 차원을 통합한다. 내가 《뇌와 감성지능 : 새로운 통찰》에서 쓴 것처럼 IQ가 주도하는 시스템과, 자기조절력이나 인간관계 기술이 좌지우지하는 시스템은 뇌 안에서 별도로 작동한다.

자기통제 기술에는 ‘인지적 무의식(cognitive unconscious)’이 포함되는데, 우리가 살면서 축적하는 정보 데이터에 대한 무의식적인 관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내가 사귀어온 사람들과 비교해서 이 사람은 결혼상대로 어떨까?”라든지 “지금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을 알아볼까?”와 같은 질문에 인지적인 능력만으로는 대답하기는 곤란하다.

삶에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을 모두 끌어와야 한다. 그리고 당신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성적으로는 ‘그 사람은 결혼상대로 아닌 것 같아’라고 판단하지만, 다른 모든 조건을 떠나 속마음으로는 ‘나는 그 사람이 좋아. 결혼하고 싶어’라고 느낄 수도 있다.

‘직장을 다른 곳으로 옮길까’와 같은 고민 역시 마찬가지다. 이직을 고려하는 회사의 객관적인 조건이 모두 좋지만, 왠지 기분이 내키지 않고 꺼림칙할 수 있다.


그때 우리는 자문한다. 어떤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할까? 정답은 바로 양쪽의 소리를 다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감感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무의식이 답을 주는 방식이다. 본능적인 감도 데이터이기 때문에 이성적인 데이터와 함께 종합해서 참고해야 한다.


뛰어난 성공을 거둔 기업가들이 어떤 식으로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해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이 연구에서 기업가들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 데이터의 대부분은 숫자로 이루어진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 기업가들은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자신의 추상적인 직감도 구체적인 데이터와 비슷한 무게를 실어서 참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뭔가 느낌이 좋지 않은 일은 결코 추진하지 않았다.      

브레인
감성지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충동이 일어날 때 한 발짝 물러나는 것이라고 했는데, 경제에서 그렇게 할 때의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은 무엇인가? 

골먼  이것은 근본적으로 편도에서 일어나는 충동을 전두엽에서 억제하는 능력에 관한 흥미로운 데이터다. 그러한 충동은 누군가를 때리고 싶다거나,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고 싶다거나, 느닷없이 뭔가가 먹고 싶다는 식으로 다가온다. 그런 본능적 충동이 일어날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효과가 있다.

성숙함의 정도는 ‘충동?과 ‘행동? 사이의 간격으로 정의할 수 있다. 뉴질랜드의 어느 도시에서 1세 이상의 모든 유아를 대상으로 3세부터 11세까지 매 2년마다 조사한 연구가 있었다. 그리고 32년 후에 다시 아이들을 추적하여 연구를 마무리했다.

그 결과, 갑작스러운 욕구를 충족시키지 않고 지연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아이들은 원래 자신이 속했던 가족 군이나 자신의 IQ 군에 속한 사람들보다 수입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건강 상태나 범죄 경력 유무에서도 마찬가지로 우위에 선 것으로 나타났다.

브레인 당
신은 감성지능을 북돋울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 어떻게 하고 있나?

골먼 
초·중·고등학교에서 ‘사회적 감성 학습?이라고 불리는 훌륭한 교육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시도는 원래 예일대학교에서 먼저 시작되었고, 일리노이대학교의 ‘CASEL(Collaborative for Academic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학교에서 사회적이고 감성적인 학습에 대한 협력)’이라고 불리는 단체의 의해 추진됐는데, 나도 그 단체의 공동설립자다.

우리 단체가 사회적으로 제기하는 주장은 교육을 통해 감성지능을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뉴질랜드에서의 연구 결과처럼, 감성지능이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기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라면, 어떻게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자기지각(self-awareness), 괴로운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 충동 조절, 공감(empathy) 능력, 협동심에 관한 가르침을 통합하여 수백 개의 커리큘럼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 커리큘럼들은 정규 교육 커리큘럼 입안자들에게도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 초에 아동 발달에 관해 메타분석을 한 중요한 심리학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CASEL의 교육을 이수한 아동과 그렇지 않은 아동을 합쳐 총 27만 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그 두 집단을 비교한 결과 CASEL 이수 아동들은 학교생활을 좋아하며 결석률이 낮아지는 등의 친사회적 행동이 10% 향상되고, 싸움이나 욕설, 폭력과 같은 반사회적 행동은 10% 완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측이 가장 필요로 했던 변화가 일어났으며 학업 성적도 11%나 향상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학교도 좋고, 학생도 좋은 진정한 ‘윈윈win-win효과’다.

브레인  당신은 성별의 차이와 감성지능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논한 바 있다. 감성지능의 견지에서 보면 성별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골먼  성 차이에 따른 행동방식을 말할 때는 순서가 있다. 먼저 통계적 관점에서 볼 때는 남성과 여성이 광범위하게 겹치는 정규분포를 보이는 ‘종형 곡선(bell curve : 통계에서 정상분포임을 나타내는 곡선)’을 보인다는 점이다. 평균적으로 대부분의 남성과 대부분의 여성은 능력의 상당 부분에서 비슷한 분포를 보인다. 그러나 일반적인 범위를 벗어난 극단적인 영역에서는 차이를 드러낸다.

감성지능에 있어서 남녀가 보이는 가장 큰 차이점은, 남성의 경우 타인에 공감하는 능력과 대인관계능력이 모자라는 아스퍼거 증후군(역자 주: Asperger Syndrom. AS증후군이라고 한다. 오스트리아 의사인 한스 아스퍼거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신경정신과적 장애다.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에게 더 많이 나타나며 발병률은 아동 10만 명당 5 ? 15명꼴 이다. 평균지능이 보통이거나 오히려 높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질환이며, 인지능력이나 운동능력이 평균치보다 떨어지기도 한다.)이 여성에 비해 많이 나타난다.

반면에 일부 여성들은 다른 사람의 느낌에 대해 이해하고, 생각하며, 인지하는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다. 이런 까닭에서, 전체적으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다(반드시 ‘인지적 공감'이라기보다는 ‘감성적 공감’이다). 또한 나는 그러한 메커니즘의 기저에는 뇌의 시스템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감성지능의 효과를 살펴보면, 단적으로 말해 비즈니스에서 보다 설득력을 갖게 되며 고객을 응대하는 데 더 능숙해질 수 있다. 이는 남성 상위 10% 영역과 여성 상위 10% 영역에서 차이를 없앤다.

즉, 남성도 여성만큼 잘 해내고, 여성도 남성만큼 잘 해낼 수 있다. 유일한 차이는 남성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감정을 좀더 잘 조절한다는 것인데, 그런 사람들은 한창 열을 올리는 와중에도 내면의 평정을 좀처럼 잃지 않는다.

브레인  그러니까 한창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자신의 감정적 반응의 극대화를 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인가? 

골먼 맞다. 괴로운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브레인  하버드 의대 예비과정 중에 당신은 교환학생으로 인도에 가서 연구를 한 적이 있다. 거기에서 고대 아시아 종교의 심리학과 명상 수행 체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했으며, 의사 과정에서 스트레스 자극의 조절에 대해서도 연구한 바 있다. 당신이 처음으로 출간한 책의 제목 역시 《명상 체험의 다양성》이다.

이 책은 후에 《명상하는 마음》으로 제목이 바뀌어 재출간되었다. 당신은 명상이 정서적인 건강과 육체적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가? 나아가 감성지능에도 중요한 작용을 한다고 생각하는가?

골먼  그렇다. 각양각색의 명상을 다각도로 연구한 엄청난 양의 연구 결과가 이미 존재한다. 명상은 우리에게 포괄적인 엄청난 혜택을 주는데, 그 까닭은 우리 의식이 인체가 회복 상태에 있을 때 기운을 되찾게 해주는 ‘부교감신경’ 상태로 들어가도록 유도해주기 때문이다.

명상을 하는 중에는 면역 시스템이 더욱 왕성해지며, 혈압이 내려가고, 면역 기능과 순환기 시스템이 모두 활성화된다. 반대로 교감신경 상태에 있으면 우리 의식은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 그대로 노출된다.


만약 날마다 명상을 한다면, 인체는 항상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일시적으로나마 벗어나게 되며, 언제든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는 상태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브레인  작년에 당신은 관심을 환경문제로 돌려 《에코지능 : 미래 경제를 지배할 녹색 마인드》라는 책을 썼다. ‘에코지능(Ecological Intelligence)’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골먼  나는 ‘에코지능’이라는 용어를, 인간이 자신의 생태계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하는 능력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원래 에코지능은 세계 곳곳의 원주민들이 매우 섬세하고 훌륭하게 영위하고 다듬어왔다.

그러나 ‘인류세(역자 주: Anthropocene, 네덜란드 화학자 크뤼천이 2000년에 처음 제안한 용어로서 새로운 지질시대의 개념이며, 인류로 인한 지구온난화 및 생태계 침범을 특징으로 하는 현재의 지질학적 시기를 말한다.)’라고 부르는 시기가 오자, 에코지능은 급격하게 무너지거나 무력해지고 말았다.


지질학자들은 산업혁명과 함께 이런 현상이 대두되었다고 말하며, 생명을 유지하는 지구 생태계가 단지 한 종의 활동에 의해 쇠락하는 역사상 처음 있는 사건으로 설명한다. 이처럼 에코지능이 몰락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우리가 하루도 쉬지 않고 하고 있는 건설산업, 에너지산업, 교통산업과 상업 시스템에 의한 부가효과들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구를 공격하는 불행한 부산물들을 끊임없이 양산하고 있는데, 우리가 이런 점들에 둔감해지도록 뇌에 시스템처럼 장착되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인류세에 대해 뇌신경에 일종의 ‘맹점’을 지녔는데, 이는 인간의 두뇌 시스템에 일어난 오류와도 같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 뇌의 편도는 앞선 지질학적 시대의 위협에 맞추어진 최적화된 경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현세現世(역자 주: Hohocene, 신생대 4기의 마지막 시대)에는 인간이 초원에서 옮겨 다니며 살거나 정글이나 동굴에 살아야 했으며, 그런 경험에서 학습된 생명에 대한 즉각적인 공포가 몸에 밸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어두운 밤에 숲에서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두려워하거나 올빼미 우는 소리를 무서워하도록 최적화되어 있다. 또 그런 조심성 덕분에 우리는 수십만 년 동안 살아남았다.


하지만 인류세에 들어와서 우리가 처한 위협은 그런 즉각적인 인지능력의 한계를 넘어섰다. 그 위협은 너무나도 커서 우리 뇌신경의 차원에서는 인지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는 지구가 보내는 경고에 대해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없다. 그것은 우리의 뇌 시스템이 포착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우리는 온갖 산업에서 비롯된 화학물질의 독성을 감지하지 못한다. 우리는 현 시대에서 인류가 직면한 실제적인 위협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브레인  당신도 휴대폰이 암을 일으키거나, 잠재적으로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위험성에 대해 자주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위험성이 내가 계속 휴대폰을 사용할 것이라는 사실을 바꾸지는 못한다. 내 인체세포가 암의 위협을 매우 먼 일로, 거의 비현실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내용이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이 맞는가?

골먼  그렇다. 인간에게 휴대폰이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해도, 그러한 사실이 인간으로 하여금, 마치 곰이 눈앞에서 달려들 때처럼 본능적인 두려움에 휩싸여  어떤 즉각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다른 무엇보다도 일단 그 위험성이 너무나도 먼 나라 얘기로만 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휴대폰으로 인해 암에 걸리려면 수십 년은 걸릴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둘러대기 마련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우리 인체에는 그런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 너무 멀고 인지하기 어려운 위험에 대해서 ‘뇌의 경고 시스템’을 작동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는 우리가 탄소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과도 같다. 지구의 경고는 끔찍하지만 우리는 “와, 오늘 날씨가 정말 끝내주는구나!”라고 말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세계 각국의 대응 방식 역시 마찬가지다.

탄소 문제 등 환경 문제가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각국의 정부들이 현실적인 어려움을 내세우며 연합하여 대처하지 못하는 까닭은, 그 문제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이러한 환경에 잘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진화하지는 못했다.

브레인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골먼  앞서 말한 책 《에코지능》에서 나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제안했다. 우리는 인체에 새로운 정보 체계를 갖출 수 있다. 말하자면 우리 뇌에 새로운 정보라는 ‘데이터 인공기관(Data Prosthetic)’을 이식하는 것이다.

그것은 ‘산업생태학(Industrial Ecology)’이라고 불리는 신과학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 산업생태학의 견지에서 특정 상품이 순환하는 동안 전체적인 환경적 건강과 사회적 영향을 분석하여 상품을 살펴보고 구입하며 분석할 수 있다. 상품의 생산에서부터 유통, 폐기에 이르기까지 순환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전과정 평가(Life-cycle Assessment)’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유리잔 하나도, 생산에서 폐기까지를 여러 단계로 구분하여 관리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친환경적이라고 여기는 유리 제품도, 모래에 화학물질을 섞어 혼합한 후 다른 화학물질과 함께 섭씨 2천 도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구워서 만든다.

‘전과정 평가’에서는 상품의 라이프사이클을 총체적으로 살펴 유리잔이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마침내 다른 무엇인가가 되었을 때를 ‘끝’으로 여기며, 이를 통해 우리는 유리잔 하나와 다른 하나를 비교하거나, 아이패드 하나를 다른 유사한 상품과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새로운 기준을 통해 우리는 인류세에서 현실적으로 중요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으며, 우리의 개인적인 결정이 가지는 실제적인 중요함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통해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으며, 겉으로는 환경친화적으로 포장되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물건을 구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기업은, 자사가 생산하는 상품을 환경친화적으로 개선하지 않을 수 없는 경영상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상품을 구입하는 것에서부터 시장에서의 힘을 체계적으로 행사한다면, 차츰 기업들 스스로가 자기네 상품의 라이프사이클을 조사하고 더 나은 대안을 지속적으로 찾는 선순환의 고리가 정착되어 나가리라고 생각한다. 이는 인류가 당면한 환경적인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멋진 비전이다. 왜냐하면 인류세의 위기를 가져온 인간의 행위는, 그 출발점이 상업 활동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체계적인 힘을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현 상태에 브레이크를 걸고,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으로 인류의 문화를 전환하는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소비자가 시장에서 갖는 영향력을 좀더 지혜롭게 사용한다면, 인류의 문화를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유도해나갈 수 있다.

지금 인류가 누리는 모든 것들은 공룡시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유산이다. 하지만 인류가 누려온 모든 것들이 앞으로 과연 어떻게 될지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세상을 다루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기업들도 그런 변화에 동참해야만 돈을 벌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브레인  지속가능한 환경에 기여하는 ‘녹색시장’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세 가지로 요약해 달라.  

골먼 첫 번째는 지금 사려는 상품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고자 노력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러한 관점을 가지고 물건을 구입하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말하고, 이런 정보를 모든 사람들에게 퍼뜨리라는 것이다.

글·제프 리벨 Jeff Leavell | 번역·구승준 wcandy@empas.com
이 기사는 국제뇌교육협회(IBREA)가 발행하는 영문 계간지 <Brain World>와 기사 제휴를 통해 본지에 게재함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