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리포트] 수면 채널 유튜버에서 수면코칭 전문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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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재성 에스옴니 대표,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 여행’ 운영자

브레인 102호
2023년 12월 05일 (화)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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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채널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 여행'


구독자 69만 명, 누적 조회수 1억 4천만 뷰에 이르는 수면 전문 유튜브 채널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 여행’. 수면 문제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방문했을 이 채널을 2018년부터 운영해 온 유재성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수면 전문가이다.

수면 문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방송에서부터 수면 관련 기업 자문, 수면 관련 행사 등에 빠짐없이 초청받는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던 그가 지난해 돌연 유학길에 올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에서 수면코칭 국제공인 자격을 취득한 데 이어 올해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의과대학 수면의학대학원에 진학했다.

수면 전문회사 ‘에스옴니’도 창업했다. 최근 유 대표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영국 옥스퍼드마음챙김재단 샤론 대표, 국제성모병원 수면의학연구소장 김혜윤 교수, 분당차병원 기억력센터 신정원 교수는 에스옴니와의 공동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외 전문가들이다.

수면 문제 개선을 위한 모바일 앱 출시를 앞둔 유재성 대표를 만났다.
 

▲ 유재성 대표


Q. 꿀잠 자고 싶은 분들이 가장 많이 찾는 유튜브 채널을 6년 가까이 운영하면서 수면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수면 문제에 대해 병원에서는 인지행동치료를 중심으로 보통 8~12주 훈련과정을 갖도록 합니다. 기간이 짧지 않다 보니 환자 입장에서는 실행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많이 하고, 그 점 때문에 치료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는 것은 수면산업인데, 수면 개선에 도움을 주는 제품 중심이다 보니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측정하기가 어렵죠. 그럼에도 수면산업 분야의 업체들은 계속 제품을 만들어내고, 병원에서는 디지털 치료제까지 개발하고 있어요. 이 역시 인지행동치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손쉽게 사용하기까지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정작 많은 사람이 겪는 수면 문제의 공통적인 원인은 심리적 스트레스와 생활습관입니다. 이는 제 유튜브 채널에 오른 3만 6천 개의 댓글을 빅데이터로 분석하고 여러 설문을 진행해보며 내린 결론이에요. 너무 당연하고 교과서에도 나오는 얘기죠.

사람들이 잠을 못 자는 것은 단지 더 좋은 치료제가 없어서거나 더 혁신적인 제품이 없어서가 아니라, 당장 생활에 문제가 있고 마음에 문제가 있음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수면 문제에 관한 인식과 접근법이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죠.
 

Q. 정신적 스트레스과 생활습관에 초점을 맞춰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일상 영역과 치료 영역의 차이가 아직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답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게 됐고, 곧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일상생활 데이터를 파악하고, 심리적 스트레스와 생활습관의 불규칙성 같은 것을 체크해서 AI 학습을 통해 맞춤 가이드를 제시하는 방식이에요. AI가 수면 관리를 해주는 것이죠. 에스옴니를 세운 이유도 현대인의 수면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 하버드의대 메사츄세츠종합병원 심신의학 코스


Q. 이미 수면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인데, 다시금 공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과학을 좋아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생명에 대한 것이 너무 궁금해서 대학에서 의생명과학을 전공했어요. 이 분야의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던 시기가 꽤 길었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기초 과학이 아닌 실용적인 영역에서 사람들에게 도움되는 것을 해보자는 마음이 생겨 콘텐츠 사업 분야에 뛰어들었지요. 하지만 또 실용적인 것을 계속 추구하다 보니까 본래 갖고 있던 공부에 대한 갈증이 다시 올라오는 거예요.

수면에 대해 더 깊게 들어가고 싶고, 내가 하는 이 일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검증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다시 과학이라는 도구를 잡았습니다. 

과학적 방법론을 토대로 연구하고 탐구하는 것이 저의 주된 관심사예요. 미국에서 수면코칭 자격을 취득하고, 지금은 영국 옥스퍼드 수면의학대학원에서 수면의학을 공부하면서 더 진정성 있게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수면 분야 전문의와는 다른, 한국에는 아직 없는 수면 전문가의 길을 선택한 거군요.

사실 수면 문제의 전문가는 의사이죠. 그런데 지금부터 공부해서 수면 전문의가 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저는 일상의 영역에서 실질적인 접근을 하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에 수면코칭 과정에 관심을 가졌어요. 수면산업은 영미권과 유럽에서 훨씬 일찍부터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수면 컨설턴트나 수면 코치들의 활동사례를 조사해보다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수면코칭 양성 기관을 발견하게 됐어요. 코칭 과정을 공부하고 자격을 취득하기까지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사례분석 수업에서 실제 사람들을 대상으로 분석지도하고 슈퍼비전 역할도 하면서 수면코칭이라는 영역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하버드의대와 메사추세츠종합병원이 운영하는 심신의학 코스를 발견했어요. 수면 분야의 세계적인 선구자로 알려진 허버트 벤슨 교수가 직접 개설한 과정이라 이건 무조건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다짜고짜 미국에 가서 심신의학 코스에 참가했고, 그곳에서 만난 코치들과 소통하며 동기부여를 많이 받았습니다.
 

▲ 하버드의대 메사츄세츠종합병원 심신의학 코스


Q. 최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 옥스퍼드마음챙김재단 대표가 출연한 것을 봤어요. 만남이 어떻게 이뤄졌나요?
 

영국은 수면 연구 분야에서 앞선 국가예요. 옥스퍼드대학과 연결되어 있는 기관 중에 옥스퍼드마음챙김재단이 있었어요. 이 재단이 옥스퍼드대학과 함께 마음챙김 기반의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우울증 치료제로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존 인지행동치료보다 더 나은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된 8주짜리 프로그램을 직접 들어보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불면증 치료 버전으로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연락해 한국으로 어렵게 초청했습니다. 재단 대표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만 5~6개월이 걸렸고, 마침내 합의점을 찾아 연구개발 협력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Q. 미국과 영국에서는 수면 문제에 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고, 어떻게 접근하나요?

제가 현지인이 아니어서 정확히 모를 수 있지만, 수면에 대해 매우 다양한 의학적 접근이 있었습니다. 생활습관의학, 명상의학, 심신의학 등 다양했고, 수면 산업의 양상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간다고 느꼈어요.

미국에서도 침구산업의 규모가 엄청나게 큽니다. 디지털 치료제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빨리 만들어졌고. 하지만 치료적 면에서는 일상으로 많이 내려왔다는 걸 느꼈어요. 마음챙김이나 수면코칭 같은 것들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개선효과를 얻게 하는지에 관한 연구들도 적지 않고 실제로 잘 운영되고 있었어요.

영국의 경우는 ‘IAPT(Improving Access to Psychological Therapies)의 Stepped Care Model’이라고 해서 건강 관련 전문가들을 세분화해 서로의 영역을 정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전문가 사이의 협력 모델을 만들어 놓았지요. 

이 분야가 의료와 일반 영역의 구분이 애매하다 보니 영역 다툼이 생길 수 있어 애초에 제도적인 협력체계를 만든 것이죠. 중증 이상의 심각한 경우는 임상 전문가들이 맡고, 그 아래 단계는 일정 수준의 교육과 훈련을 받은 코치들이 활동할 수 있게 합니다. 이런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도화하는 노력이 영국, 유럽, 호주 등지에서는 활발합니다.
 

▲ 영국 옥스퍼드의대 수면의학대학원 수업


Q. 수면 코치와 의사의 협력은 어떻게 이뤄집니까?
 

예를 들어 인지행동치료의 경우, 환자가 8주나 12주를 어떻게 기다려요. 당장 오늘 잠을 못 자는데. 그래서 많은 환자가 1~2주 안에 이탈된다고 해요. 그런데 수면코치가 함께 관리해주면 환자의 적응률이 높아져 개선효과가 올라갈 수 있죠.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의 이탈을 막을 수 있고, 국가적으로는 국민의 건강 증진과 함께 의료보험 비용이 감소하는 이점이 있어요. 어느 한쪽에서 자기 영역을 넓히려고 하다 보면 균형이 깨지죠.

미국은 HR(인적자원) 분야의 코칭 시장이 워낙 크니 수면코칭도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됐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래서 수면코칭 분야의 자격증이나 관련 기관들이 앞으로 더 많이 생겨날 거라고 봅니다. 지금은 라이프 코치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수면 영역까지 같이 다뤄요.

미국에도 하버드 의대 부속 코칭연구소가 있는데, 연구소 설립자가 오랫동안 코칭 활동을 해온 마스터 코치예요. 그분이 하버드 의대에서 ‘의사들의 의사’라고 불리는데, 의사들의 정신건강과 번아웃 등을 케어하고 코칭하시죠.

헬스케어 영역에서 일하는 전문가들도 정신건강 문제를 겪기 때문에 의사들을 누가 관리할 것이냐 했을 때 결국 코치가 의사들을 관리하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의사도 한 분야의 전문가이기 이전에 안온한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한 사람이니까요.
 

Q. 영국은 날씨 때문에 불면증이 많고 그래서 일찍이 수면에 관한 연구가 이뤄졌다고 하는데, 영국 유학은 어떻게 결심하게 됐습니까?

미국에서 1년 반 기간의 수면코칭 과정을 마치고 의사들과 협력하는 과정에 들어갔을 때 의학적 베이스가 약하니까 결국 아카데믹 영역을 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옥스퍼드 의대를 찾아간 거죠.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가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제가 현재 소속된 학과의 교수님이 직접 만드신 거예요. 저 역시 솔루션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최고의 연구자에게 배우자고 마음먹고 영어 시험부터 약 2년 정도 준비해 운 좋게 입학하게 됐습니다.
 

▲ 영국심리학회 공인 마음챙김 티처트레이닝 코스


Q. 솔루션 개발에 한국식 명상법을 적용할 계획도 있나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일단 모든 방법론에는 저마다의 한계가 있게 마련인데, 학술적 근거가 쌓인 방법이라면 실용 영역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사용될 수 있도록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좀 있습니다.

모두에게 맞지는 않겠지만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테니까요. 특히 한국은 영미권의 콘텐츠가 들어오더라도 바로 현지화하기 어려운 나라 중 하나입니다. 
워낙 감수성도 풍부하고 우리만의 고유한 시각과 문화가 있기 때문이죠. 한국에 맞는 수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면 매우 의미 있을 듯합니다.
 

Q. 한국형 수면코칭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에서 명상 분야의 대표 기업인 ‘헤드스페이스’, ‘캄’ 같은 세계적인 서비스가 우리나라는 쉽사리 뚫지 못하고 있죠. 

미국의 헬스케어 시장을 선도하는 ‘눔’ 대표도 한국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캄, 헤드스페이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에요. 세계적으로 성공한 서비스가 한국에서는 로컬화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볼 때 한국의 문화가 조금 다른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저도 우리나라에서는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서 해외로 나간 것인데, 우리나라에 맞는 방식을 찾는 것이 숙제입니다. 결국 수면에 대한 인식 개선부터 시작해야 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Q. 우리나라는 수면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하나인데, 의학적 치료에만 너무 치우쳐 있지 않나요?

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설문조사를 해보면 불면증이 중등도 이상으로 심해도 ASMR이나 수면 음악을 듣고 멜라토닌 영양제 같은 것을 구해서 먹는 정도인 경우가 많아요. 진짜 뼈저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면 병원에 잘가지 않죠. 

국내 수면코칭 영역에서 제가 최초는 아니에요. 이전에 시도가 있었지만 의료적 베이스나 연구자적 마인드 문제로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수면에 관해 얘기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을 때와는 달리 이제는 수면 전문의들이 직접 유튜브를 하는 시대거든요.
 

Q. 우리나라에는 두뇌 훈련 분야의 국가공인 자격인 브레인트레이너가 있습니다. 수면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화 과정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다고 보세요?

수면은 뇌가 주관하는 영역이라고 봐도 무관하잖아요. 물론 아직은 수면이라는 영역이 과학적으로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는 수면 문제를 가시화할 수 있는 좋은 연결고리라고 생각합니다. 

수면다원검사도 결국 뇌를 측정하는 것인데, 지금 상용화되고 있는 뇌파 기기들도 좀 더 고도화가 이루어지면 수면상태를 개선하고 실질적인 행동을 교정하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Q. 에스옴니의 경영 비전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인 비전으로 대신 얘기해본다면, 저는 사람들이 겪는 본질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건강지표들과 연결된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수면을 잡고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근본적으로 인간 가치에 대한 영역으로 확장해가고 싶습니다. 

몸과 마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삶의 문제까지 해법을 찾도록 돕는 일. 그러자면 당장 건강을 개선하는 것부터 필요하죠. 수면 관리를 통해 정신건강을 돌보고, 정신건강 관리를 통해 삶 전반을 돌보는 데까지 나아가도록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요. 회사 역시 이 방향으로 나아갈 겁니다.

정리_장래혁 | 사진 제공_에스옴니 s-omn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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