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냄새?
영유아기가 두뇌발달의 골든타임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왜 골든타임이라고 할까요? 골든타임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영유아기를 두뇌 발달의 골든타임이라고 하는 이유는 뇌세포 간의 연결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뇌세포 간의 신경망은 자극과 경험에 의해 연결됩니다. 따라서 영유아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풍부한 오감 자극과 다양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일상 경험이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보면 시각·청각·미각·촉각에 비해 유독 후각 자극이 미흡함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부모에게 자녀가 좋아하는 캐릭터나 노래, 간식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바로 답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좋아하는 냄새에 관해 물으면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죠. 냄새에 관해서는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후각 자극은 감정과 기억 작용에 즉각 관여한다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시각·청각·미각·촉각 자극은 뇌의 시상 부위를 거쳐 각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전달되는 것에 비해, 후각 자극은 시상을 거치지 않고 즉각적으로 감정을 담당하는 영역인 변연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곧 후각 자극을 통해 감정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죠. 감정뿐 아니라 기억을 회상하는 데도 후각 자극이 다른 자극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오이 비누 냄새를 맡으면 항상 첫사랑이 떠오른다고 하더군요.
또한 후각 자극은 변연계뿐 아니라 뇌의 통합적인 신경회로를 연결하는 데도 주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통합적인 신경회로를 연결한다’는 것의 의미를 어떤 자극에 적절히 반응하는 상태라고 이해해도 좋을 듯합니다. 자극에 적절히 반응한다는 것은 예를 들면 이런 것이죠.
자고 있을 때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엄마의 뇌는 청각피질뿐 아니라 정서나 행동을 유도하는 영역까지 활성화해 곧바로 잠에서 깨어나 아이를 살피러 갑니다. 그런데 아빠의 뇌는 청각피질만 활성화해 울음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그다음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실험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치매 환자의 경우에는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놓은 것을 기억하지 못해 냄비를 태운다고 생각하지만, 뇌의 활동성이 둔해지면서 후각 기능이 떨어져 타는 냄새를 맡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 있습니다.
냄새의 화학 성분이 피부를 통해 흡수돼 체내에 쌓이는 문제
영유아기의 후각 자극은 뇌세포 간의 통합적 신경망 연결을 원활하게 하고, 감정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긍정적인 자극 경험이 됩니다. 사실 우리는 일상생활 중에 의도하지 않아도 후각 자극을 계속 경험하죠. 아침에 눈을 뜬 직후부터 갖가지 냄새에 노출됩니다. 샤워하면서 샴푸와 비누 냄새를 맡고, 얼굴에 스킨과 로션을 바를 때도 냄새를 의식합니다. 옷을 입을 때 섬유유연제 냄새가 풍기고, 아침 식사를 하면서 커피향을 음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냄새 입자가 콧속의 점막을 통해 흡수되는 것이므로 샴푸나 로션, 섬유유연제의 냄새 입자가 우리의 피부를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온다는 사실입니다.
아이의 먹을거리에 주의를 기울이는 만큼,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물질에 관심을 갖고 계신가요? 뱀독을 먹는 것보다 독사에 물릴 때 더 치명적이고, 약을 먹는 것보다 주사를 맞는 게 더 효과가 빠른 것처럼, 소화계를 통해 흡수되는 물질보다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성분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우리 몸은 자연의 일부이므로 자연에서 유래한 성분은 몸에 흡수되더라도 자연스럽게 배출되는 반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화학 성분은 몸 안에 축적되기 쉽습니다. 특히 피부를 통해 흡수된 성분 가운데 90퍼센트가 체내에 축적된다고 하는데, 이러한 물질은 주로 지방층에 많이 쌓입니다.
아로마 에션셜오일을 활용한 ‘향기로운 인성놀이’
해가 갈수록 아이들에게 아토피나 비염 알러지 반응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이렇게 축적된 체내 화학물질이 모체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정서 안정과 감정조절, 통합적 뇌회로 연결을 위한 후각 자극은 반드시 100퍼센트 천연 성분을 이용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면 아로마 에센셜오일 같은 것이죠.
제가 아로마 에센셜오일을 활용해서 개발한 ‘향기로운 인성놀이’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아이들이 아침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등원하면 교사가 아로마 에션셜오일을 활용해 아이들에게 좋은 냄새를 맡게 합니다. 향기를 통해 자신의 감각을 느끼고 정서를 안정시키기 위함이죠. 좋은 향기 속에서 신체·정서·인지를 통합하는 다양한 놀이를 이어갑니다.
아이들이 이러한 활동에 익숙해지면, 교실에서 놀다가 기분이 상했을 때 스스로 향기를 맡고, 화가 난 친구에게 향기를 맡고 오라고 하기도 합니다. 향기를 맡으면 기분이 달라진다는 것을 아이들이 체험으로 아는 것이죠. 때로는 선생님에게 아로마오일을 가져다주며 맡아보라고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 눈에 선생님이 조금 지쳐 보였던 걸까요?
아이가 집에 가서 부모님에게 “오늘 향기놀이를 했는데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고 표현해서 부모님이 어떤 수업인지 궁금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네 살 남자아이가 걱정을 덜어주는 향기를 엄마에게 선물해 달라고 부탁해온 것도 기억에 남는 일화입니다. 6세 반 아이들이 바깥 놀이 시간에 친구들과 다툼이 일어날 수 있으니 아로마오일을 챙겨가고 싶다고 하기도 했답니다.
이처럼 감각이 발달하는 단계인 영유아기에 정서를 안정시키고 감정 조절력을 기르는 데 향기 자극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글_이은정 키즈뇌교육 수석연구원.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