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5일 전까지 내 삶은 폭풍우 같았다. 휘몰아치는 환경에 이리저리 끌려다녔다. 바쁜 일정 속에서 내 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그저 마음의 속도와 호기심의 욕구에 따라 내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을 바꾸는 커다란 사고를 맞이했다. 곁에서 함께 이야기하던 동료가 세상을 떠나고, 나는 척추가 골절되고 제대로 걸을 수도 없게 되었다. 몸은 망가지고, 삶도 망가졌다.
- 염두연 《사랑하는 나의 몸에게》 중에서
▲ 나봄심리상담연구소 염두연 소장 [사진=전은애 기자]
나봄심리상담연구소 염두연 소장은 20년 넘게 상담사, 사회복지사, 코칭 전문가로 바쁘게 살았다. 2019년 대형 교통사고 이후, 몸과 마음에 대한 관점이 전환되면서 이 과정을 글로 정리해 《사랑하는 나의 몸에게》, 《불안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2권의 책을 출간했다.
매일 아침 자신만의 브레인트레이닝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해 심리상담가로 인간 존재의 내면을 탐구하는 글을 쓰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염두연 소장을 만났다.
Q. 현재 하는 일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하루는 몸에서 시작합니다. 걷기와 호흡, 작은 움직임으로 몸의 감각을 깨운 후, 흘러드는 생각의 실마리를 따라 글을 씁니다.
독서 중에 만나는 한 문장, 산책 중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글쓰기의 씨앗이 됩니다. 그렇게 ‘불안’, ‘몸’, ‘관계’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인간의 회복에 대해 사유하고, 이를 글과 강의, 프로그램으로 풀어냅니다.
20년 넘게 교육과 상담 현장을 누비며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의집중’, ‘호흡’, ‘자기 대화’ 같은 뇌기반 루틴이 일상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불안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저서를 출간하고, 이를 바탕으로 워크북과 1분 실천 루틴 콘텐츠를 개발해 누구나 ‘지금 여기서’ 자신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Q. 책에 "불안은 삶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언어"라고 말했는데요. 불안을 주제로 책을 쓰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2019년 교통사고로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했어요. 퇴원 후에도 심장내과, 순환기 내과, 신경정신과를 오가며 2년 정도 통원 치료를 했습니다. 초기에는 빠르게 좋아졌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는 정체기가 오더라고요. 예전처럼 원하는 만큼 활동할 수 없는 것에, 이렇게 노력해도 더 이상 좋아지지 않으니 우울과 불안, 무기력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사고 전 무기력증에 빠진 사람들을 코칭하고 도왔듯이, 내가 내 몸의 1차 치료자가 되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묻고, 내면을 성찰하고 자료를 모으면서 불안이라는 감정이 삶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언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책으로 정리했습니다.
▲ 염두연 소장이 지난 8월 출간한 저서. <불안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Q. 내가 내 몸의 1차 치료자가 되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나요?
유아교육, 사회복지학, 심리상담 등 여러 분야를 공부했습니다. '생각'에 대해서 충분히 공부하여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몸은 언제나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라올 거라고 착각했던 거죠. 사고 후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몸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브레인트레이너 교육에서 배운 브레인트레이닝을 시작했습니다. 좌우뇌를 활성화하는 뇌체조, 기마자세로 버티기, 호흡과 명상은 지금까지도 매일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작고 반복적인 루틴이 신경계와 마음을 어떻게 회복시키는지 온몸으로 체험했습니다. 그 경험은 저에게 단순한 회복을 넘어, 제 연구와 실천을 ‘삶의 기술’로 체계화하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Q. 브레인트레이너 자격은 어떻게 취득하게 됐나요?
2014년 중장년 아카데미에서 ‘브레인’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습니다. 당시 저는 교육과 상담 현장을 오가며 사람들의 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뇌과학은 그 이론과 몸으로 체화하는 훈련의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강사과정과 스마트브레인 상담 이론·실습까지 수료하며 뇌기반 프로그램을 상담과 코칭에 적용했습니다. 수많은 내담자의 사례를 통해 ‘주의 전환’, ‘신체 감각 조절’, ‘회복적 대화’를 통합한 맞춤형 루틴을 만들어갔습니다. 브레인트레이너 자격은 출발점이었고, 진짜 공부는 삶을 살아내는 과정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Q. 상담과 코칭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을까요?
한 내담자는 만성 불안과 수면장애로 힘들어했습니다. 그에게 저는 3분 루틴—1분 깊은 호흡, 30초 근육 이완, 그리고 한 문장 자기 대화—을 권했습니다. 3주 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불안이 사라진 건 아닌데, 이제 내가 방향키를 잡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 말이 제 일을 요약해 줍니다. 저는 완치를 약속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사람이 자기 삶의 ‘주도권’을 다시 잡도록 돕습니다.
또 다른 내담자는 고정관념과 자기 비난에 갇혀 있었습니다. 저는 그와 함께 좌우뇌 교차운동과 즉흥 춤을 시도했고, 그는 “몸이 바뀌니 사고의 탄력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회복은 일정 단계에 도달하는 게 아닌 균형을 찾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 균형을 일상에서 되찾도록 도와주는 안내자입니다.
▲ 그룹 상담 및 코칭 모습 [사진=본인 제공]
Q. 교통사고 이후 제2의 인생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꿈이 궁금합니다.
우선 내년에 불안·몸·관계라는 주제 아래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1일 10분 루틴’을 워크북과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여 보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글쓰기와 뇌기반 루틴을 접목한 ‘회복형 글쓰기’ 수업을 통해 감정의 언어화와 자기 돌봄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효성을 검증해 디지털 기반의 ‘회복 에듀테크’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제 목표는 '오늘의 불안에도 삶은 자란다'는 사실을 모든 이가 몸으로 체험하고, 자신만의 루틴을 찾아 그것이 곧 삶이 되도록 돕고 싶습니다.
글, 사진_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