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누나가 7개월 된 동생을 너무 괴롭힙니다. 엄마가 보는 데서는 동생을 예뻐하는 척하다가 엄마가 없는 곳에서는 동생을 때리고 밀치고 할퀴고, 동생이 먹던 우유병까지 빼앗아 쓰레기통에 버릴 정도입니다. 누나가 가까이 다가오기만 해도 작은 아이는 자지러집니다. 어느새 누나가 두려운 존재로 인식된 듯합니다. 큰 아이가 작은 아이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막아보지만 늘 작은 아이 곁에 붙어있을 수 없는 상황이니 큰 아이로부터 작은 아이를 어떻게 보호해야할지,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지 참으로 답답하기만 합니다.”
▲ 동생에게 질투를 느끼는 큰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면서 허용되지 않은 행동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주되, 다정한 태도로,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훈육을 할 필요가 있다. <사진=Pixabay 이미지>
동생이 태어난 후 첫째가 둘째에게 보이는 전형적인 질투심을 표현한 사례이다. 질투는 배우자에게 새로운 애인이 나타났다거나 절친한 단짝친구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든가 할 때 일어나는 본능적인 감정이다. 경쟁자가 나의 소중한 관계를 위협한다고 생각할 때 고개를 드는 감정이 바로 질투이다.
질투는 형제간에도 일어난다. 특히, 동생의 탄생은 첫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큰 충격이며 스트레스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폐위된 왕’의 심리로 표현하기도 한다. 자신보다 더 어리고 더 많은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동생이 태어났다는 것, 동생의 출생 후부터 부모의 모든 사랑은 동생이 차지하게 되면서 첫째에게 동생은 얄미운 존재가 된다. 이때 첫 아이의 상실감과 좌절감은 동생을 괴롭히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최근 캘리포니아 대학의 Karen Bales박사 연구팀은 질투의 감정을 신경생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들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 있는 티티원숭이들을 대상으로 질투의 감정을 연구하였다. 이 원숭이들은 성체가 되면 강한 배우자 결합을 유지하고 파트너와 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한다. 이들은 짝을 보호하는 행동을 보이고, 떨어져 있으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마치 사람에서의 연인관계와 같다.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암컷 원숭이가 낯선 수컷 원숭이와 같이 있도록 배치해 수컷 원숭이들의 질투심을 유발했다. 또 질투심이 없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다른 날에는 낯선 암컷이 낯선 수컷과 같이 있도록 했다. 수컷 티티원숭이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질투심을 나타내는데, 짝을 이룬 암컷이 낯선 수컷과 교류하는 것을 육체적으로 막기까지 한다. 30분 동안 이런 상황을 관찰하며 수컷의 행동을 촬영한 뒤 각각의 조건에서 뇌의 어느 영역이 활성화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뇌 스캔을 실시하였고 다양한 호르몬 수치를 측정했다.
연구결과, 질투상태의 두뇌에서 사회적 고통 및 배우자 간의 유대관계와 관련된 두뇌영역인 대상엽과 외측 중격의 활동이 증가하였으며, 질투심을 가진 수컷은 테스토스테론과 코티솔 수치가 올라가면서 호르몬 변화도 나타냈다. 낯선 수컷 옆에 있는 자신의 짝을 바라보면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던 수컷들은 사회적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지표인 코티솔 수치가 가장 높았다.
이러한 연구결과들로 짐작하건데, 동생이 태어난 첫째의 두뇌는 스트레스 호르몬과 공격 호르몬의 지배를 받아 행복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형제간 질투와 갈등을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형제간의 갈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자. 형제는 근본적으로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나누어 가져야하는 운명이다. 형제간 갈등은 정상적인 과정으로, 사회의 축소판을 형제관계를 통해 미리 경험하게 한다. 누군가는 더 사랑을 받고, 누군가는 덜 사랑받는다. 이는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삶의 과정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해결하는 과정, 싸움을 하면서 감정을 조절하는 과정,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읽어줄 필요가 있다.
“엄마 아빠가 동생만 사랑하는 것 같아 섭섭했구나. 동생이 네 장난감을 망가뜨려서 동생에게 화가 났구나”, “동생이 아직 어려 더 많은 보살핌을 받고 있지만, 엄마 아빠는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 “화가 나는 건 알지만, 그래도 동생을 다치게 하는 건 안 돼.”
무엇보다도 큰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면서 허용되지 않은 행동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주되, 다정한 태도로,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훈육을 할 필요가 있다.
결국, 질투는 부모의 사랑을 받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이기 때문에, 큰아이로 하여금 엄마 아빠는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면 문제가 해결된다. 부모가 동생을 사랑하지만 나에게 오는 사랑의 양이 여전히 줄어들지 않았음을 느낀다면, 큰 아이는 푸근한 마음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동생에게 부모와 함께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큰 아이와 보내는 시간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아이와 매일 최소한 30분이라도 온전히 집중하고 충분히 놀아주자.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고 베게싸움이나 펀치놀이 등 거친 놀이를 통해 공격성을 표출하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짧지만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이 특별한 시간을 통해 인정받고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한다면 큰 아이는 따뜻한 눈길로 동생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오주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