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교육 코칭] 애착 형성에 관여하는 옥시토신의 위력

뇌교육 코칭

브레인 110호
2025년 05월 09일 (금)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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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과 교육에는 정답이 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아이를 양육하는 보호자와 교육자들은 늘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질문합니다.
아이에 대한 관심이 클수록 고민과 질문도 깊어지죠.
그에 관해 유아 뇌교육 전문가가 도움말을 드립니다. 
 

▲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Q. 아홉 살인 아이가 불안을 많이 느끼고 감정 조절을 잘 하지 못합니다. 저 자신이 예민한 사람이어서일까요?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뇌 발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은 정서적 안정감  

뇌는 감각을 통해 외부 자극을 수용하고 의미를 해석하며 환경에 적응하게 합니다. 기본적으로 뇌는 유전자적 프로그램에 따라 만들어지지만, 환경의 영향에 따른 뉴런 연결을 통해 발달하죠. 우리 뇌는 생후 24개월이면 성인 뇌의 약 80퍼센트에 이르는 정도로 빠르게 발달합니다. 뇌의 발달 속도가 느려지기 전에 뇌에 새겨져야 할 가장 중요한 경험 정보는 정서적 안정감입니다. 

정서적 안정감은 안정적인 애착 형성에서 옵니다. 뇌의 신경망은 유전과 환경이 함께 상호작용하며 만들어집니다. 뇌의 발달에 유전과 환경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 하기 어려울 만큼 둘 다 중요한 요소입니다. 뇌의 축삭과 가지돌기가 정확한 지점으로 자라도록 유도하는 것은 유전자의 영향이지만, 성장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고유한 뇌회로를 만들어갑니다. 또한 우리 뇌는 가소성이 있어서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애착 관계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식물의 씨앗을 뿌린 후 물과 영양분을 공급해야 싹을 틔우듯, 뇌도 발달 과정에서 시기에 따라 꼭 주어져야 하는 경험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 눈의 시각 경험이 4개월 이내에 주어지지 않으면 거리 지각 획득이 안 되고, 5세가 넘어가면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것이 어려워지며, 특히 5세 이후의 모국어 습득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집니다. 또한, 생후 1년 동안 안정 애착을 경험하지 못하면 불안정 애착 상태를 형성하게 되고, 이로 인해 평생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뇌 발달 과정에서 최적의 시기는 언제일까요? 생후 1년까지 운동 발달, 정서적 조절, 시각 발달, 애착 형성, 암묵적 기억, 어휘 등이 발달합니다. 생후 1년부터 2년까지 논리, 수학, 시간의 기초적 개념(곧, 밥 먹은 후 등)이 발달합니다. 생후 2년부터 3년까지 음악, 분리와 개별화, 대상 항상성(엄마가 눈에서 안 보여도 그곳에 있을 거라는 믿음), 대상들 간의 관계성 등이 발달합니다. 

애착 관계에 관여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은 엔도르핀, 도파민, 옥시토신, 이렇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엔도르핀은 고통을 완화하고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물질로 초기 애착 관계에서부터 안정감이 들 때 엔도르핀 강화 현상을 일으킵니다. 

따라서 엄마와 분리된 아기는 엔도르핀이 급격히 떨어져 고통과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도파민은 보상과 관련된 행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큰 보상이 입력되면 도파민 수치가 증가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감소합니다. 

옥시토신은 수유와 분만을 유도하는 호르몬이라고도 하는데, 스트레스와 불안을 완화하는 작용을 하고 사회성을 높이며 좋은 기분을 느끼도록 합니다. 옥시토신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힘을 주는 작용을 하는데, 불안정한 애착을 갖는다면 옥시토신 수용체가 줄어들고 면역력이 떨어져 여러 가지 질병(비만,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원형탈모증, 기관지천식 등)에 노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분만 시 옥시토신은 분만의 통증에서 산모를 보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옥시토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통증을 더 많이 느끼는데, 실제로 불안정 애착 상태인 사람은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아픔을 잘 느끼고 만성 통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옥시토신이 현저히 낮으면 자살을 생각하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불안정한 애착은 자살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면 배신당했다고 느끼거나 거절당했다고 느껴 우울해지기 때문입니다. 회피형 애착의 경우 한계(게임 중독, 알콜 중독, 도박 등)에 다다를 때까지 멈추지 않다가 더 회피할 도구가 없다고 느낄 때 자살의 위험이 있습니다(도움을 청하지도 못하고 주변의 충고도 듣지 않음). 

애착 관계와 밀접한 신경전달물질 중에서 옥시토신은 특히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쳐 매우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조건 없이 사랑받는 것을 경험한 사람은 애착하는 대상을 변함없이 신뢰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을 얻습니다. 

애착은 이렇게 우리의 인생에 중요한 생존 본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경험하는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데 있다고 봅니다. 사랑받지 못한 어린 시절의 나를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죠. 


애착 형성 시기를 놓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성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스로 안정 애착을 형성해 주면 됩니다. 예를 들어, 어릴 때 어른에게 이유 없이 맞은 경험이 있어서 그와 비슷한 사람을 만날 때 공포심이 올라온다면 무조건 ‘괜찮아. 그 일은 이제 잊어버려’ 하고 눌러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그때 정말 무서웠지? 이유 없이 맞아서 정말 아프고 서러웠어’라고 솔직하게 그때의 감정을 인정하며 풀어주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억울한 감정이 복받치면 울고, 화가 나면 화를 표현하면서 억눌린 감정을 충분히 풀어주며 치유하는 것이죠. 그러면 자신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사람인지 느껴집니다. 누구에게도 학대받을 이유가 없고 사랑만 가득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는 것이죠. 우리 뇌는 가소성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정보를 바꿔 새로운 뇌회로를 연결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내 아이가 이미 영유아기를 지나 애착 형성 시기를 놓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용서해달라고, 너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표현해 보세요.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고 보듬어주지 못해 아이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면 부모는 정말 괴로울 것입니다. 이럴 때는 아이의 관점에서 감정을 느껴 보세요. 

‘나도 엄마 아빠와 잘 지내고 싶어요. 하지만 나도 모르게 화가 나요. 나도 두려워요. 이 집이 답답하지만 여기 살 수밖에 없는 처지가 짜증 나요.’ 이런 시도를 하다 보면 불안한 마음과 억눌린 감정이 조금씩 풀려나가고, 새로운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보게 됩니다. 우리는 사랑이 충만하고, 사랑받기 마땅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글_윤은실 서울 아이빛어린이집 원장.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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