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공립고등학교였어요. 아침 6시 30분에 눈 뜨면 1시에 심자(심야 자율학습) 마칠 때까지 ‘공부’만 해야 했어요. 인서울(in 서울, 서울 소재 대학 진학)을 많이 하니까 좋은 학교라고 소문난 곳이었지만, 정말 힘들었어요. 꿈...학교다닐 때는 생각할 틈도 없었어요."
올해로 열 여덟살 성규리 양은 다니던 학교에 휴학계를 제출했다. 부푼 꿈을 안고 열심히 해보겠다는 다짐을 하고 시작한 고등학교 생활이었지만 너무 버거웠다.
'꿈'을 이야기한다는 건 사치였다.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생각 않고 새벽부터 새벽까지 가만히 앉아 문제집만 풀었다. 그런데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좋은 학교'를 박차고 나왔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2기로 입학한 성규리 양(좌)과 어머니 최순남 씨
그리고 지난 4일 규리 양은 완전자유학기제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에 입학했다. 1기 27명의 졸업식과 2기 479명의 입학식이 함께 열렸다. 규리 양에게 휴학하고 왜 다시 새로운 학교에 입학을 했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꿈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학교니까요."
벤자민학교 2기 신입생이 된 규리 양을 지난 8일 서울에서 만났다. 안동이 집인 규리 양은 평소에 관심있던 건축 관련 박람회를 둘러보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벤자민학교 1기인 언니 규빈 양(19)도 함께 했다.
- 4일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인성영재'가 되었다. 소감은.
▲ 입학식 때 정말 놀랐어요. 전국에서, 그리고 외국인까지 50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였잖아요. 저처럼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무척 설레었어요.
- 어머니 말씀으로는 작년에 벤자민학교 1기 모집 때는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며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했다가 2기 입학을 하게 되었다고 들었다. 벤자민학교에 입학한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어요. 공부를 좀 많이 시키는 학교라는 걸 알고 선택했고 또 그 안에서 잘 해내리라고 생각했어요. 중학교와는 다른 고등학교에 대한 로망도 있었고요.
그런데 공부만 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기숙사에 있으니까 새벽 1시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부모님을 자주 못 뵙는 것도 힘들었고요. 공부만 해야 하는데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어요.
▲ 성규빈 양(우)은 동생 규리 양의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선배이다. 1기 졸업식, 2기 입학식 현장에서 규빈-규리 양.
- 언니(규빈 양)가 벤자민학교 1기로 1년을 보냈다. 2기 입학에 언니의 영향이 있었나.
▲ 네! 2주에 한 번 주말에 기숙사에서 집으로 오는데 올 때마다 점점 더 언니 얼굴이 밝아지는 거에요. 저는 학교에서 가만히 앉아만 있으니까 살이 찌고 감기도 자주 걸리고 스트레스 받아서 표정도 어두운데, 언니는 여기저기 전국 곳곳을 다니고 좋아하는 그림도 그리고 멘토님도 있고...
언니도 나도 참 소심한 성격인데, 언니 얼굴에서 자신감이 느껴졌어요. 언니가 바뀌는 게 눈으로 보였어요. 부러웠어요.
- 벤자민학교와 일반 고등학교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나.
▲ 더 지내보면 잘 알겠지만, 우선 벤자민학교는 꿈을 찾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학교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유로운 것 같아요. 학생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학교와 멘토님들이 도와주시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 벤자민학교는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는 대신, 온라인 수업, 아르바이트 활동, 예체능 활동, 봉사 활동 등을 해야 한다. 시작한 것이 있나.
▲ 3월 2일부터 집 앞 횟집에서 점심, 저녁 서빙 아르바이트 하고 있어요. 며칠 안 됐지만 식당 손님 맞으면서 사람 대하는 법이나 친절하게 하는 것, 여러 가지 배우고 있어요.
그리고 건축, 인테리어 이런 쪽으로 관심이 있어서 좀 더 체계적으로 디자인이나 그림을 배우고 싶어요. 일반학교 다닐 때는 일주일에 거의 대부분이 국영수 수업 뿐이었어요. 체육이나 미술은 딱 1시간씩밖에 없었죠. 벤자민학교 다니는 만큼 하고 싶었던 그림, 그리고 체육으로는 수영 하고 싶어요. 어디서 어떻게 배울 수 있을 지 알아보는 중이에요.
- 마지막으로, 1년 뒤 자신에게 한 마디 한다면.
▲ 자신감을 갖고 예뻐진 성규리! 벤자민학교 1년 통해 꿈을 찾은 것 축하해.
글 사진.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