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은 자기 주도성과 수동성이 체내 물질을 바꾸어서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칼럼이었다. 피할 수 없는 전쟁 같은 상황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을 때에는 내공을 쌓는다고 여기면서 자신감과 주도성과 적극성을 갖고 많은 계획적 사고를 하면서 그 상황을 돌파해 나가야 몸도 두뇌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자신감을 갖고서 난관 극복을 위한 계획을 세우며 생각을 하는 과정에서 도파민 등의 모노아민(monoamine) 신경전달물질이 나오는데 이 물질들이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등의 양을 줄이면서 몸과 두뇌가 해로운 물질들에 노출되는 시간을 짧게 만들어 건강에 좋다고 했다. 그런데 이 과정을 좀 더 세분화 해보면 진짜 자기 주도성은 전전두엽에 도파민이 활성화 된 상태이며 가짜 자기 주도성은 측좌핵을 중심으로 한 전후좌우 주변부 두뇌에 도파민이 많은 상황이다.
전전두엽에 도파민(세로토닌)이 부족한 상황이 가짜 자기 주도성이다. 두뇌가 어떤 경로 의존성에 빠져있거나 중독에 빠져있으면 도파민은 전전두엽까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 반면 중뇌 쪽 ‘측좌핵’에서 도파민 과잉 현상이 생긴다.
‘측좌핵’은 생각 없는 반사작용에 관여하는데 ‘측좌핵’에 도파민이 과잉하면 규칙적, 연쇄적, 합리적 사고에 장애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 보상으로 각종 중독적 행동이 시작된다. 어려서부터 자연보다는 장난감과 함께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자본주의의 상징인 지름신(과잉충동소비)?을 모시면서 쇼핑중독과 브랜드 중독에 빠질 확률이 높은 이유는 자신의 욕망이 지연되는 훈련을 덜 했기 때문이다.
만족지연 능력과 인내력은 사회적 발달과 성공에 가장 기본적인 덕성인데 돈으로 상품을 너무 쉽게 사는 환경에서 자라면 이 두 능력이 저하된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아프거나 불편하거나 위기에 처해야 경로 의존성을 벗어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엄마의 과잉보호와 돈으로 다 해결되는 상황은 아프거나 불편하거나 위험한 경험을 아이 주변에서 거의 사라지게 만든다.
아이가 배가 고프지만 더 놀고 싶을 때 본능적인 욕망을 참고 추상적인 욕망에 몰두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엄마들은 아이들이 배가 고프기 전에 뭔가 먹으라고 강요한다. 장난감이 갖고 싶을 때 아빠와 함께 6시간 동안 나무에 톱질을 하고 구멍을 내며 탈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완구점이 너무 가깝다. 탈것이 너무 짧은 시간에 생긴다.
돈이 신이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영어로 ‘중독Addiction’의 어원은 라틴어 ‘addicere’으로 빌리는 것, 뭔가 힘을 빌려서 욕망을 채우다 보니 자신의 권리(의지)를 남에게 양도하여 벗어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아이가 놀이를 돈으로 해결하는 것은 돈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미래에 간섭하는 것은 꿈을 빌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10세 이전의 아이가 광고가 많은 TV에 노출되거나 부모가 말하는 미래의 꿈 때문에 충분히 놀지 못하는 경험은 가짜 자기 주도성을 만들 확률이 많다. 욕망이 인간의 뇌가 아니라 포유류의 뇌인 중뇌 수준에서 활성화 되는 것이 가짜 자기 주도성이다. TV를 일부러 고장 낸 후 가난해서 고칠 돈이 없다면서 집에서 TV를 못 보게 한 작가 ‘알랭 드 보통’의 노력은 부모로서 매우 가치 있는 실천이었다.
전전두엽 이외의 부분에서 도파민이 많아지면 정신병의 위험이 증가한다. 도파민이 전전두엽보다는 중뇌에서 많아질 때 인지행동장애, 불안, 양극성우울(우울~울컥~폭력), 망상, 강박과 집착 등이 발생한다. 우울증 환자는 각 두뇌 부위간의 연결성이 약하며 지나친 낙관을 하지 않으며 보수적이다.
이 보수성은 사고력을 억제한다. 그리고 불안과 우울은 해마의 위축을 부르는 악순환이 생겨서 점점 더 전전두엽의 도파민을 억제한다. 전전두엽보다는 중뇌에 가까운 내측전두엽이 더 발달했거나 더 자극받는 두뇌들은 몸에 좋은 음식보다 감각적이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고른다.
음식을 고르는 문제 뿐 아니라 전전두엽이 이성적인 희열(사고력)을 알지 못하면 외모에 집착하여 청결cleaning과 치장grooming에 집착하다가 결국 성형중독으로 간다. 한국의 경제규모는 2.5%인데 성형의료시장의 규모는 25%이다. 한국은 전전두엽의 희열인 삶의 의미나 공부의 학문적 예술적 가치를 찾으면서 삶을 누리지 못하는 비율이 너무 높다.
공부가 출세의 수단이 되면 될수록 공부는 전전두엽(이성)의 힘보다는 측좌핵(욕망)의 힘을 키울 것이다. 한국은 다른 교육선진국들에 비해서 쇼핑중독, 탄수화물 중독, 모자간의 옥시토신 중독이 심각한 수준이다. 모자간의 옥시토신 중독이란 부모가 자식을 한 몸으로 인식하면서 자식과의 관계에서 지나치게 보호하거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경향을 말한다.
옥시토신은 자아와 타인이 분리된 감각을 무디게 하는 일체감의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이 옥시토신 중독이 특히 엄마에게 더 많은 이유는 수유를 통해서 옥시토신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오래전 인간이 정글이나 동굴에 살던 시절, 옥시토신은 자식을 지키려는 본능을 강화해서 어린 개체들의 생존율을 보장해주었다.
그런데 사회가 안전해지고 전전두엽을 많이 써야 하는 창의성이 요구되면서 옥시토신의 분비로 시작된 애착을 넘어버린 엄마의 집착이 오히려 나쁜 가치가 되어가고 있다. 인간을 보호했던 한 시대의 애착이라는 미덕이 창의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따라서 엄마에게 전전두엽과 관련된 독서토론 등의 자기계발이 없다면 본능적으로 ‘자식걱정(집착)’이 늘어난다. 이 ‘자식걱정’은 다시 자녀의 불안을 가중시키면서 아이가 자기 선택을 책임지겠다는 결단력(결정의 자신감)인 자기결정성을 떨어지게 한다. 자기결정성이 자율성으로 발달하게 되는 다음의 도표는 이어지는 칼럼에서 더 설명하겠다.

글. 고영훈 <내 아이를 위한 두뇌사용설명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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