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큰 빛 속에서 황홀하게 취해 소리하고 징을 쳤다

[칼럼] 큰 빛 속에서 황홀하게 취해 소리하고 징을 쳤다

선풍 신현욱의 힐링 명상 여행기 [6] 율려를 느낀 세도나 마고가든

50분 비포장도로 진동수련을 끝나가니 마음의 고향 세도나 마고가든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고가든 정문이 열리면서 첫 번째로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지구를 중심으로 아이들과 코코펠리가 함께 어울려 놀고 있는 조형물이다.

▲ 마고가든 정문 앞 지구와 함께 노는 아이들.

세도나 마고가든이 추구하고자 하는 형상이 이 그림으로 녹아있는 모습을 느꼈다. 지구, 평화, 조화를 말하고 있는 것인가? 세도나 마고가든에 들어서니 내 안에 울림이 있다.

당신은 스스로를 위대한 존재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당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어떤 생각에 스스로 감동해본 적이 있는가?
당신 안의 생명이 당신 스스로를 우러러보는 느낌을 가져 본 적이 있는가?

어느 날 나는 내 안에서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소리가 들었다. 그 목소리는 물었다. 이 지구 위에서 모든 생명체가 평화와 조화 속에 함께 어울려 사는 그런 세상은 불가능한가?

그 목소리는 대답했다. 모든 사람이 진실로 그것을 원하고 그러한 세상을 선택한다면 이루어지지 않을 이유는 무엇인가?

그 목소리는 내게 깊은 감동을 가져다주었고, 내가 이 지구와 인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심하게 했다.

나는 그런 네게서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꼈다. 그 느낌은 아주 깊고 진실했으며 나로 하여금 그전까지의 내 삶의 행로와는 전혀 다른 인생을 선택하도록 나를 이끌었다. 그 한 생각과 선택이 평범했던 나를 바꾸고, 나의 삶을 바꾸었다. (『세도나 스토리』 176쪽)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위의 물음을 끊임없이 물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으려고 집중하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흘렀나 보다.

"선풍님! 식사하세요!"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릴 만큼 몰입했었나 보다. 마고가든의 식사는 정갈하고 맛이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시크릿마운틴과 보름달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모두 ‘아!’ 감탄과 함께 사진 찍는 소리가 들려온다.

▲ 시크릿마운틴에서 본 보름달.

시크릿마운틴 풍경과 달을 보면서 15년 전에 방문했던 추억이 떠올라 혼자서 명상하던 곳을 찾아갔다. 그곳에 앉아 피리 한 곡을 깊게 불고는 좌정을 하면서 추억을 그려봤다.
 
1996년 스승님과의 첫 번째 세도나 공연은 세도나에서 가장 큰 곳인 세도나 고등학교 강당이었다. 한국에서 준비해간 몇 가지의 공연 프로그램과 스승님의 타포악기 연주, 피리연주가 준비되었다. 강당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만석을 이루었다. 공연이 시작되어 해원상생 살풀이춤을 올리면서 징을 두드리는데 내 안에서 소리가 터져 나온다.

준비되지 않았는데 그 율려 안에 들어가니 징소리가 전체를 울리고 내 안에서 판소리 할 때 나오는 구음 시나위가 터져 나왔다. 순간 나는 큰 우주 속으로 신명 판 속으로 들어가버렸고, 큰 빛 속에서 황홀하게 취해 소리하고 징을 치고 있었다. 소리하고 징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내가 웃고 있었다. 그리고 뜨거운 관객의 함성과 박수 소리에 깨어났다. 공연이 끝나고 스승님께서 물으셨다.

"그게 어디서 배운 소리냐?"
"아닙니다. 오늘 이곳 세도나에 와서 즉흥적으로 소리를 한 것입니다."

스승님께서 크게 웃으시면서 “그게 율려다"라고 하셨다.
 
내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 세도나의 환상적인 체험은 율려를 화두 삼아 평생 이 길을 가겠다고 다짐하였고, 지금까지 그 마음 변치 않고 지키고 있는 내가 가끔은 이쁘다고 하며 웃는다.

▲ 시크릿마운틴

율려는 생명현상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내내 율려 안에 있다. 우리는 율려를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율려를 통해 이 세상을 떠나간다. 우리의 심장은 쉼 없이 뛰고 세포는 규칙적으로 숨을 쉰다. 생명이 율려의 바탕 위에서 '놀고' 있는 것이다.

율려를 극대화하는 것이 춤과 노래이다. 율려라는 생명의 법칙을 노래하면 음악이 되고 사상으로 표현하면 철학이 되며 아름다운 말로 표현하면 시가 되고 예술이 된다. 율려가 살아있는 세계, 살아 생동하는 율려를 느끼는 세계가 바로 이화세계이다.
 
그동안 우리가 배워온 지식들 종교, 음악, 무용, 미술은 도리어 율려의 세계를 가로막았다. 음악이 살아있는 율려를 빼앗아 갔으며 종교가 영원한 생명을 만나는 길을 가로막았다. 우리의 춤과 노래에는 율려가 빠져있다. 기계적으로 몸을 흔들어대는 춤에서는 내면에서 절로 흘러나오는 생명력을 찾아볼 수 없다.

목청 높여 부르는 노래에는 혼이 없다. 껍데기의 지식과 껍데기의 예술, 껍데기의 놀이들 때문에 우리는 세계를 조각조각 나누어 보게 되었다. 큰 것을 보지 못하고 작은 것들에만 눈을 고정함으로써 우주 만물의 큰 질서인 율려를 잃어버렸다.
 
그러나 율려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우주의 리듬으로서 존재할 것이다. 다만 율려를 느낄 수 있는 우리의 감각이 닫혀 버렸을 뿐이다. 율려를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잃어버림으로써 우리는 우주와 연결된 탯줄을 스스로 끊어버렸다. 율려를 잃어버림으로써 자연과 멀어졌고 다른 사람과도 멀어졌다.

율려는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율려를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리란, 참 생명이란 원래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것이다. 다만 느끼는 것이다. 그러니 백 번, 천 번 율려를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물으면 백 번, 천 번 ''있으니 느끼라''고 할 수밖에 없다.

글, 사진. 선풍 신현욱 일지아트홀 관장 pungr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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