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정신건강 위기와 약물중독, 길 잃은 인성교육의 경고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와 약물중독, 길 잃은 인성교육의 경고

약물중독으로 내몰린 아이들, 인성교육 공백의 그림자

2025년, 한국 사회는 조용한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다. 그것은 바로 청소년 정신건강의 붕괴와 약물 중독의 확산이다. 팬데믹 이후 장기화된 사회적 고립, 디지털 과몰입, 미래에 대한 불안은 청소년들의 마음을 조용히 갉아먹어 왔다. 이들이 견디지 못한 고통의 끝에서 선택한 탈출구가 ‘약물’이라는 점은 우리 사회 전체에 깊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왔고, 무엇을 놓쳐왔는가?


청소년 정신건강, 이미 한계에 도달하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26.1%가 최근 1년 내 우울감을 경험했고, 자해나 자살 충동을 겪은 비율도 10%를 넘어섰다. 그러나 전문가 상담 경험은 단 3.2%에 그쳐, 고통은 커졌지만 도움은 멀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 약물중독으로 내몰린 아이들, 길 잃은 인성교육의 경고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약물 중독의 급속한 확산이다. 대검찰청의 2025년 자료에 따르면 10대 마약사범 검거 수는 5년 전보다 8배 이상 증가했으며, SNS를 통한 접촉 비율은 전체의 70%를 초과했다. 마약 조직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디스코드 등 청소년이 자주 이용하는 플랫폼을 통해 접근하며,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이라는 거짓 정보로 향정신성 의약품을 유통한다.

과거에는 일탈로 여겨졌던 약물 접근이 이제는 ‘정신적 탈출구’로 기능하고 있다. 무기력, 불안, 공허감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고통을 이기지 못해 약물을 선택하는 것이다. 감정적 고립과 내면 결핍에 대한 교육적 돌봄이 부재한 사회는 청소년을 병들게 하고 있다.


해외의 대응, 치밀한 예방과 회복 시스템

미국은 마약 단속만이 아니라 ‘D.A.R.E(Drug Abuse Resistance Education)’ 등 학교 기반의 예방교육을 확대하고, 청소년 대상 조기 중재 프로그램을 제도화했다. 영국의 'CAMHS(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서비스)'는 약물과 정신건강 문제를 동시에 다루는 통합적 상담 치료 서비스로 주목받는다. 네덜란드는 청소년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상담할 수 있는 '익명 약물정보 플랫폼 ‘Druglijn’을 운영 중이다.

이들 국가는 청소년의 심리적 고통을 ‘범죄’가 아닌 ‘치유 대상’으로 보며, 예방-중재-회복에 이르는 치밀한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 SEL(사회정서학습)을 중심으로 한 교육 혁신도 진행 중이다. 미국은 SEL을 정규 교과로 편입했고, 핀란드는 인성중심 교육으로 우울감과 불안 감소 효과를 보고 있다. 일본 역시 학교 기반의 정서회복력 훈련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은 공교육에 감정관리 교육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의 대응, 인성교육의 회복이 필요해 

한국 정부도 학교마약예방교육, 사이버 수사 강화 등 여러 대응책을 시행 중이나, 형식적인 예방 교육과 부족한 상담 인력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정서와 감정을 다루는 교육의 부재, 자기인식과 자기조절을 기르는 인성교육의 결핍이 근본적인 문제다.

청소년 약물 문제는 단순한 일탈이나 범죄 문제가 아니라, 인성 붕괴와 정신적 탈진이라는 구조적 위기의 증거다. 우울과 불안, 자기 혐오와 무기력, 관계 단절 속에서 존엄과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아이들은 결국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지금 이 위기를 방치한다면, 성인이 된 후 더 심각한 중독, 정서 장애, 반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져 사회 전체의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

이제는 인성교육의 철학과 실천을 다시 정립해야 할 때다. 인성은 단순히 예절이 아니라, 뇌 기반 자기조절력, 감정 전환 능력, 공감과 관계 형성, 회복탄력성과 같은 생존역량이다. 이를 위해 뇌교육을 포함한 과학적 인성교육이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

뇌교육은 감정훈련, 자기성찰, 명상, 신체 기반 호흡기술을 통해 ‘자기돌봄의 뇌 회로’를 만드는 실천적 시스템이다. 지식을 넘어 청소년의 뇌와 마음을 실제로 회복시킬 수 있는 교육만이, 이 중독의 시대에서 희망이 될 수 있다.


청소년을 위한 교육은 '지금' 바뀌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정신건강이 무너지는 걸 지켜보고만 있다. 청소년의 약물 중독은 교육 시스템이 아이들의 내면을 돌보지 못한 결과이며,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사회적 재난이다.

뇌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정서회복력 교육, 감정조절 훈련, 자기인식 기반의 인성교육이 공교육에서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 뇌를 아는 교육, 뇌를 돌보는 교육만이 뇌를 마비시키는 중독의 시대에서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

 

신재한 인성교육연구원 원장 han3645@daum.net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학과장, 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자격검정센터장 역임 

- 교육부 연구사
-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수학습센터 운영위원
-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콘텐츠 평가 심사위원
- 한국연구재단 등 국가기관 정부 프로젝트 심사위원
- 한국청소년상담학회 융합상담학회 회장, 수련감독
- 한국상담학회 노인상담학회 대외협력위원장, 수련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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