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생각한다는 착각-인간은 왜 합리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가

[브레인 북스] 생각한다는 착각-인간은 왜 합리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가

뇌과학와 인지심리학으로 풀어낸 마음의 재해석

거짓된 인간 내면을 파헤치는 가장 통찰력 있는 탐구서
우리가 생각하고 열망하고 설명하는 모든 것은 그저 허상에 불과하다

인간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정말 정치색을 고를까?
똑같은 질문에도 매번 같은 대답을 할까?

우리는 생각과 욕망, 행동이 알 수 없는 깊은 내면세계에서 비롯된다고 굳게 믿으며, 숨겨진 내면이 있다고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그렇기에 내면을 다 알지 못하고는 자신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 닉 채터는 베일에 가려진 심오한 마음이라는 것이 사실상 없다고 주장한다. 최고의 행동과학자인 저자는 그동안 해온 연구의 방향과 완전 다른 새로운 개념을 뇌과학, 신경과학, 인지심리학, 행동심리학 등을 통해 밝혀낸다. 

내면의 믿음이나 가치, 욕망이라는 것은 딱 정해진 무언가가 아니라 과거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다. 즉, 오늘의 기억은 어제의 해석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내면 기저에 있는 어떤 것에 영향을 받아서 행동한다기보다 스스로 계속해서 정체성을 만들고 끊임없이 즉흥적으로 행동한다. 결국 이렇게 만들어진 경험이 우리 자신의 행동 방향성과 내면의 심리까지도 영향을 끼친다. 


얄팍한 인간 심리는 어디에서 오는가?
생각의 감옥에서 벗어나야 자신과 삶을 재창조할 수 있다!

매일 같이 인간 심리와 뇌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 《생각한다는 착각》은 내면세계에 숨겨진 깊이가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온 인간의 얄팍함을 까발린다.

‘깊은 내면이 있다는 생각’은 사회 전반에 깔려 있으며, 뇌에 대한 탐구가 이뤄지는 지금도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뇌에 속는 희생자일 뿐, 우리 내면에는 숨겨진 신념과 동기는 없다고 설파하는 저자는 다양한 실험과 사례를 하나씩 들며 인간이 꾸준히 뇌에 속는 이유를 빈틈없이 설명한다. 전통적인 사고를 공격하는 이 저자의 주장은 무엇일까?
 

생물학적 컴퓨터인 뇌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 같지만 배반적이게도 사실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즉흥적으로 얼추 들어맞게 꾸며낼 뿐이다.

우리는 행동과 정신적 습관을 말로 유려하게 설명하고 정당화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체스 달인은 자신이 체스를 어떻게 두는지 설명할 수 없고, 의사는 어떻게 환자를 진단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 즉 설명처럼 들릴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생겨나는 과거 판례를 참고하고 재해석하면서 매번 새로운 사건을 판단하는 판사와 같다. 따라서 우리 뇌는 ‘숨겨진 깊이’로 현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창의적이고 즉흥적으로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우리는 수동적인 인간일 수밖에 없는가? 저자는 그 반대라고 말한다. 

이 책은 내면세계의 숨겨진 힘으로 우리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생각과 행동으로 살아가는 것이며, 지금의 생각과 행동이 내일의 선례인 거처럼 순간순간 자기 자신을 재창조할 수 있다고 한다.

인생은 우리가 규칙을 만들어내어 스스로 점수를 내는 경기다. 생각의 ‘감옥’은 결국 내가 만들어낸 것이고, 만들어낸 것인 만큼 내가 해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가진 이야기(현재)에서 시작해야 새로운 이야기(미래)를 창조할 수 있듯이.
 

우리에게 숨겨진 ‘의도’가 있을 거라는 위대한 착각
해석과 의미 부여를 멈추고 순간순간에 집중하라!

‘정신분석’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지그문트 프로이트다. 사람들은 이 심리학자, 즉 전문가의 의견이 정답인 것처럼 지금까지 믿어왔다. 여기에 희생당한 인물이 세계적인 오페라 감독 헤르베르트 그라프다. 헤르베르트는 네 살 때 엄마와 길을 걷다 우연히 거리에서 마차와 말이 쓰러지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 사건은 공포감을 안겨주었고, 헤르베르트는 한동안 집에만 머무르게 된다.

프로이트: 헤르베르트는 오이디푸스와 같아요. 아버지를 없애고 어머니를 소유하고 싶다는, 함께 있고 싶다는 욕망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거죠.
헤르베르트: 아니요, 저는 그저 그때 공포심을 얻었을 뿐이에요. 지나가던 말이 쓰러졌을 때요. 그것 때문에 외출하기 무서운 거라고요.
닉 채터: 헤르베르트의 공포심은 무엇으로 판단한 것이죠?
프로이트: 아이의 아버지가 보내준 편지와 단 한 번 아이와의 짧은 면담으로요….

이는 익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꼬마 한스’이야기로 아직도 유아기의 성적 발달과 무의식적 충동에 대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를 통해 얄팍한 해석에 지나지 않는, 단편적인 판단으로 행동과 생각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과연 옳을까 하는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일시적인 감정적 해석에 지나치게 의미를 두는 일은 위험하다. 책에서 더 세세하게 다루겠지만, 우리는 한 번에 하나의 생각만을 할 수 있기에 무의식적인 생각(충동)은 일어날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신에 대한 ‘가정’들을 수정해야 할지 모른다. 그것이 나를 창조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래야만 한다. 그리고 마침내 전통적인 사고에서 벗어남으로써 삶을 유연하게 바라보고 자신을 해방하게 될 것이다.
 

뇌과학자 정재승 추천평 (뇌과학자, [과학콘서트], [열두 발자국] 저자)

이 책은 1.4킬로그램의 뇌가 만들어내는 생각과 행동이 왜 그토록 불합리하고 멍청한지, 그러면서도 왜 우리는 영리하고 똑똑한 생명체일 수 있는지 그 모순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도와준다.

우리의 마음과 행동은 더없이 부조리하지만, 인간 지성을 압도하려는 인공지능은 왜 번번이 실패하는지도 멋지게 설명해 준다. 또한 마음은 표면적이며 얕고 덧없지만, 그것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적 탐험의 역사는 경이로울 정도로 심오한 수준에 올라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글. 이지은 기자 smile20222@brainworld.com | 사진 및 자료출처 = 사진 및 자료출처 =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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