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MSG 쇼크

[브레인 북스] MSG 쇼크

흥분한 뇌를 잠재우는 조용한 식단의 기적


몇 년 전, 한 식품 회사가 유머러스하게 제작한 조미료 CF는 상업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조회 수 1천만 뷰를 달성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사람들은 어디에나 어울리는 조미료라는 건 죄가 아니라며, MSG가 나쁘다는 기존의 통념을 뒤엎은 참신한 광고 기획력을 칭찬했다. 

그러나 이 광고는 바로 이 지점에서 블랙 코미디로 변신한다. 지난 70여 년간 매일 같이 섭취한 MSG는 정말 안전한 걸까?

《MSG 쇼크》의 저자 캐서린 리드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인체에서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해 흥분독소를 유발하는 MSG는 만성 염증성 질환은 물론 ADHD, 자폐 스펙트럼, 암, 비만, 당뇨병을 유발하고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다발성 경화증 등의 신경 질환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어린 딸의 자폐 스펙트럼을 고치려고 시작된 그의 연구는 글루텐 프리, 카세인 프리를 거쳐 MSG 프리에 다다랐고, 결국 이 식단으로 아이는 병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수년의 연구와 임상을 바탕으로 ‘REID(리드) 식단’을 체계화해 여러 만성질환자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 책은 식품 공장, FDA, 병원, 실험실을 넘나들며 MSG의 실상과 흥분독소로 발현되는 메커니즘을 소상히 밝히고,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식습관을 개선하도록 돕는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본인의 자전적인 ‘아이 질병 분투기’가 있어서,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것도 큰 덕목이다.


“MSG가 당신의 뇌를 공격하고 있다!”

우리 식탁에 화학조미료가 오른 지 70여 년이 지난 지금, MSG를 둘러싼 논쟁은 점차 우호적인 쪽으로 기울고 있다. ‘천연 재료에서 추출한 데다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식재료 낭비를 막아준다’라는 것이 옹호론자의 논리다. 

결정적으로 ‘인체에 아무 해가 없다’는 연구 논문들이 근간을 든든하게 지탱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괜찮아 보이는 근거’가 사실 MSG 이해관계에 얽힌 업체들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밝힌다. MSG가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막대한 자본력으로 그에 반하는 연구를 빠르게 진행 및 게재하고, 부정적 연구가 매스컴을 타지 못하게 막는 거대 식품 업계의 담합은 놀라울 정도다. 심지어 MSG를 ‘안전한 식품’으로 분류하고 몇십 년간 유지하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마저 저자는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MSG는 사실 자연 식재료에도 흔히 들어 있는 물질이다. 특히 토마토와 다시마에 많은 MSG는 우리에게 ‘감칠맛’이라는 향미를 선사한다. 문제는 이런 MSG가 가공 과정을 거쳐 ‘단독’으로 ‘다량’ 들어 있을 때 발생한다. 

MSG는 체내에서 글루타메이트로 전환되는데, 이는 우리 몸의 가장 주요한 신경전달물질이다. 뇌를 자극하여 행동을 유발하는 데 쓰이다 보니, 우리 뇌는 글루타메이트의 농도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런 상황에서 MSG가 과도하게 들어오면 체내에서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못한 MSG가 뇌내에 침투해 연쇄적인 흥분 반응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 세포 사멸 및 전신 발작까지 이끌어낸다.

더더욱 무서운 이유는 MSG에 중독성이 있다는 데 착안해 수많은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음식만 조심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MSG는 치약, 치실, 치아 연마제, 구강 청결제 같은 구강 관리 제품은 물론 씹고 버리는 껌, 영양제와 보조제 같은 의약품은 물론 피부에 바르는 로션이나 크림에까지 들어간다.

MSG가 살갗에 흡수되면 피부의 수용체를 자극해 해당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간다고 한다. 거대 기업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MSG 살포하고 있다.


만성질환 자연치유 ‘REID 식단’의 기적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서 자신의 처절했던 ‘자폐 스펙트럼 치유의 여정’을 소상히 밝힌다. 행복하던 생화학자 부부는 막내딸 테일러의 출산과 함께 비극을 맞는다. 처음부터 타인에게 관심이 없던 테일러는 결국 세 살 때 자폐증 진단을 받는다. 

아이를 고쳐보고자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증상은 심해졌고, 조금씩 지쳐갈 즈음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만난다. 식단을 바꾼 뒤 아이의 증상이 한결 나아졌다는 말에 음식이 답이 있을 거라고 직감한 저자는 식단을 과감히 바꾸기로 결심했다. 자폐 스펙트럼 식이요법에서 첫 번째로 꼽히는 글루텐 프리, 카세인 프리 식단(GF/CF)을 넘어서 ‘MSG 프리 식단’으로 변경한 지 단 4주 만에 막내딸은 기적적으로 건강을 되찾는다.

특수학교에서 “이제 일반 학교로 옮기세요.”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자신의 식단이 옳았음을 스스로 인정한 저자는, 이를 ‘REID(리드) 식단(Reduced Excitatory Inflammatory Diet, 흥분성 염증 감소 식단)’이라 명명하고 조금씩 체계화해 나갔다. 이후 같은 질환자를 둔 환우 가족을 비롯해 여러 신경성 및 만성질환자에게 입소문이 나며 REID 식단으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체험담이 속속 등장했다. 

지금은 미국 자폐 스펙트럼 부모는 물론 알레르기질환, 염증성 질환,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이 식단을 따르며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염증과 만성질환을 치유하는 6단계 식이 혁명과 상세 레시피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의 부모나 만성질환 환자의 가족들은 기본적으로 글루텐 프리, 카세인 프리 식단을 지킨다. 조금 더 엄격한 식이요법을 단행하는 사람들은 대장 미생물군을 활성화하는 ‘갭스 식단’까지 섭렵한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식단에 ‘흥분독소 줄이기’라는 새로운 목표를 추가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REID 식단은 단순히 MSG를 줄이는 식단이 아니다. 제일 원칙은 ‘흥분독소 줄이기’이다. 흥분독소에는 MSG, 즉 글루타메이트와 함께 아스파르테이트, 아스파탐, 시스테인, 글루타민 등이 다수 포함되며, 이를 줄여야 신경계를 보다 건강한 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다. 또한 ‘염증 줄이기’, ‘채소 섬유질 섭취하기’, ‘음식의 출처와 제조 과정 알기’ 등 건강을 되돌리기 위한 6단계 원칙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한다.

책의 마지막 부록 부분에는 딸아이를 바꾼 기적의 7일 식단과 그 레시피를 상세하게 실어두었다. “마트에 있는 가공식품이 아니면 뭘 먹으란 거지?”라고 혼란스러워할 독자들을 위해,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간편한 대체식과 간단한 레시피, 대량으로 만들어두고 먹을 만한 요리를 다수 소개했다. 

특정한 가공식품이 아닌 자연에서 나온 식재료를 쓰다 보니 서양식에 국한된 재료와 레시피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따라 하거나 응용할 수 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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