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의지 문제가 아니다

게으름, 의지 문제가 아니다

허용회 저 《게으른 사람들의 심리학》(넘버나인)

근면은 미덕이고 게으름을 퇴치해야 할 악덕이다. 우리는 은연중에 이러한 생각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 게으름이 생각보다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심리학에서는 게으름을 어떻게 보고 해결하는가. 허용회 저 게으른 사람들의 심리학(넘버나인)은 심리학을 통해 게으름의 실체를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이 책에 포함된 게으름 극복에 관한 내용은 과학적 검증 과정을 통해 그 효과성이 충분히 입증된 사례만을 실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다 들어맞지는 않겠지만,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위안을 주는 건 게으름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고 또 단순히 의지만의 문제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이 우리가 겪는 게으름에 관한 고통과 죄책감을 덜어 위한 것이라면 그 목적에 매우 충실하다. 이 책을 읽고 게으름에 관한 고통과 죄책감을 털어버린다면 얻는 게 적지 않다.

저자는 게으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게으름의 실체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한다. 게으름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단 5분의 시간을 투자하여 내 머릿속에서 게으름을 끄집어내 오로지 내가 겪어왔던 게으름만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다. 내가 보는 게으름이란 과연 무엇인가?

저자는 게으름은 두 가지 특성이 있다고 한다. 첫째 게으름은 중독된다. 게으름의 맛은 달콤 쌀싸름하다. 달달한 음료수에 쓴 약 하나를 탄 듯 전반적으로 달콤하면서도 어딘가 끝 맛이 개운치 않고 쓴, 그런 맛이 곧 게으름의 맛이다. 이 맛이 묘하게 쾌락적이며, 중독적이다. 그래서 이 맛을 쉽게 잊지 못한다. 게으름을 피우고 난 후 그 맛이 썩 나쁘지 않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학습했으므로 우리는 다음에도 어김없이 게으름을 선택하고야 만다. 게으름이 가진 중독성이다.

둘째, 게으름은 전염된다. 게으름으로 인해 전반적인 삶이 뒤로 미뤄지고 늘어진다. 게으름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사랑과 꿈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게으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게으름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게으름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게으름은 우리 생각보다 많은 기회비용의 매몰을 가져온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잃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게으름을 과소평가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우리가 게으름과 얼마나 오랫동안 불편한 공생 관계를 유지해왔는지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으름의 덩치는 실로 거대하다. 전략적인 접근 없이는 쉽게 게으름을 떨쳐내지 못하는 이유이다.


저자는 게으름을 해결하기 위한 두 가지 열쇠를 제시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게으름이 나타나는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게으름의 원인은 과제의 특성, 심리적 요인, 환경적 요인 세 가지가 게으름을 촉발한다. 우리가 게으름을 피우게 되는 것은 해야 할 일들이 어렵고 재미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쉽고 재미있게 만들면 게으름도 해결되지 않을까. 일의 난이도와 나의 능력 간 불균형으로 인해 지루함 또는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면 우리는 게으름을 피우게 된다. 일의 난이도와 나의 능력이 정비례 상태를 이룰 때 우리는 비로소 일에 몰입하기 위한 조건을 갖추게 된다. 이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는 것이다. 이때 나만의 든든한 조력자 군단 혹은 멘토 군단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준비운동만으로 감당할 수 없을 때는 과감하게 일을 포기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 심리적인 요인을 보면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심적시뮬레이션이 도움이 된다. 원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는 상상하거나,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상상하는 과정 시뮬레이션, 일을 나눠서 하루의 분량을 정해두는 과정을 습관화하는 것 등은 게으름을 막을 수 있다. 게으름을 해결하는 데는 적절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의무감이나 책임감만으로 우리는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무언가 원하는 것을 얻기를 기대하거나 무언가를 잃게 되는 상황이 우려될 때 비로소 우리는 게으름을 멈추고 일을 시작할 동기를 갖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일에 관한 게획 곳곳에 보상을 끼워 넣으라. 보상도 계획의 일부이므로 반드시 실천하라.

저자는 게으름을 유발하는 심리적 요인을 크게 네 가지로 요약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 자기 불신의 심리, 자기 과신의 심리가 바로 그것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면 일이 잘못될까봐 불안해 시작하는 일을 망설이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실패 가능성을 받아들이자. 우리는 실패할 수 있다. 단지 그것뿐이다. 실패했을 경우 예상되는 상황을 미리 가정한 후 그러한 상황이 닥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할지를 미리 생각해두는 것도 좋다.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는 우리에게 게으름을 유발하는 강력한 심리적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심하다. 저자는 이 완벽주의에 직면하여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내 능력으로 될까, 자신을 믿지 못하는 심리나, 자기 과신의 심리도 게으름을 유발한다. 심리학 연구를 토대로 게으름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여 생소한 용어가 있으나 술술 읽히는 건 독자를 배려하여 알기 쉽게 풀어쓴 저자의 노고 덕분이다. 무엇보다 게으름 해결에 활용한 다양한 방법이 독자에게 유용할 것이다. 쉽게 시도해 볼 수 있어 더욱 유용하다. 이 책은 시간관리라는 측면으로 보면 자기계발서의 일종으로 볼 수 있겠으나, 심리학 연구 결과로 탄탄하게 바닥을 깔아 게으름에 관한 연구서로도 손색이 없다.


글. 안승찬 기자 br-md@naver.com  사진. 넘버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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