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원의 뇌똑똑 자녀교육 21편] 따돌림 당하는 뇌

[오주원의 뇌똑똑 자녀교육 21편] 따돌림 당하는 뇌

“우리 아이는 밝고 명랑하고 운동을 좋아해서 친구들과 축구도 함께 하며 잘 어울리던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친구들 사이에 오해가 생기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수의 아이들에게 은근히 따돌림을 당했죠. 그러다 2학년이 돼서는 아예 ‘왕따’가 되고 있습니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으면 머리 위로 물을 뿌리고 도망가기도 하고, 의자에 압정을 놔두는가하면, 괴롭히는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00랑 놀면 가만 안 둔다’고 하여 제 아이 주변에 소통할 수 있는 친구조차 사라졌습니다.

아이는 처음에 괴롭힘에 반항을 해 보았지만 제 힘으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더 이상의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무너졌습니다. 지금은 자포자기 상태에 있습니다. 당연히 집 안에서도 말수는 줄어들고 감정기복이 심해서 툭하면 짜증내고 반항적입니다. 부모입장에서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어요. 아이 스스로 이 환경을 바꾸려고 노력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대화를 해보아도 표현을 잘  하지 않고 오히려 잔소리라고 신경질로 대응하니 답답합니다.”

▲ 다른 아이들이 그냥 지켜보는 가운데 못된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청소년기 아이들을 크게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사진=Pixabay 이미지>

어느 괴롭힘을 당하는 중학생 학부모의 말이다. 이와 같이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각각 사연도 다르고 계기도 다르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원하는 또래 집단에 소속되고 그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으며 심리적 안정감과 자존감을 키워나간다. 또래관계에서 실패할 때 아이들은 자기 비하감과 함께 불안, 우울 등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한다. 이것은 성적하락, 등교거부, 정신병리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자살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른 아이들이 그냥 지켜보는 가운데 못된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청소년기 아이들을 크게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사회적 인정을 원하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의 방관이 가해자와 암묵적인 동의로 해석되면, 괴롭힘을 당한 아이는 자신이 또래 아이들 대다수로부터 거부당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체험은 자존심의 상처, 우울, 불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사회적 세계에 초점을 맞추도록 설계되어 있다. 진화 과정에서 우리가 사회적 환경을 더 잘 적응할수록 삶이 더 나아졌기 때문이다. 중‧고등학생들이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여 상급학교로의 진학에 힘쓰는 것은 부모나 교사의 최대의 관심사이다. 반면, 이 시기의 학생들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바로 주위의 또래 아이들로 이루어진 사회적 세계이다. 학생들이 사회적 세계에 정신이 팔려있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이런 사회적 이해를 촉진하는 심리적 환경은 청소년기 초반의 아이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사회적 세계에서 원만한 적응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이로 인해 학업성취가 저조할 수밖에 없다.

한 연구자가 학교별 성적과 해당 학교에서 발생한 괴롭힘의 빈도 사이의 관계를 조사해 본 결과, 괴롭힘의 빈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학교에서 대수학, 기하학, 지구과학, 생물학, 세계사 과목의 성적이 뚜렷이 더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사회적 고통이 지적 수행의 감소로 이어진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또한, 연구자들은 사회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이 활성화되는 신경회로가 같다고 본다. 만성적인 신체적 고통이 작업 기억의 어려움을 초래하여 인지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고통의 목적은 우리로 하여금 고통이 느껴지는 곳으로 주의를 돌려 그것을 바로 잡거나 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회적 고통에 온 정신이 쏠려있는 아이들은 수업에 집중하기 위해 필요한 인지적 자원 또는 주의 집중할 수 있는 자원이 별로 없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두기가 어렵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연대감이 강하면 그만큼 학업성취도가 올라갈까?  오늘날 많은 연구들은 다른 학생들의 인정을 받는 것이나 자신의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 강해지는 것이 내신 성적의 향상에 어느 정도 기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사회적 고통을 피하려는 욕구와 사회적 연결을 경험하려는 욕구는 인간의 기본 욕구이며, 그 충족여부가 학업성취와 관련됨을 알 수 있다.

그럼, 괴롭힘을 당하는 이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 괴롭힘의 원인과 계기가 다양한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다양하다. 우선적으로 이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선 부모의 인내와 믿음, 사랑을 바탕으로 주변사람들의 정서적인 지지와 이 문제를 극복하고 싶은 당사자의 용기가 필요하다. 해결책을 아이 스스로에게만 맡겨 놓아서는 안 된다.

피해학생 자신의 노력으로는 스스로 괴롭힘 당한 원인(예를 들어, 3척-잘난 척, 착한 척, 예쁜 척)을 찾아 고친다. 그리고 친구들이 놀리거나 괴롭혀도 과민반응하지 않는다거나, 반에서 인기 있는 친구와 친해지도록 노력하는 것도 좋다. 또한, 따돌림 받으면 적극적으로 선생님이나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때 부모의 노력이 중요한데, 부모의 자녀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이해 및 격려는 자녀에게 큰 힘이 된다.

그러나 부모 또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혼란스럽고 불안하기 때문에 전문상담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이와 함께 상담에 참여하여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하며,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간 긴밀한 공조를 이루어나가야 한다. 또한, 가해학생에 대한 상담과 지도가 이루어져야한다. 가해학생 역시 피해학생과 마찬가지로 개인적 스트레스나 좌절을 경험하고 있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학생보다 더 심각한 어려움을 가진 아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은 사랑과 관심 속에서 성장한다. 우리 뇌는 본래부터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고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면 스스로에게 좋은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므로 남보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나와 남을 두루 이롭게 하고, 더 나아가 인류와 지구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공부하겠다는 목표가 있을 때 우리 두뇌의 힘은 놀랄 만큼 향상된다.괴롭힘이 만연한 학교현장에 ‘나와 민족과 인류의 평화’를 모토로 관계적 관점을 강조하는 뇌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오주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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