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들이 4시간씩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혼잣말로 심한 욕설을 내뱉거나 물건을 내동댕이치는 습관이 생겼어요. 컴퓨터 게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공부는 뒷전으로 내몰고, 식사도 거르기 일쑤예요. 밤에 잠도 안자고 게임을 하고 학교에 가서는 꾸벅 꾸벅 존다고 선생님께 연락이 옵니다. 학교 성적도 떨어지고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면 잔소리 한다고 폭언과 반항으로 가족들과의 갈등이 날이 갈수록 늘어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게임중독으로 보이는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걱정이다.
▲ 중독은 단순히 의지의 문제나 성격적 결함에서 비롯된 현상이 아니라 보상에 관한 뇌의 메커니즘 문제이다. <사진=Pixabay 이미지>
우리 주변의 사람들 중에는 몇 가지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들의 경우, 병적으로 컴퓨터 게임을 한다든지, 스마트 폰에 매달린다든지, 하루 종일 인터넷을 한다. 어른들의 경우, 술이나 담배, 마약, 약물, 성, 도박 등 뭔가에 지나치게 빠져있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시대가 뭔가에 빠져있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들만큼 중독되길 강요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게임을 그만두지 못하고, 어른들은 술과 도박을 끊지 못할까?
정답은 ‘뇌’에 있다. 중독은 단순히 의지의 문제나 성격적 결함에서 비롯된 현상이 아니다. 중독됨으로써 따라오는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이 중요한 뇌의 메커니즘은 결국 생존을 위해서 고안된 기전이다.
폴 맥린(Paul MacLean)은 약물중독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의 뇌는 긍정적 인간관계를 맺을 때 나오는 뇌의 생화학적 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이 부족할 때 뇌는 부족한 물질을 보충하려는 시도를 한다. 즉, 약물중독은 대인 간의 애착이나 대인 간의 결속을 맺을 때 분비되는 생화학적 물질을 조작함으로써 친밀감과 애정의 보상 욕구를 채우려는 행위라는 것이다. 다른 중독들도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단다.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의 입장에서 게임으로 얻는 즉각적 쾌감은 시험을 잘 봐서 부모님께 칭찬받는 즐거움보다 더 빠르게 보상을 준다. 게임은 기다림이 필요가 없는 보상이다. 기다려야 하는 보상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보상은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그 가치가 덜 하다. 게임 중독처럼 큰 노력 없이 빠른 시간에 받는 보상은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상이나 인정을 받으려는 심리는 한 편으로는 자신을 해치기도 한다. 인정 중독에 빠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약물중독을 포함한 기타의 중독은 결국 인간 간의 관계에서 얻어지는 인정과 사랑, 보상, 애착, 친밀감 같은 심리적 특성들이 부족한 자들의 생존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독자들이 뭔가에 집착하는 것은 중독 대상을 접하거나 경험하는 동안만 보상회로가 작동하기 때문인데, 중독자들이 타인에 대해 매우 무관심하고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며 어색하고 유치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버림을 받거나 아기가 엄마와 떨어질 때 금단현상과 같은 고통이 따른다. 뇌과학자들은 코카인 갈망이 생기면 전방띠피질이 매우 강하게 발화하고 전두엽의 활성도가 떨어진다고 보고한다. 모성행동과 양육 그리고 애착과 관련된 전방띠피질이 활성화되고, 예측과 억제를 위해 진화된 전두엽이 억제되면, 자제력을 잃고 미래의 결과도 생각하지 않은 채 연인에게 빠질 수 있다. ‘사회적 관계와 약물중독의 관계는 복잡하지만, 이 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맥린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증거이다.
한 번 중독에 빠져들면 헤어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집중적인 심리상담 또는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기에 예방이 가장 적극적인 치료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예방을 위해 우리 아이들 어떻게 키워야하는가?
대부분의 성인 중독자들은 중독의 원인을 성장배경에서 찾는다. 어릴 적 부모로부터 정서적인 학대와 폭력을 경험하거나 부모-자녀 관계의 갈등과 불화, 학교 성적 저하로 인한 비관, 정서적 위축, 자신감 저하, 외로움을 원인으로 든다. 즉, 부모로부터의 애정결핍이나 정신적인 상처가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엄마는 우리를 안아주고 먹여주고 뽀뽀해주고 보살펴준다. 생애 초기에 엄마와 상호작용한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으로 기억된 내면화된 엄마가 있다. 이런 따뜻한 내면화된 엄마가 기억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 성인이 되었을 때 좋은 성격과 좋은 인간관계, 그리고 자기를 진정시키는 능력과 자존감을 갖게 된다. 이런 아이들은 힘들고 외롭고 지칠 때 어머니의 포근함과 친근감을 기억하며 마음을 안정시킨다. 즉, 진실하고 살아있으며 지속적인 인정과 사랑이 있으면 중독이 주는 즐거움을 뿌리칠 수 있다.
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오주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