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원의 뇌똑똑 자녀교육 17편] 고자질 하는 아이의 뇌

[오주원의 뇌똑똑 자녀교육 17편] 고자질 하는 아이의 뇌



“저보다 3살 어린 남동생이 있어요. 근데 진짜 짜증나요. 저한테 누나라고 안하고 ‘야!’라고 하고, 둘이서 있을 때 한 대 때리면 그냥 막 대들다가 엄마가 오면 쪼르르 달려가서 고자질해요. 제 모든 행동을 감시해요. 막 자기한테 다 허락받고 해야 한다는 듯이. 완전 짜증납니다. 제가 복싱을 좀 배웠거든요. 그래서 복싱으로 위협해보기도 하는데 위협하자마자 바로 엄마나 아빠에게 쪼르르 달려가 고자질 합니다. 이런 동생의 버르장머리 없는 성격 고칠 방법이 없을까요?” 남동생의 고자질에 화가 난 중학생 여자아이의 푸념이다.  

▲ 사랑받지 못하는 뇌는 신경을 곤두세워 주변을 살피고 경계하고 자신의 사랑을 빼앗아 갈만한 대상들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공격한다. <사진=Pixabay 이미지>

아이들 중에는 교사나 부모에게 고자질을 잘 하는 아이들이 있다. 친구나 형제가 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금이라도 실수하거나 이상한 짓을 하면 곧바로 부모나 교사에게 일러바친다. 무언가 일이 있을 때마다 먼저 달려와서 자기가 본 것을 일러바치는데 대개는 자신과 관계가 없는 것을 일러바치게 된다.  

이 아이는 왜 그럴까? 이 같은 아이를 잘 관찰해보면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의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가 가정에서 충분히 채워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신은 친구와 함께 놀지 않지만 그래도 놀고 싶고 친구가 하는 놀이에 참가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잘 어울리지 못한다. 그래서 모두가 노는 것에 심술이 나서 교사나 부모에게 고자질하게 되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평소에 부모로부터 ‘옷을 더럽히지 마라’, ‘싸움을 하니까 밖에 나가지 마라’등 잔소리나 간섭을 받기 때문에 더러운 것이 신경이 쓰여서 놀 수가 없다. 자신이 금지당하고 있는 것을 자유롭게 하는 친구들이 샘이 나서 자신은 좋은 아이이고 친구들은 나쁜 아이라고 결정하고 친구들의 일을 어른들에게 일러바치면서 만족을 얻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인정과 사랑에 늘 목말라 한다. 거의 모든 정신병리는 인정과 사랑을 갈망하는 변연계가 편안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고자질하는 뇌 역시 인정과 사랑을 갈망하는 변연계의 욕구와 사랑받지 못할 것 같은 불안과 공포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사랑을 지켜내고자 하는 공격성이 조합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뇌는 섬피질, 전방띠피질, 꼬리핵, 조가비핵을 포함한 영역이 활발하게 작동하면서 편도체, 후방띠피질의 활성도는 감소한다. 즉, 사랑의 경험으로 공포시스템의 활동이 감소하고 환경을 탐색하는 후방 띠피질을 비롯한 다른 피질의 활성도도 현저하게 감소한다. 사랑은 외부세계의 위협과 내부 세계의 수치심을 둔화시킨다. 사랑하면 경계심을 풀고 걱정에서 해방된다. 반면에, 사랑받지 못하는 뇌는 신경을 곤두세워 주변을 살피고 경계하고 자신의 사랑을 빼앗아 갈만한 대상들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공격한다. 

이런 아이를 부모는 어떻게 다루어야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평소에 그 아이의 능력이나 좋은 면을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고자질을 하지 않고도 인정받을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다면 굳이 고자질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사람을 고자질 하는 것을 듣고도 부모는 조금도 기뻐하는 표정을 보여서는 안 된다. 사랑과 인정의 대상인 부모나 교사의 기뻐하는 모습, 미소 짓는 모습은 그 자체로 우리의 뇌에 강한 동기유발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가 교사나 부모에게 고자질 할 때, 그 아이의 고자질 내용을 인정해주면 안 된다. 즉, ‘그래, 그 아이들은 나쁜 아이들이고, 너는 착한 아이구나’식의 인정은 고자질을 강화하게 되고 이후에도 고자질을 반복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인정과 사랑에 목말라있는 우리의 뇌는 인정과 사랑을 받을 만한 요인에 강하게 끌리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흙놀이 한다고 일러바치면 아이에게 동조하지 말고, “그래? 그 애들은 흙놀이가 재미있나 보구나.”, “흙놀이는 좀 더러워지기는 해도 재미있는 놀이야. 너도 한 번 해 봐!”라고 덤덤히 말한다. 그러면, 자신이 열심히 일러바치는데도 부모나 선생님이 상대해 주지 않거나 흙놀이에 대한 선악의 개념이 아닌 ‘흙놀이는 어떻게 할까, 나도 해보면 어떨까’ 등으로 확대해서 그 아이가 불안하게 느끼는 더러움에 대한 시각을 바꿔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유도할 수 있다. 

뇌교육에서 ‘실수, OK!’라는 말이 있듯이, 나를 포함하여 사람들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음을 알고 그 실수를 인정하고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도 수용할 수 있음을 강조하면 아이는 훨씬 유연한 뇌를 갖게 된다. 부모나 교사가 먼저 ‘실수, OK!’ 같은 다양하고 폭넓은 시각을 가지고 있을 때, 아이는 고자질하는 것이 즐겁지 않고 의미 없는 것이라는 것을 점차 알아가게 될 것이다. 


매주 목요일 브레인미디어에는 오주원 국제뇌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과 교수가 재미있는 사례와 뇌교육 원리를 통해 우리 아이의 뇌를 행복하게 하는 비결을 알려주는 칼럼이 게재됩니다.  [편집자 주]

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오주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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