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대한민국發 교육 실험, 대안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를 주목하다
[6편] 작은 나를 넘어 지구를 무대로 활동…벤자민인성영재와 국제멘토
"예전에는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럴 시간도 없었고, 그런 고민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어요. 제가 해야 하는 것, 제가 해도 되는 건 공부밖에 없었거든요. 언제나 공부, 시험에만 정신이 팔려있었어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보낸 1년, 그리고 졸업 후 2년은 제 인생에서 저만의 가치관, 세계관을 만들고 또 넓혀갈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공부만 하면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제가 아니라, 하루하루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진짜 제가 되고 있어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 졸업생 조은별 양(19)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은별 양은 모든 부모가 선망한다는 국제고등학교 대신 대안학교(벤자민학교)에서 1년을 보낸 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다양한 나라에서 활동해왔습니다. 내년 1월에는 다시 미국으로 갑니다. 미국 12개 대학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고 그중 한 대학에 진학할 예정입니다.
벤자민학교의 설립식 및 첫 입학식이 열린 2014년 3월 4일 은별 양과 첫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리고 3년이 훌쩍 더 지났네요. 은별 양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벤자민학교 졸업 후 부모님은 원래 가려고 했었던 국제고등학교로 돌아가길 원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학교로 돌아가 3년을 지내면서 배우는 것보다, 학교 밖에서 자유롭게 세상을 학교 삼아 더 많은 것을 공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교사인 엄마가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제 선택을 믿어주셨죠.”
벤자민학교 1년 동안은 정말 열심히 자기계발에 집중했습니다. 원래 언어에 관심이 많아 익숙했던 영어와 일본어 외에 중국어도 배우며 자격증을 땄습니다. 공연 기획을 좋아해서 매주 집인 청주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뮤지컬 수업도 들었죠. 각종 청소년 봉사활동, 국제 행사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벤자민학교의 국제교류활동 통해 다름이 아니라 같음을 보는 눈 생겨
국가, 언어, 문화를 넘어 세계인과 함께 성장하게 됐다
“벤자민학교 다니는 동안은 평소에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하느라 정말 바빴어요. 그런데 주도적인 성향이 강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때가 있었어요. 졸업 후에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함께 일하는 법을 배웠어요. 다양한 나라에서 일하면서 이제는 즐겁게, 그리고 조화롭게 일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은별 양은 벤자민학교 졸업 후 국제뇌교육협회(IBREA)가 운영하는 지구경영 글로벌리더십과정 1기생으로 선발되어 미국 전역을 무대로 3개월간 활동했습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벤자민학교 중앙팀에서, 그리고 지금은 일본 벤자민학교로 건너가 근무하고 있죠.
▲ 일본 벤자민학교의 청년 과정인 '벤자민갭이어' 워크숍에서 I-CARE 벤자민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은별 양
미국과 일본에도 학교가 있는 벤자민학교를 다니며 은별 양은 다양한 국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미국 지구시민연합(ECO)에서 추진하는 I-CARE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아 'I-CARE 벤자민'을 만들었습니다. 올해 6월에는 네팔 지진 피해 지역에 옷 보내기를 했고, 11월에는 일본 벤자민학교와 함께 볼리비아에 화장실 지어주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 단체, 기관에서 하는 국제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했어요. 그런데 벤자민학교에서 하는 국제교류는 특별한 점이 있어요. 바로 우리는 모두 같은 지구에서 살고 있는 지구시민이라는 공통점을 강조하죠. 반면, 다른 대부분의 기관에서는 우리는 한국인, 일본인, 미국인 이렇게 다른 나라, 다른 문화라는 걸 전제로 하거든요.
다름이 아니라 같음을 강조하는 벤자민학교를 통해서 저는 문화를 그저 공유하는 것을 넘어, 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어요. 저만의 세계관을 넓힐 수 있었던 정말 중요한 시간이었어요."
잘했었기 때문에 언제나 더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심했었다는 은별 양. 이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최선을 다하고 순간을 감사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미국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은별 양의 꿈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벤자민학교 교육을 통해서 참 많이 성장했어요. 앞으로는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경영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싶어요. 관련 국제기구에서도 일해보고 싶고요. 이 지구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활동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