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인문학] AI를 활용한 디지털 교육이 성공하려면

[브레인 인문학] AI를 활용한 디지털 교육이 성공하려면

브레인 113호
2025년 10월 31일 (금)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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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인 인문학 [이미지=게티이미지 코리아]


“기술만 교실에 던져놓으면 모든 것이 완벽해질 거라는 기대는 착각”

지난달 미국 CNBC TV 아침 프로그램 ‘스쿼크 박스’에 칸 아카데미 설립자 살만 칸Salman Khan이 출연했다. 

칸 아카데미는 학생들의 학습을 돕기 위해 무료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비영리 교육 기관이다. 살만 칸은 방송에서 최근 칸 아카데미가 새롭게 선보인 ‘칸미고Khanmigo’를 소개했다. 

칸미고는 기존의 칸 아카데미 콘텐츠에 ‘소크라테스식 대화’를 결합해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돕는 ‘대화형 AI 개인 튜터’다.

이 인터뷰에서 특히 관심을 끈 것은 교실 속 인간 교사의 역할에 대한 언급이었다. 

칸은 “기술만 교실에 던져놓으면 모든 것이 완벽해질 거라는 기대는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칸미고를 도입한 지역이나 학교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교사들이 AI 도구를 교육에 능숙하게 활용하는 전문성을 갖추었을 때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결국 AI 도구보다 학생들이 학습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돕는 교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칸의 저서 《나는 AI와 공부한다》는 작년에 출간되어 칸미고의 사례를 상세히 소개하며 교육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있다.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관한 논란

칸의 인터뷰를 보며 우리나라에서 2022년 발표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떠올렸다. 당시 정부는 2025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영어·수학·정보 과목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고, 2028년까지 모든 교과목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디지털 교과서의 학습 효과에 대해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고, 학교 현장의 준비도 미흡한 상황이었다.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이미 중독되어 있는데, 교실까지 디지털화하면 어떻게 하느냐”, “손으로 쓰는 능력이 퇴화한다”, “교사의 역할이 축소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결국 교육부는 작년 11월, 디지털 교과서 도입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국어와 기술·가정은 당초 2025년 도입에서 제외하고, 사회와 과학은 2027년으로 연기했다. 대신 2025년 3월부터는 영어·수학·정보 과목에만 우선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76종의 AI 디지털 교과서 검정을 완료하고, 15만 명의 교원 연수를 진행했으며, 1천2백 명의 디지털 교사를 학교에 배치하는 등 시행 관련 준비를 해왔다. 학부모와 교사가 디지털 교과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12월부터는 지역별 박람회를 운영한다고 한다.

AI 교육이 교육의 비인간화를 불러올까?

스웨덴, 핀란드, 프랑스 등 유럽의 일부 국가는 학생들의 문해력과 집중력 저하 문제를 우려해 고등학교까지 AI와 디지털 기기 활용을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개인 맞춤 교육을 위해 AI 도구를 도입하고자 할 때 대면하는 가장 근본적인 우려는 ‘교육의 비인간화’다. 그러나 정말 AI 교육이 교육의 비인간화를 불러올까?

많은 사람이 AI 활용 교육이 인간적 교류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걱정한다. 하지만 정작 두려워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미래세대가 AI의 강점과 인간의 가치를 균형 있게 경험하지 못한 채 자라나는 것이다.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은 “인간이 AI에 의해 대체되지는 않겠지만, AI를 다룰 줄 아는 다른 인간에게 대체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대한민국 교육의 비인간화는 디지털 기술 도입으로 인해 만들어진 문제는 아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입시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오직 성적으로만 평가받는 현실이야말로 더 근본적인 문제다. 

청소년들은 이미 학교 밖에서 AI와 디지털 기술에 익숙해져 있다. 만약 이들이 AI를 적극 활용해 더 창의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오히려 인간으로서의 고유한 가치를 자각하면서 자신감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AI 활용 이전에 필요한 것은 주체적 학습의 회복

실제로 한국을 비롯한 기술 선진국에서는 일자리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업들은 초급 수준의 기술과 지식으로도 대체 가능한 업무라면 신규 인력 채용 대신 AI 활용을 선택하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 정형화된 분석, 기본적인 고객 응대 등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수많은 미래 예측 보고서가 지적해 온 것은 분명하다. 교육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복잡한 관계 속에서의 협업과 소통, 윤리적 판단이 필요한 의사결정, 공감 능력 등―을 길러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AI 도구들을 능숙하게 다루며 ‘에이전트agent’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까지 요구되고 있다.

칸미고는 AI를 배제하지 않고 교육 목표를 극대화하는 길을 보여준다. 학생이 답을 모르겠다고 할 때 AI가 단순히 정답을 알려주는 대신 “이 부분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설명해 볼래?”라고 물으며 학생 스스로 답을 찾아나갈 수 있게 안내한다.

 그리고 사고 과정의 잘못된 부분을 짚어주며 적절한 힌트를 제공한다. 이런 방식은 학생들의 성취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학습 흥미와 몰입도도 크게 향상시켰다고 한다. 

결국 AI를 적극 활용하는 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창의적 사고, 비판적 분석, 협력적 문제 해결 등 인간 고유의 능력을 더욱 단련하게 된다. AI와 경쟁하는 대신, AI를 활용해 인간의 고유 능력을 키워가는 것. 그것이 미래 교육의 핵심이다.

물론 한국 교육에는 AI 도입 이전에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왜 공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학생 스스로 답을 찾아나갈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 많은 학생은 뚜렷한 목적 없이, 남들이 하니까, 부모가 시키니까, 대학 입시를 위해서라는 외재적 동기만으로 공부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소질이 있으며,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성찰 없이 입시라는 레일 위를 달려가고 있다.

따라서 진짜 시급한 것은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자신의 학습 동기를 찾은 학생은 AI를 비롯한 어떤 도구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결국 AI 활용 이전에 필요한 것은, 인간다운 성찰과 주체적 학습의 회복이다.

글_김지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 지구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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