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 지구의 북반구가 폭염으로 끓고 있다. 미국 텍사스에서는 100년 만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엄청난 비가 내려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그중에는 캠핑 중이던 어린 청소년들도 많았다. 세계 곳곳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고 있는데, 주지하다시피 그 피해는 공평하지 않다.
예상하지 못했던 바가 아니다. 2015년 12월, 유엔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과시켰을 때 이미 인류가 지금 바로 뭔가 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후 10년 동안 어느 국가도 탄소 감축을 위한 진정성 있는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동안 인류가 만들어온 문명을 뿌리부터 바꾸지 않는 한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 “우리가 뭘 한다고 달라지겠어?”라는 무력감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할 윤리적 책임이 있다. 아직 이 지구에 오지 않은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경제적 취약계층이 겪는 불평등한 피해, 그리고 바로 이 지구의 생태계에 미치는 피해에 대한 책임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청소년과 청년세대가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핵심은 우리 스스로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낼 힘이 있다고 믿는 청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를 널리 확산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국제뇌교육협회는 BTS의 모교이자 뇌교육 특성화 대학으로 잘 알려진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재학생 중에서 이러한 모델을 찾아 ‘청년 지구경영*자’라는 이름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먼저 네 명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전체 이야기는 국제뇌교육협회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춤과 노래로 세상을 살리는 문화운동을 하고 싶어요”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방송연예학과에 재학 중인 정현주 학생은 ‘K Starz 천신무예예술단’(이하 천예단)의 창단 멤버다. 천예단은 무대 위에서 춤과 노래, 전통 무예를 통해 홍익정신을 K-스피릿으로 알리는 예술단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K-팝을 사랑한 그는 천예단 창단 소식을 접하고 오디션에 도전해 막내로 입단했다고 한다. 이후 지난 6년간 꾸준한 훈련과 공연 활동을 통해 퍼포먼스, 전통 무예, 보컬 등 다양한 역량을 갖추며 성장해왔다.
“처음 입단했을 때는 그냥 공연하는 게 좋고 무대에 서는 게 좋았어요. 그런데 계속 훈련을 통해 저와 친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가 공연으로 표현하는 K-스피릿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천예단의 첫 공연인 ‘화랑찬가’는 2019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초대되어 펼친 천예단의 첫 뮤지컬이다. ‘화랑찬가’는 심신 수련으로 호연지기를 길렀던 신라의 천지화랑과 함께, 학업 스트레스와 학교폭력 등으로 고통받는 지금의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현실을 대비해서 보여준다. 심신을 수련하며 의식을 키운 천지화랑처럼 우리도 스스로 미래의 희망이 되자는 메시지도 담았다.
최근에는 국경일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한 ‘캐츠고 댄스 챌린지’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국경일의 참된 의미와 홍익정신을 젊은 세대에게 친근하게 알리고자 간단한 춤 동작을 만들어 전국의 길거리에서 댄스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캐츠고는 ‘K-스피릿’과 ‘레츠고’를 합쳐 만든 말이라고 한다.
“댄스 챌린지에 동참한 시민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인가?’ 하는 질문을 하는데, 독립문 앞에서 만난 초등학생의 답이 정말 감동이었어요. ‘세계적으로 문화를 알릴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거든요. 그날 여러 초등학생과 이야기 나누면서 아이들도 우리의 홍익정신을 알고 그것을 가치 있게 여긴다는 걸 느꼈습니다. 어떤 분은 ‘홍익인간이 많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런 분들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희망이 있는 나라구나 생각했어요.”
정현주 학생은 천예단의 활동이 많은 어려움 속에 있는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K-스피릿을 문화예술로 표현할 때 느끼는 뿌듯함을 대한민국의 많은 청년들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33인의 독립선언 민족대표처럼 저도 33명의 단원을 모아서 즐겁고 신나게 홍익정신을 전하는 예술단을 만들고 싶어요. 춤과 노래로 세상을 살리는, 그런 문화운동을 하고 싶습니다.”
▲ 김채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기반상담심리학과 학생
“자신이 어떤 것에 기쁨을 느끼는지 알아야 해요”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기반상담심리학과에 재학 중인 김채영 학생은 10대 시절, 스스로 진로를 탐색하기 위해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벤자민인성영재학교를 택했다. 이 학교는 5無 학교(정규 교과 수업, 교과 선생님, 시험, 성적표, 학교 건물이 없는 학교)로 잘 알려져 있는데, 정규 교과목 대신 학생 스스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도전하면서 자신의 꿈을 찾아가도록 이끄는 대안교육 기관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잠깐 멈추는 것도 쉽지 않아요. 다들 어딘가를 향해 뛰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그것이 정말 자신이 원하는 방향인지, 멈춰서 자신에게 물어볼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아요.” 벤자민학교의 일 년은 부모나 교사가 아니라 학생 스스로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 되어 자신이 원하는 꿈을 찾아가는 시간인 것이다.
“1년이면 꿈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꿈보다 먼저 나 자신을 찾게 되더라고요.” 정말 뭘 하고 싶은지 알려면 우선 자신이 어떤 일을 할 때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아직은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무슨 일을 하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나에게도 도움이 되고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홍익’을 모든 활동의 기준으로 삼는 벤자민학교에서의 경험이 그런 마음을 키웠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스스로 느낄 때 뿌듯했던 경험을 반복하면서 ‘홍익’이 삶의 태도가 된 것이다.
더 나은 선택을 위해 필요한 것은 자기를 성찰하는 힘이다. 벤자민학교에서 김채영 학생은 그 훈련을 매우 체계적으로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불편한 감정이 생기면 항상 그 원인을 남이 아닌 ‘내 안’에서 찾으라”는 선생님의 조언을 따라,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훈련을 꾸준히 해왔다고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심리학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대학 전공으로 상담심리학을 선택했다.
“제가 겪은 감정들이 학문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걸 공부하니까 너무 재미있어요. 체험이 먼저 있었기 때문에 이론이 더 잘 와닿고, 다른 사람을 도우려면 지식과 표현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느끼고 있어요.”
“내가 건강하지 않으면 지구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아요”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방송연예학과 이바롬 학생은 비영리단체인 지구시민연합에서 청년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구시민연합은 한국과 일본, 미국, 뉴질랜드, 유럽 등지와 네트워크를 이뤄 글로벌 캠페인을 펼친다.
한국에서는 전국 22개 지부를 기반으로 EM 흙공 던지기, 플로깅, 보틀투보틀(Bottle to Bottle) 캠페인 등 친환경적 실천을 확산하는 활동과 함께 기후 위기로 위협받는 심신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는 지구시민연합이 다른 환경단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지구적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방식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인간 내면의 변화를 강조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한다. 기후위기나 환경오염을 단지 외적인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지구를 대하고 있는지를 성찰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내가 건강하지 않으면 지구의 고통도 잘 느껴지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이바롬 팀장은 지구시민연합에서 ‘나로부터 시작되는 지구 건강’을 모토로, 맨발로 걷는 ‘어싱 챌린지(Earthing Challenge)’, 몸과 마음을 깨우는 ‘지구시민런(Earth Citizen Run)’ 같은 활동을 진행해 왔다. “맨발로 땅을 딛는 순간, 지구와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그는 또 청년세대를 위한 문화적 소통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방송연예학과를 선택한 이유도 그래서이다. “노래를 좋아하지만, 자신감이 없었어요. 그래서 더 배우고 싶었죠.” 지금은 자신이 기획하는 활동에 체조, 노래, 콘텐츠 제작 등을 접목하며, 보다 즐겁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지구시민의식을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지난해 12월 개최한 ‘청년 지구시민 페스타’이다. 한겨울에 캠프파이어를 하며 전 세계 15개국에서 참가한 7백여 명의 청년들이 함께 “Glory 2025”를 외쳤다. 미래에 대한 불안 대신 지구에 대한 책임감과 희망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그는 앞으로도 이 운동을 더 키우고 싶다고 한다. “청년 지구시민 페스타를 더 많은 나라에서 열고 싶어요. 누구든지 자신의 자리에서 지구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음을 체험하고 실천하면 좋겠어요.”
“지구경영은 나의 내부 감각을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박우혁 명상 트레이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명상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 이후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에 진학해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12년 차 명상 트레이너로 성장했다.
그가 명상을 처음 접한 것은 중학교 시절. 당시 그는 가정 내 갈등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깊이 병들어 있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스트레스성 탈모, 일상생활의 단절까지 겪는 중에 우연히 접한 뇌교육 명상을 통해 조금씩 일상을 회복해 갔다. “다른 사교육은 전혀 받지 않고 명상과 학교 수업만으로 전교 최하위에서 고2 때 전교 17등까지 성적이 올랐어요. 몸과 마음이 안정되니 집중력도 자연스럽게 높아졌죠.”
대학 입학 후, 그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결국 자신을 살린 명상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그렇게 그는 20대의 대부분을 명상 지도자로 살았다. 그가 지도하는 뇌교육 명상은 한 가지 명상법이라기보다는 몸의 감각을 깨우고, 에너지를 느끼며, 감정과 생각을 정화하는 과정을 포함한 명상 훈련 시스템이다.
“요즘 사람들은 자기 발바닥 감각도 잘 느끼지 못해요. 스마트폰 중독, 디지털 과잉 속에서 감각이 마비된 줄도 모르고 살아가죠. 몸의 감각을 회복해야 이를 통해 에너지를 느끼고 활용하는 감각을 깨울 수 있어요. 몸에 흐르는 미세한 에너지에 대한 감각이 깨어나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식이 확장됩니다. 이것이 지구경영 실천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죠.”
박우혁 트레이너는 뇌가 정보에 무방비하게 지배당하는 상태를 일컫는 ‘브레인롯(뇌썩음)’을 언급하며, 디지털 중독으로 우울과 불안이 증가하는 청년세대의 문제를 짚었다. “SNS에 올라오는 멋진 모습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며 좌절감을 느낀다고 하죠. 그것에서 빠져나와 자기 내면의 감각에 집중할 때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도파민 중독에 빠진 사람이라면 작은 성취를 통해 도파민의 주인이 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도파민 자체는 나쁜 게 아니에요. 성취를 이루는 데 필요한 아주 중요한 호르몬이죠. 쉽게 얻어지는 쾌락보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킴으로써 얻는 만족감이 더 큰 기쁨을 줍니다.”
그는 인터뷰 끝에 이렇게 말했다. “내가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도파민이 나올 수 있는 삶. 그렇게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 저에게는 명상의 길이자 지구경영의 실천입니다.”
글_김지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 지구경영학 박사.
* ‘지구경영’은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초대 총장인 일지 이승헌 국제뇌교육협회 협회장이 한민족의 고유 철학과 정신문화의 가치를 담은 국학을 바탕으로 인류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제시한 개념이다. 평화를 실현하는 기술로서의 뇌교육을 지구경영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2015년 뇌교육 석박사 과정이 있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에 지구경영학과가 개설되었다. 지구경영은 특정 국가나 민족, 기업의 이해가 아닌 지구 자체를 중심 가치로 삼으며, 그 주체는 지구를 삶의 중심 가치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지구시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