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중심의 가치를 선택하는 지구시민의 탄생
국제뇌교육협회는 지난해 6월 뇌교육특성화 대학인 글로벌사이버대학교와 함께 ‘지구경영포럼’을 개최했다. 글로벌사이버대학교가 세계 최초로 ‘지구경영 융합전공’ 학사과정을 시작하는 시점에 뇌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로서 지구경영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지구경영 융합전공 첫 전공필수 과목으로 ‘지구경영 이해’ 교과목을 공동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지구경영의 모태가 된 ‘지구인정신’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모두 하나라는 한민족의 천지인天地人 정신과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을 글로벌 버전으로 확장한 개념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이미 20세기 후반부터 요가와 명상의 대중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이 영적인 탐구에 진지하게 몰입했다. 이러한 영적 갈망을 개인의 깨달음 추구를 넘어서서 사회의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실천으로 이어가자는 제안을 담은 책 《힐링소사이어티》가 2000년에 출간되었고, 이는 힐링소사이어티 사회문화운동으로 확산되어 미국 전역을 뜨겁게 달궜다.
2001년 한국에서는 평화를 위한 새로운 세계관과 방법론을 모색하는 ‘제1회 휴머니티 컨퍼런스’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는 모리스 스트롱 유엔평화대학 총장,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시모어 타핑 퓰리처위원회 위원장, 국제적인 인권운동가 와이엇 티 워크 목사 등 힐링소사이어티 운동의 취지에 공감한 국내외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컨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은 ‘지구인선언문’을 채택했다. 이 선언문은 민족과 국가 사이에 대립하는 가치들을 지구를 포괄하는 가치체계로 회복할 것과, 지구인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실천을 선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구인선언문’ 이후 지구시민운동의 정신을 담은 ‘지구시민선언문’으로 발전했다.
변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앨 고어는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 2001년 당시 부통령 임기를 막 끝낸 시점이었다. 이후 그는 심각한 기후위기를 전 세계인에게 알린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을 제작했다. 2006년에 발표된 이 다큐멘터리는 지구온난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인류의 즉각적인 행동이 시급함을 알리는 앨 고어의 강연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가 휴머니티 컨퍼런스에서 한 강연은 훗날 그 다큐멘터리의 핵심 요약 버전이었던 셈이다.
그의 한 시간 남짓한 강연에서 앞으로 다룰 지구경영과 연계되는 내용을 다음 두 개의 질문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첫째, 지구온난화 문제를 왜 해결하지 못하는가?
앨 고어는 지구가 너무 커서 인간이 감히 지구에 항구적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착각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전 세계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해왔고, 또한 강력한 신기술의 개발과 상용화는 인류가 이 지구의 운명을 바꿀 힘을 갖게 했다.
둘째,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그는 인간과 지구의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즉 지구를 착취의 대상이 아닌 돌보고 지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공생의 문화를 모색하는 지구경영학
지구경영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국학원 개원식에서였다. 국학원 설립자이기도 한 이승헌 국제뇌교육협회장은 당시 국학원 개원식에서 국학원의 설립 이념을 ‘한민족의 새로운 탄생과 지구경영을 위하여’라고 밝혔다. 국학원을 통해 그동안 잊혀졌던 우리 고유의 역사, 철학, 문화를 되살리는 이유는 한민족의 천지인 정신과 홍익인간 정신, 그리고 선도문화가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구인정신으로 확대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지구를 중심가치로 삼아 지구경영을 실현하는 초석으로서 국학원이 세워진 것이다.
지구경영이 특정 시기의 사회문화운동이나 캠페인으로 끝나지 않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 지구와 인간의 관계, 그리고 가치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기술이 융합된 실천 융합 학문으로 발전해야 한다.
2004년 국학원 설립 이후 10년 만인 2015년,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에는 지구경영학 석 .박사과정이 만들어졌다. 2022년에는 미국에도 지구경영 석사과정이 개설되었다. 2024년 글로벌사이버대학교에 지구경영 융합전공이 개설됨으로써 한국에는 지구경영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이 모두 갖추어졌다.
지구경영 융합전공의 첫 전공필수 과목은 국제뇌교육협회와 공동 운영하게 된다. 이미 글로벌사이버대학교에서는 지구경영 융합전공 개설 이전부터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지구경영으로의 초대’라는 교양필수 과목을 운영해왔다.
이 과목은 기후 변화로 인한 인류의 생존위기, 기술혁명이 가져온 인간의 고유가치에 관한 문제 등 현재 인류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다룬다. 교과목 명칭이 암시하듯, 이는 지구경영의 관점에서 우리의 역사와 미래, 개인의 역량 계발과 비전을 탐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지구경영 이해’ 과목은 구체적으로 우리 사회의 경제, 정치,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미국, 엘살바도르, 뉴질랜드 등 해외에서 뇌교육을 활용해 청소년들이 지구경영 리더십을 기르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지구경영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통해 개인과 국가 차원의 성공을 넘어 지구를 절대가치로 삼는 공생의 문화를 모색하고, 이를 실현할 리더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바란다.
글_김지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 지구경영학 박사 | jkim6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