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뇌를 되찾아야 합니다.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수많은 정보와 우리의 주의를 빼앗는 디지털 기기, 그리고 스스로 만든 고정관념과 습관에서 벗어나 뇌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주도권을 회복해야 합니다”
최근 대한민국 두뇌훈련 분야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협회 추천도서로 토크영상을 찍은 ‘브레인폰을 켜라’에 나오는 문구이다.
2011년 미국 워싱턴대학교 데이비드 레비 교수는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기기의 멀티태스킹과 자극에 익숙해지면서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정보에만 반응하는 현대인의 뇌를 ‘팝콘 브레인'이라 표현한 바 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나,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2025년을 앞두고 ‘브레인 롯(Brain rot, 뇌썩음)’을 새롭게 제시했다.
0과 1로 대표되는 20세기 컴퓨터 혁명에서 비롯된 모든 것이 연결된 정보화사회 그리고 스몸비족(스마트폰+좀비)의 출현. 태어나서 흙과 사람보다 스크린으로 뇌에 정보를 입력받는 아이들. 인류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디지털 정보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모두가 알아야 할 사실은 수렵사회, 농경사회, 산업화사회, 정보화사회를 거치면서 발생한 현대인의 뇌에 대한 외적, 내적 환경의 변화이다. 뇌 바깥세상에서 가장 변화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인공 빛’이 출현한 것이다.
지구의 나이 46억년.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는 약 30~40만년. 지구에 살아가는 인간에게 하루 24시간의 생체리듬은 낮과 밤, 즉 태양 빛에 의해 살아가도록 인간의 뇌가 적응해왔는데 이것이 송두리째 흔들린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자연 빛이 아닌 인공 빛의 출현으로 인체 항상성을 유지하는 근본의 자율신경을 흔들리게 만들고 있다.
외적 환경변화의 핵심이 ‘빛’이라면, 내적 환경은 신체적 활동 감소가 가장 큰 요인이다. 인간은 고등동물이지만, 생명종의 핵심이 움직임을 바탕으로 하는 ‘동물(動物)’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현대인들은 육체적 스트레스보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커졌고, 이는 단지 잠을 잔다고 과거에 비해 뇌기능 회복이 뒤따라오지 못하는 불면 사회를 만들어내는 단초가 되었다. 인간 뇌의 외적, 내적 환경변화를 알지 못하면, 오늘날 현대인의 마음건강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의식이 외부로 향하게 될수록, 몸과 마음의 상호연결성은 약해진다. 몸을 느끼는 감각은 떨어지고, 감각의 퇴화는 자율신경계 부조화로 이어져 세계보건기구가 주목하는 비전염성질환의 주요 원인이 된다.
TV를 보다 무심코 돌린 홈쇼핑 채널에 잠시 머물다가, 어느 순간 물건을 살까말까 고민하고 있는 나를 느낀 적이 있는가? 상품구매까지 이어졌을 때, 과연 내가 물건을 산 것일까 아니면 뇌 속 정보가 나로 하여금 사도록 만든 것일까.
모든 정보는 뇌의 활동에 의해 처리된다. 결국 뇌 속에 담긴 정보가 그 사람의 행동과 사고를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이며, 좋은 뇌 상태를 만드는 훈련과 습관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브레인폰을 켜라’
글. 장래혁
누구나가 가진 인간 뇌의 올바른 활용과 계발을 통한 사회적 가치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뇌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학과장으로 있다. 유엔공보국 NGO 국제뇌교육협회 사무국장, 2006년 창간된 국내 유일 뇌잡지 <브레인> 편집장이기도 하다. 대표 저서는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