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혁의 뇌교육 가이드 44편] Brain Rot(뇌썩음),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

[장래혁의 뇌교육 가이드 44편] Brain Rot(뇌썩음),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

장래혁 뇌교육 가이드

2011년 미국 워싱턴대학교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 교수는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의 멀티태스킹과 자극에 익숙해지면서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정보에만 반응하는 현대인의 뇌를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라 표현한 바 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나,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2025년을 앞두고 모든 것이 연결된 디지털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로 ‘브레인 롯(Brain rot, 뇌썩음)’을 새롭게 제시했다. 

0과 1로 대표되는 20세기 컴퓨터 혁명에서 비롯된 모든 것이 연결된 정보화사회 그리고 스몸비족(스마트폰+좀비)의 출현. 태어나서 흙과 사람보다 스크린으로 뇌에 정보를 입력받는 아이들. 인류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디지털 정보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오래전 사냥을 하며 생존했던 수렵사회, 인류가 정착하기 시작했던 농경사회 그리고 대량생산체제와 지식학습 체계를 갖추게 된 산업사회. 그리고 오늘날 정보화 사회와의 차이는 무엇일까. 

인간의 뇌는 간단히 말하면 뇌 바깥으로부터 정보를 입력받아 처리해서 출력하는 일종의 ‘정보처리기관’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수렵사회, 농경사회, 산업사회, 정보화사회를 거치면서 정보의 양은 급증했으나, 뇌의 기본적인 구조와 기능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뇌 차원에서 21세기 정보화사회로의 진입은 ‘정보’ 자체가 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뇌가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 자체가 과거에 비해 수백 배 증가했고, 정보 전달 속도와 확산이 지구 전체에 거의 동시간대에 이뤄지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생물학적 기관인 동시에 정신활동을 담당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컴퓨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분할 수 있지만, 뇌는 명확히 구분되기 어렵다. 뇌 속 정보처리가 신경망의 변화, 즉 하드웨어를 동시에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뇌교육학에서는 뇌를 움직이는 핵심 기제를 ‘정보’로 인식하고, 뇌를 ‘정보체’로 정의한다. 그렇다면 정보 종속성이 커져만 가는 시대에 ‘나’라는 인간의 정체성과 가치 인식이 희미해져 가는 사회 구조 속에서 ‘나’를 잃어버린 뇌는 과연 어떻게 될까.

정보화시대가 인간 뇌 속 정보처리 방식에 미친 변화 중 하나는 신체 활동성이 줄어들고, 사람 사이의 정서적 교류가 감소하는 대신 스크린을 통한 정보입력과 신경망의 패턴화가 강화되는 이른바 ‘무의식적 습관’이 강해짐을 의미한다. 

긍정 습관과 부정적 습관의 차이는 ‘나’라는 자의식 그리고 그 의식이 투영된 태도와 행동 변화가 만드는데, 만약 그러한 ‘나’에 대한 인식이 약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른바 ‘정보중독’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이다. 

TV를 보다 무심코 돌린 홈쇼핑 채널에 잠시 머물다가, 어느 순간 물건을 살까말까 고민하고 있는 나를 느낀 적이 있는가? 상품구매까지 이어졌을 때, 과연 내가 물건을 산 것일까 아니면 뇌 속 정보가 나로 하여금 사도록 만든 것일까.

중독의 본질은 결국 ‘주인 자리를 뺏긴 것’이다. 그 자리에 정보가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셈이다. 주인 자리를 뺏긴 이유는 내가 없는 것이니, 나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키워야 근본적인 해결이 일어난다.

모든 정보는 뇌의 활동에 의해 처리된다. 정보의 양이 많고 커질수록, 반복되고 지속될수록, 사람들은 정보에 종속되고 영향력을 받을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결국 뇌 속에 담긴 정보가 그 사람의 행동과 사고를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이며, 좋은 뇌 상태를 만드는 훈련과 습관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글. 장래혁

누구나가 가진 인간 뇌의 올바른 활용과 계발을 통한 사회적 가치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뇌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학과장으로 있다. 유엔공보국 NGO 국제뇌교육협회 사무국장, 2006년 창간된 국내 유일 뇌잡지 <브레인> 편집장이기도 하다. 대표 저서로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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