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혁의 뇌교육 가이드 43편] 브레인트레이닝은 인지훈련이 아니다

장래혁의 뇌교육 가이드

‘뇌’는 그동안 의학 영역에서만 다루던 주제였다. 하지만 인류 과학의 정점이라는 뇌과학적 연구가 20세기 말 들어 급부상하기 시작하고, 뇌가 마음과 행동변화의 열쇠로 인식되면서 21세기 뇌융합적 흐름이 의학, 공학, 심리학, 인지과학, 교육학 등 모든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20세기 후반 들어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에 관련된 뇌과학 연구성과들이 나오면서, ‘뇌는 훈련하면 변화한다’로 대표되는 두뇌훈련 분야는 건강, 교육, 자기계발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주목받기 시작했다. 

의학적 치료나 과학적 연구 대상을 넘어 훈련의 대상으로 뇌를 바라보는 인식변화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당면하는 스트레스와 감정충돌, 부정적 습관의 해소, 역량계발 등 셀 수 없이 많고 다양한 문제가 존재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뇌를 훈련한다’라는 관점에서 브레인트레이닝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차이점이다. 동서양의 다른 시각의 이면에는, 몸과 마음의 상호관계에 관한 다른 인식과 문화적 특성이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에 대한 이해 없이는, 브레인트레이닝에 대한 막연한 접근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가진다.


서구 브레인트레이닝 핵심 ‘인지훈련’

먼저 세계 최대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서 ‘브레인트레이닝’을 검색해보면, 아래와 같은 설명이 나온다. 

“Brain training (also called cognitive training) is a program of regular activities purported to maintain or improve one's cognitive abilities. The phrase “cognitive ability” usually refers to components of fluid intelligence such as executive function and working memory.”      

핵심은 ‘브레인트레이닝은 인지훈련이며, 인지능력을 유지 혹은 향상시키는 것’이라는 점이다. 인공지능 챗GPT에 물어봐도 거의 동일한 대답이다. 역시 ‘인지기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인지기능은 뇌 구조와 기능 차원에서 보면 전두엽의 상위기능에 해당한다. 

인지기능 중심으로 서구의 브레인트레이닝이 자리한 배경에는 몸과 마음을 바라보는 근대 철학적 시각, 즉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현대 교육모델의 상징인 ‘지덕체(智德體)’와도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물질문명의 꽃으로 불리는 산업혁명 이후 공교육 시스템이 체계화된 지 200년이란 시간 동안 하나의 건물에서, 동일한 교과를, 일정 시간 체계적으로 배워왔던 지식기반 사회 속에서 교육은 국가발전의 핵심 원동력이었고 그 중심에 ‘지력(地力)’이 존재했다. 지식을 영역별로 쪼개어, 교과별로 배워왔던 그 바탕에도 인지학습 체계가 자리한다.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기둥에 새겨졌다는 유명한 말인 '너 자신을 알라'로 대표되는 그리스 철학은 2천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위력이 여전하며, 서양 근대철학의 출발점이 된 르네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역시 현대인들의 사상과 교육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서구 인지훈련의 뿌리, 데카르트와 심신이원론

서양 근대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카르트의 ‘우리의 마음은 몸과 별개이며, 기능적으로 독립되어 있다. 몸의 감각은 그릇된 정보를 전달해 오도할 수 있으므로, 지식을 얻고 사고하는 과정에서 몸의 역할을 제한해야 한다’라는 명제가 오늘날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의 철학적 토대를 제공했다. 하지만, 오늘날 신경과학의 발전으로 이 같은 전제는 옛 문장이 되어버렸다.

수백년이 지난 지금, 인류 과학의 정점이자 뇌의 비밀을 탐구하는 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 박사가 2000년대초 펴낸 대표적 저서의 제목은 바로 ‘Descartes' Error Emotion, Reason and the Human Brain(데카르트의 오류: 감정, 이성 그리고 인간의 뇌)’였다.

인지기능 중심의 서구의 브레인트레이닝에 관한 인식은 우선적으로 20세기 생물학과 신경과학의 발전이 제시한 인간의 성장 기제의 특성을 전체적으로 반영하지는 못한다. 

인간의 뇌는 태어나서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오랜 기간의 성인기 발달과정을 거친다. 아기의 뇌가 자신의 몸과 소통하면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신체적 발달이 먼저이고, 다음이 자신의 몸 바깥의 대상과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정서적 발달 단계이다. 마지막이 뇌의 가장 바깥쪽에 해당하는 인지 학습의 발달이다. 즉, 신체-정서-인지 균형이 성인기 학습과 사고체계에 영향을 미친다. 

다마지오는 인간 정서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인간의 의사결정은 감성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판단과 의사결정 과정에 정서가 주도적으로 개입되며, 인간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합리적 결정을 하기 보다는 정서적 기억과 상태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특히, ‘느낌(feeling)’이 ‘정서(emotion)’에 덧붙여진 부수적인 산물이나 장식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 내부를 탐색하는 심적 감지기이자, 진행 중인 생명 활동을 증언하는 목격자이며, 정서와 함께 생명 조절 행위에 중대한 역할을 수행함을 밝혀낸다. 정서와 느낌을 뇌과학의 영역으로 가져온 동시에 수백년간 이어온 심신이원론의 종말을 가져온 셈이다.

오늘날 인류 과학의 발달이 ’인간은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대한 모든 것을 제시해 주지는 못할지라도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함을 제시한다. 중요한 것은 몸에서 마음으로의 변화의 방향이다. 


한국 두뇌훈련 국가공인자격 브레인트레이너

주목할 것은 한국 교육부가 2009년 국가공인 자격제도로 만든 ‘브레인트레이너’ 이다. 

대한민국 자격기본법에 의하면 수많은 등록민간자격 중에서 미래 유망분야이자 산업화 가능성이 높은 자격을 국가공인화 하고 있는데, 두뇌훈련 분야에서는 브레인트레이너가 유일하다. 

국가공인자격은 해당 분야의 산업화가 확산될 경우, 국가자격으로 가는 전 단계이다. 즉, 두뇌훈련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예상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 뇌연구 마스터플랜으로 불리는 ‘뇌연구촉진법’을 들여다보면 그 특징과 흐름이 명확히 보인다. 

한국은 1998년 1차 뇌연구촉진법을 시작으로 10년 주기로 발표를 해왔는데, 2018년 대한민국 3차 뇌연구 기본계획 비전을 '뇌 이해 고도화와 뇌 활용의 시대 진입'으로 제시한 바 있다. 

뇌의 기능과 구조를 밝히는 기초과학과 뇌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 등 이미 선진국이 리드하는 분야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인류 미래 자산이라는 뇌 분야에 차별성 있는 역량을 갖추기는 어렵다고 보고, 뇌활용 분야의 차별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뇌융합 시대적 흐름 속에서도 한국의 브레인트레이너 자격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주요 선진국들이 21세기를 '뇌의 세기(Century of the Brain)'라 하여 과학의 마지막 영역이라 불리는 뇌 연구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뇌활용 분야에서 국가 차원의 자격제도를 마련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의 두뇌훈련 분야 국가공인자격인 브레인트레이너가 서구의 인지훈련 중심의 브레인트레이닝 원리체계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는 점이다.

BT검정센터에 제시된 브레인트레이너 정의를 ‘두뇌기능 및 두뇌 특성평가에 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이해를 기반으로 대상자의 두뇌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지도할 수 있는 두뇌훈련 전문가’라고 기재되어 있다.

또한, 두뇌훈련에 대한 정의를 ‘두뇌훈련이란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신체적, 심리적, 인지적 자극과 훈련을 통해 심신의 균형을 회복하고, 향상시키는 데 있다. 이를 통해, 두뇌를 잘 활용함으로써 개인의 자아를 실현하는 동시에 사회를 이롭게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고 제시하고 있다. 심신의 회복이 먼저이고, 향상을 다음 단계로 제시한다.

브레인트레이너에서 제시하는 두뇌훈련법을 보아도 그 범위와 단계별 특성이 선명히 드러난다. 두뇌훈련법의 종류를 크게 기초두뇌훈련, 인지기능훈련, 수행력향상훈련으로 나뉜다. 

즉,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적인 훈련에 해당하는 기초두뇌훈련이 상위의 인지기능훈련, 창의성과 같은 수행력향상훈련을 받치는 필수 조건으로 제시한다. 심신의 상호작용을 이끄는 동양의 훈련법인 이완훈련, 명상훈련이 포함된 것도 특징이다.

인간의 뇌는 평상시 생명현상 유지를 위한 근본적인 기능에서부터 감정기제, 인지사고, 학습 등 복잡한 고등기제까지 다양하게 발현된다. 

뇌를 발달시키는 첫 번째가 ‘움직임’이라면, 두 번째가 '정서' 다음이 ‘인지학습’이다. 상위인지 기능은 하위의 수없이 다양한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될 때, 그것을 높은 차원에서 인지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한국의 브레인트레이너 자격이 뇌에 대한 제반 지식 습득에 그치지 않고, 심신균형 회복과 수행능력 향상을 통한 자아실현에 두뇌훈련의 목적을 두고 있는 이유는 자격발급기관이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뇌교육 학사-석사-박사 학위과정 최초 구축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자격에 관한 시험출제 및 운영관리를 정부로부터 인가받은 곳이 바로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이다. 즉, 한국의 브레인트레이너 자격에 관한 시험정책을 비롯해 자격평가에 관한 모든 사항은 대학원 부설 브레인트레이너자격검정센터(이하 BT검정센터)를 통해 제도화 된 것이다.

2003년 개교한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는 뇌교육을 학문화한 석박사 전문대학원이다. 뇌교육 학문화를 선도해 온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은 산하 인성교육연구원과 국학연구원을 통해 한국연구재단 KCI 등재학술지를 발간하며, 뇌교육의 인성 및 뇌철학 분야 연구역량을 갖추고 있다.

브레인트레이너 자격발급기관이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이라는 사실에서 한국의 브레인트레이너가 갖추고 있는 두뇌훈련의 특징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바로 인간 뇌의 올바른 활용과 계발 차원에서 몸으로부터 의식변화, 회복과 향상으로의 단계별 방향성이다. 인지기능 중심의 서구의 브레인트레이닝과의 다른 점이다.

이는 뇌교육 학문에서 뇌를 치료적 대상이나 생물학적 기관이 아닌, 변화와 활용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을 반영한다. 한국은 뇌과학은 늦었지만, 뇌활용 분야에서 뇌교육의 학사-석사-박사 학위과정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구축한 나라이다. 

뇌활용 분야 두뇌훈련 국가공인 자격을 최초로 제도화한 기관이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이며, 브레인트레이너 시험과목을 대학 정규교과에 처음 편성한 곳은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대학이다.

21세기 인간을 이해하는 열쇠는 ‘뇌’이다. 마음과 행동 변화의 열쇠 또한 뇌를 이해하고, 올바르게 활용하는 것에 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뇌에 대한 막연한 마케팅과 인지기능 중심의 브레인트레이닝 또한 지양해야 한다.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브레인트레이너협회가 사단법인으로 본격적으로 출범한다는 소식 또한 다행스러운 일이며, 뇌교육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뇌교육은 융합학문이기에 앞서 ‘변화’를 추구한다. 그리고 똑똑한 뇌가 아닌 좋은 뇌를 위한 철학, 원리, 방법론을 습득하는 데 중점을 둔다. 교육의 본질은 잠재성 계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브레인트레이닝 시대의 도래이다.

글. 장래혁

누구나가 가진 인간 뇌의 올바른 활용과 계발을 통한 사회적 가치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뇌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학과장으로 있다. 유엔공보국 NGO 국제뇌교육협회 사무국장, 2006년 창간된 국내 유일 뇌잡지 <브레인> 편집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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