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26편] 공감, 관계를 바라보는 미술치료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26편] 공감, 관계를 바라보는 미술치료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갈등은 관계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그 문제에는 공감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고 그것으로 대화에 마찰이 생기고 다툼이 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서 ‘어차피 말해도 소용없어.’ 통보식 대화를 하거나 ‘그냥 말자.’ 말 문을 닫는 회피 대화로 막힌 관계가 된다. 

부모와 자식, 부부, 친구, 선후배, 동료 사이에서 생각과 마음을 공유하지 못하면 관계는 어그러진다. 어떻게 매끄러운 관계를 유지하며 대화할 수 있고. 어떻게 내 생각을 전달하면서 상대가 다가오는 대화를 할 수 있을까? 그 열쇠는 ‘공감법’에 있는데, 공감을 위한 미술치료 방법을 살펴보려 한다.

 

# 공감 메커니즘, 거울 뉴런(mirror neuron) 

공감은 함께할 공(共), 느낄 감(感)으로 느낌을 함께하는 것, 즉 ‘내가 이해받고 있구나. 상대가 나를 이해하는구나.’ 생각되는 것이다. 하인즈 코헛은 공감이 타인의 감정을 마치 내 감정처럼 받아들이되 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 정서적 산소 역할이라 정의했다. 따라서 공감받지 못한다는 마음은 정서적으로 관계에 문제를 유발하는 것이다. 

공감은 타고 나기도 하지만 살아가면서 연습으로 훈련되는 능력이라 한다. 그것은 우리 뇌의 거울 세포가 있어 가능한데 거울 세포는 타인의 행동을 보기만 해도 내가 직접 행동했을 때와 같은 신경세포들이 활성화되어 상대방의 행동이 마치 거울과 같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뇌의 반응으로 이어지는 것이란다.

환하게 웃는 아이를 보면 자연스럽게 웃게 되고,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면 함께 슬퍼진다. 거울 세포는 우리를 따라쟁이로 만든다. 또 따라쟁이를 통해 우리는 연결되는 것이다. 엄마가 아이의 행동이나 소리를 따라 하면, 아이는 엄마와 공감대가 형성되고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행복한 웃음으로 보답한다. 우리는 어떤 사람과 연결될 때 우리도 모르게 그 사람의 행동을 미러링하고 있는 자신을 알아채기도 하는데 이 또한 공감이다.


# 공감의 종류

상담사로 활동하며 MBTI 성격유형에서 T(이성적), F(감성적)가 비슷하게 되었다. 하지만 때로는 F 성향으로 치우치는데 그럴 때는 감정적 소모가 커서 힘듦이 있고, T 성향으로 기울어지면 내담자 마음에 공감되지 않아 상담에 어려움도 생긴다.  

공감하는 방법에는 정서적, 인지적 공감이 있고 신경학적으로도 두 개념에 관여하는 두뇌 영역에 차이가 있음을 알았다. 정서적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함께 경험하는 것이라면 인지적 공감은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을 알고, 그에 대한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정서적으로 공감된다면 좋겠지만 모든 상황에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미술치료 기법 중 동물 관계도를 통해 인지적으로 바라보고 공감 요인을 찾는 방법이 때로는 효과적일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상대, 또 나를 어려워하는 상대 등 자유롭게 떠올려 어떻게 풀어갈지 방법을 찾자.


# 동물 그림으로 관계 이해

관계도(關係圖)는 두 개 이상의 개체 혹은 속성 간의 연관성을 그림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동물 관계도는 그 관계를 동물로 표현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떠오르는 상대와 나의 동물 이미지를 통해 둘 사이 관계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아래 예시는 엄마와 갈등이 깊은 딸의 동물 관계도이다. 갈등이 있을 때와 갈등이 없을 때를 동물로 표현하였다.
 

갈등 상황일 때 엄마는 카멜레온이고 나는 가시복이다. 카멜레온은 표정이 없어서 의중을 알기 어렵고, 친근하지 않은 존재이며, 색깔을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없고, 그 색을 보호색으로 바꾸어 또 찾기 어려운 존재, 엄마를 그렇게 바라본다. 

엄마를 바라보는 나는 가시가 날카롭게 돋아있는 복어로 정말 화가 많이 나서 터질 만큼 부풀어 있다. 그것을 알아달라고 호소하듯 노려보는 것 같다. 방어적이면서도 공격적이다. 
 

갈등이 없을 때 엄마는 하마이고 나는 장어이다. 하마는 온순해 보이지만 덩치가 크고 신경질적이며 난폭한 성품이다. 아주 두꺼운 피부와 날카로운 이를 갖고 있어서 언제든 나를 미치게 할 수 있다. 

장어인 나는 잡히지 않고 거리를 두기 위해 미끈거린다. 친해지고 싶지만 깊게 엮이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무감정 무덤덤 하려고 애쓴다. 그러다 보니 차갑고 미끈둥한 장어가 떠올랐다. 평상시에도 대체로 엄마와 대치 중인 것 같다.

갈등 상황에서 카멜레온과 가시복은 사는 곳이 다르듯 전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갈등이 없을 때 공감과 소통의 노력이 필요한데 하마와 장어는 공통 분모가 있다. 그것을 찾아 대화를 이끌어 가보는 것이다.


# 공감 균형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여서 그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는 매우 중요하고 또 그 관계의 질은 공감의 정도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서로 ‘함께한다.’ 느끼면 행복하고, 그렇지 않다면 행복하지 않다. 

공감되지 않는 관계에서는 연인이라면 헤어지겠고 친구라면 멀어질 것이고 직장 안에서, 또 가족의 관계라면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도대체 왜 저래?’ 막연한 생각으로 스트레스는 쌓여가고 상처도 깊어질 것이다. 

정서적 공감이나 인지적 공감을 적절하게 선택해서 대응할 수 있다면, 관계에서 감정적 피로는 줄고 원활한 관계가 유지될 것이다. 감정적이라면 감정에, 이성적이라면 이성에 반응하는 지혜를 찾아서 내가 나에게, 내가 너에게 잘 연결되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본다.

글. 어수경

임상미술치료학 박사, 미술치료수련전문가로 EO심리상담교육개발원 대표이다. 한국융합예술심리상담학회 상임이사, 학술위원을 맡고 있고, 서울대, 경희대, 차의과학대 출강 중이며, 공동저서로 『컬러플마인드 미술치료워크북』, 『아동상담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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