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23편] 공감의 힘, 감정 치유 시니어 상담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23편] 공감의 힘, 감정 치유 시니어 상담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고, 특히 노년기 심리, 정서에 대한 프로그램 논의는 여러 이유로 기대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센터에 걸려온 전화 한 통은 참 감사했다. 그러한 노인의 정신 건강, 감정관리 프로그램 관련 문의였고, 유소현 사회복지사 선생님 열의로 시작되었다. 

구립갈현노인복지관에서 기획한 ‘어르신 아카데미_마음아 안녕?’이다. 이 프로그램은 70대 후반에서 90대 초반 어르신들로 구성되어 마음에 대해 무엇을 하나 궁금한 분들이 신청하였다. 마음이 안녕해? 주제로 감정을 다루는 참여형 수업은 어르신들에게 분명 낯설고 어색하다. 하지만 알아보고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 크신 듯 보였다.

세월만큼 사연도 많으신 어르신들은 좋고 나쁜 감정 모두에 가면을 씌우듯, ‘참는 것이 미덕이야.’인 시대를 사셨고, 그래서 강사로 걱정도 있었지만 나눔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이 더 높았다. 아카데미의 내용은 나의 감정을 어떻게 바라보나 차원에서 관리, 챙김까지 이론과 실전으로 준비되었고, 그것이 건강한 삶과 연관되는 경험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 묵혀둔 감정의 얼굴

코로나 몇 년은 ‘심리방역, 마음 면역’ 구어가 나올 만큼 정신 건강에 대한 실질적 중요성의 인식이 매우 높아졌다. 이 시기에 우리는 외로움, 소외감, 고립감, 그리고 화, 분노, 두려움, 슬픔의 굵직한 감정들을 세트로 느꼈고, 나이 들어감에 경험할 수 있는 감정도 간접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해소되지 않은 감정은 많은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도 깨달았다.

여러 원인으로 노인 분노가 건강하지 않게 표출되고 있는 보도를 많이 접한다. 2018년 경찰청 범죄통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고령 범죄자(65세 이상)는 2013년에 비해 2017년에 45% 늘고, 강력범죄는 70.2%, 폭력 범죄는 43.1% 늘었으며, 지속적 증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분노 감정은 우울해서 슬퍼서 생길 수 있고, 외로움, 미움에서 생겨날 수도 있다. 다른 부정적 감정들이 ‘화’의 얼굴로 표출되기도 하므로 ‘마음아 안녕?’ 아카데미에서는 부정적 감정들의 연관성을 이해하고, 감정의 실제 얼굴을 살펴 나누고 공감하면서 서로 지지하고 보듬어줌이 목표이다. 그것을 통해 부정 정서의 완화, 감정관리에 도움 될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 서로 다른 삶, 공감되는 마음
 

마음 조각보, ‘마음이 다 예쁘네.’ 협동 작품이다. 각자 스스로 내면에 있는 감정들을 찾고 색과 도형으로 형상화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하나의 마음과 하나의 마음이 연결되어 한마음이 되고, 그 마음이 모여 우리 마음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모든 감정은 필요하고, 그것을 알아차려 잘 다스림이 중요함을 나누었다.  

갑자기 남편을 보내고 나의 진짜 마음은 어떤 것인지 방황하는 어르신, 아내를 보내고 홀로 남아 슬픔에 젖어계신 어르신, 일생 자녀들 뒷바라지했는데 이제 손주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 존재감에 대한 회의,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했는데 내가 아프니 모든 것이 허망한 어르신, 참고만 살아와 행복을 찾고 싶다는 어르신, 한 분 한 분 마음 이야기에는 불편한 감정을 고스란히 그대로 가슴에 담은 채 사셨다. 

가득 채워진 불편한 마음들이 화, 분노를 만들고 있었고 ‘다 그렇지. 다 그렇게 살지’ 말이 ‘그래도 내어놓을 곳이 필요해. 나눌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로 받아들여졌다.


# 변화된 나무 이미지
 

▲ 아카데미 과정 전, 후 그림

8번의 만남과 나눔, 소통으로 긍정적 정서가 채워졌는지 그림으로 살펴보았다. 첫 번째 그림은 열매를 맺고 있지만 불안정한 언덕에 연약해 보이는 나무에서 과정을 마친 후는 안정적이고 건강을 되찾은 나무의 모습으로 열매가 안정적이다. “선생님 말씀이 너무 좋았습니다.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마음이 슬퍼서 눈물이 나오네요. 아쉽습니다.”

두 번째 그림은 나무 모습보다 화난 표정의 얼굴이 보이고, 수관이 없고 나무의 요소들이 연결되지 않은 불안정한 상태이다. 과정을 마친 후 그림에서는 나무의 모습이 갖추어져 있고 땅에 뿌리를 내린 안정 되어 보이는 나무이다. “마음이 정말 힘들었다. 감정의 노예로 살고 있었는데 이제는 벗어나서 내가 주인으로 살아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서 너무 좋고 너무 감사하다. 늙은 나이에 이게 무슨 호강인지 모르겠다. 마지막이라 아쉽다.” 

‘어르신 아카데미_마음아 안녕?’을 참여하신 모든 분의 그림과 설문에서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부정적 정서를 건강하게 표현하는 것, 나누는 것은 필요하고 그것이 심리, 정서에 도움이 되는 것을 아셨다. 

내가 나에게, 내가 타인에게 스스로 감정을 건강하게 나누고 소통하는 것은 삶에 참 중요한 요소이다. 나이 들수록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고, 감정 다루는 것은 더 서툴다. 그로 인한 노인의 심리적 정서적 위축은 견뎌야 하는 몫으로 남는다. 이러한 노인의 심리 정서 돌봄을 위한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형성되기를 소망한다.


글. 어수경

임상미술치료학 박사, 미술치료수련전문가로 EO심리상담교육개발원 대표이다. 한국융합예술심리상담학회 상임이사, 학술위원을 맡고 있고, 서울대, 경희대, 차의과학대 출강 중이며, 공동저서로 『컬러플마인드 미술치료워크북』, 『아동상담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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