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 이야기는 미술 활동을 뇌 작용과 연관하여 다뤄보며 미술치료 효과를 뇌과학 측면에서 바라보았다. 이번 회차는 미술치료 과정에서 감초와 같은 ‘상상을 통한 이미지 활동’이 뇌 안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살펴보려 한다.
논문에서 언급되는 용어로 ‘시각적 이미지’는 외부의 시각적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시각적 이미지를 표현하고 경험하는 것을 말하며, 이렇게 외부 세계로부터의 시각적 입력이 없을 때 인간은 외부 자극에 대한 생생한 정신적 이미지를 내부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인지 과정을 ‘시각적 정신적 이미지(Visual Mental Image:이하 VMI)’라 한다.
자.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다고 상상하면 어떤가? 소리가 들리는 듯 몸이 오그라든다. 또 레몬을 생각하면 노란색이 연상되며 경쾌하기도 하고 입안에 침이 고이기도 하고, 신맛의 기억에 얼굴이 찡그려진다.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릴 때 행복감, 설래임, 그리고 사고 때의 놀람, 걱정 등 상상의 기분 좋고 나쁜 것으로 몸에 생리적 변화가 함께 일어나는 것을 경험한다.
간단한 실험에서도 우리는 상상하는 것인데 마치 실제처럼 반응되고 감각이 생겨나는 것을 느낀다. 이것을 아래 ‘fMRI 뇌 활성화 비교 연구’ 논문들을 통해 알아본다.
# VMI와 시각적 인식의 기초가 되는 뇌 영역
단순한 물체의 그림을 시각화하거나 본 다음 그림의 특정 측면을 판단하는 실험이다. 이 연구 결과는 시각적 이미지와 시각적 인식에서 공간적 중첩이 완전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이미지와 인식 모두에서 비슷하게 기능하는 것을 보여주고 측두엽 및 후두엽 영역보다 전두엽 및 정수리 영역에서 더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VMI는 뇌의 앞, 중간, 뒷부분의 활성화 영상을 통해 그 과정에서 다양한 자극이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 출처. Stephen et., al. (2004).Brain areas underlying VMI and VP
눈을 감고 내가 글씨를 쓴다고 상상을 하자. 먼저, 오른손을 들고 나의 이름을 쓴다고 상상을 해보자. 글씨 쓰는 느낌이 어떠한가? 또 왼손으로도 같은 상상을 해보자. 오른손은 마치 사인하듯 자연스럽게 써지는데 왼손은 방향에서부터 어눌하고 어색하다. 움직임도 느리게 된다. 왼손을 사용하는 사람은 반대 현상을 경험할 것 같다.
# 실제 움직임과 상상 움직임 시 뇌 활성화
▲ 출처. Andreas et., al (2010). Real versus imagined locomotion
움직임(좌)와 상상 운동(우)의 전체 뇌 활성화 및 비활성화 패턴 조사 비교 연구에서 실제 움직임 중에는 일차 운동감각 피질(전중심회와 후중심회)가, 운동에 대한 VMI에서는 보조 운동 영역(상부 및 내측전두회)와 기저핵(미상핵, 피각)이 활성화되었다는 결과이다.
실제 재활의학과 미술치료에서는 사지마비, 편마비 환자에게 손가락이든 발가락이든 원하는 부위가 움직인다는 상상을 유도하는데, 처음에는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치료 방법에 거부하기도 하지만 치료사와 함께 상상 연습을 훈련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무언가 있다는 것의 희망과 믿음이 의료적, 정신적 치료 호전에 도움을 주었다. 비슷한 임상적 상황에서 포기하고 치료가 늦어지는 환자도 있고 상상 훈련을 통해 마비를 극복하고 걷게 된 환자들도 많다.
# 상상 적용 미술치료
상상에는 긍정의 상상과 부정의 상상이 있다. 대체로 긍정의 상상을 이미지화하거나 색 연상 활동으로 긍정 에너지와 긍정사고를 찾아 물리적 치료, 심리적 치유에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부정적 상상은 미술치료에 어떻게 적용될까? 멈춰야 하는데 멈추는 것이 어려운 대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알코올, 성 문제 등으로 행동 수정을 원하고 그것으로 좋지 않은 결과로 스스로 난처함을 경험했다면, 그 경험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내가 같은 유혹을 받을 때, 좋지 않은 경험을 떠올려 스스로 각성시키는 것이다. 내가 원치 않는 행동에 브레이크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위에서 상상은 인지 사고와 더불어 감각 사고와도 관련이 깊으므로 부정적 결과의 그 순간, 장소, 분위기, 온도, 소리, 냄새 등 될 수 있으면 자세히 이미지화하여 지속적인 자기 각성을 유도하고 문제 행동을 수정하게 돕는 것이다.
남편이 술을 마시면 공격적인 태도가 되고 이제는 무섭기까지 하다는 아내, 그렇지는 않다는 남편의 엇갈리는 의견으로 상담을 시작했다. 결혼 후 몇 년 동안 매일 조금씩 술을 마시고 있었고 최근 회사의 과다한 스트레스가 술을 마시면 본인도 모르게 공격적 표정과 말투로 나타나고 있음을 인지했다.
음주량 조절이 어렵고 의도하지 않게 많이 마시게 되고 블랙아웃 현상도 경험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대책이 필요함을 느낀 상태여서 아내를 따라 방문을 한 것인데,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기를 추천했고 술로 인해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가장 두려웠던 기억은 술을 마시고 집에 왔는데, 눈을 떴더니 도로 한복판에 누워있었다는 것이다. 술기운에도 정신이 번쩍 들고 바로 일어나 인도로 왔으며 놀람과 당황과 부끄러움의 여러 감정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이러다 죽을 수 있겠구나.’ 무서움이 가장 컸다고 했다. 그 거리와 주변과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하고 그때의 감정을 놓지 말고 상상하게 하는 훈련 방법을 나누었다.
이 훈련이 효과적인 이유는 VMI 시, 시각적 자극이 없는 경우 초기 시각 피질이 전두엽에서 하향식 신호를 통해 접근되기 때문이고(Dentico 등, 2014 ; Dijkstra 등, 2017b ; Mechelli 등, 2004), 다시 상향식 조절을 하도록 훈련받을 때 훈련된 영역에 해당하는 시야 부분에서 향상된 지각 민감도를 가지기 때문이다(Scharnowski et al. 2014).
또 한 가지는 위협적 상상이 우리 뇌를 더 활성화한다는 점이다. 위험한 상황을 시각화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은 상황을 시각화하는 것보다 VMI 및 감정과 관련된 뇌 영역의 신경 활성화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Zaleskiewicz et al. 2023).
이렇게 상상으로 우리 뇌가 자극되고 신경계가 반응한다는 것은 선물 같다. 부정적 경험이 있다면, 그것으로 성장 된 나를 상상하고 다가오는 내일은 멋진 나를 상상하며 활력있는 에너지로 가득 찬 내 모습을 상상한다. 공간,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고 상상을 통해 나를, 나의 뇌를 설계할 수 있다니 그 또한 감사하다.
글. 어수경
임상미술치료학 박사, 미술치료수련전문가로 EO심리상담교육개발원 대표이다. 한국융합예술심리상담학회 상임이사, 학술위원을 맡고 있고, 서울대, 경희대, 차의과학대 출강 중이며, 공동저서로 『컬러플마인드 미술치료워크북』, 『아동상담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