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흔들리는 뇌, 다시 중심을 찾는 마음

[칼럼] 흔들리는 뇌, 다시 중심을 찾는 마음

AI 시대 인내의 창과 마음근육을 키우는 법

AI 시대에 마음근육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특별한 교육이나 거창한 프로그램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 평범한 일상, 이를테면 화가 났을 때 잠시 멈추는 것, 힘들다고 솔직히 말하는 것, 실패한 문제를 다시 풀어보는 것, 친구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잠시 기다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런 작은 경험이 쌓이면서 마음은 조금씩 단단해진다. 몸의 근육을 키울 때 처음부터 무거운 운동을 하지 않듯, 마음근육 역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작은 어려움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첫째, ‘잠깐’ 멈추는 연습

마음근육의 첫 번째 연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멈추는 것이다. 아이가 화가 났을 때 곧바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고 잠시 멈춰본다. 발바닥의 감각을 느껴보고,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고, 천천히 숨을 내쉬며 마음속으로 되뇐다. “잠깐.”

이 짧은 멈춤은 감정을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다. 감정과 행동 사이에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화가 났으니 소리를 질러야 한다’가 아니라 ‘나는 지금 화가 났고, 이제 어떻게 행동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 이 작은 차이가 자기조절의 시작이다.

둘째, 마음에 이름을 붙이는 연습

마음이 힘든 아이에게 “왜 그렇게 행동했어?”라고 묻기 전에, 먼저 “지금 어떤 마음이야?”라고 물어보자. “화났어요”, “속상해요”, “무서워요”, “억울해요”, “부끄러워요.”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화내면 안 돼’가 아니라 ‘화가 났구나. 그런데 화가 난 나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도록 돕는 것이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과 조절하는 것은 다르다. 억누르는 것은 감정을 보지 않는 것이지만, 조절하는 것은 감정을 바라보고 다루는 것이다.

셋째, 마음이 힘들 때는 몸부터 돌본다

마음이 복잡할 때 우리는 자꾸 생각만으로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감정은 생각만의 문제가 아니라 몸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화가 나면 심장이 빨리 뛰고, 불안하면 몸이 긴장한다. 반대로 몸을 천천히 움직이고 호흡을 조절하면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아이에게는 어려운 상황에서 곧바로 쓸 수 있는 간단한 몸의 기술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천천히 숨을 내쉬기
어깨를 올렸다가 천천히 내리기
두 손을 꽉 쥐었다가 풀기
발바닥의 감각 느끼기
천천히 걷기
가볍게 스트레칭하기

이런 몸의 경험은 아이가 자신의 각성 상태를 알아차리고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넷째, 생각의 문을 하나 더 연다.

마음이 힘들 때 가장 어려운 것은 한 가지 생각에 갇히는 일이다. 친구가 인사를 하지 않았다. “친구가 나를 싫어하나 봐.” 시험을 망쳤다. “나는 공부를 못해.” 발표에서 실수했다. “나는 사람들 앞에 서면 안 돼.”

이때 교사가 곧바로 “그렇지 않아”라고 말해주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 있다. 질문을 하나 더 던지는 것이다. “다른 가능성은 없을까?” 친구가 나를 보지 못했을 수도 있고, 다른 일이 있었을 수도 있다. 시험을 망친 이유가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준비 방법의 문제였을 수도 있다. 발표에서 한 번 실수했다고 해서 발표를 못하는 사람인 것은 아니다.

이렇게 생각의 길을 하나에서 두세 개로 늘려주는 것. 마음근육이 강한 사람은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한 가지 생각에 갇히지 않고 다른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사람이다.

다섯째, 작은 실패를 경험하게 한다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일수록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대신 해결해 주고 싶어진다. 하지만 모든 어려움을 대신 해결해 주면, 아이가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 나갈 기회도 그만큼 줄어든다. 그래서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작은 실패는 경험하게 할 필요가 있다.

조금 어려운 퍼즐을 끝까지 풀어보기, AI에 기대지 않고 먼저 글을 써보기,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보기, 게임에서 졌을 때 결과보다 과정을 이야기해 보기, 친구와 갈등했을 때 스스로 대화를 시도해 본다. 

그리고 이렇게 물어보자. “포기하고 싶을 때 어떻게 했니?” “다시 해봤어요.” “방법을 바꿨어요.” “친구에게 물어봤어요.” “잠깐 쉬었다가 다시 했어요.” 바로 이런 경험이 마음근육을 만든다.

AI에게도 정답보다 질문을 부탁해 보자

AI 시대라고 해서 AI를 멀리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AI를 마음근육을 키우는 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아이가 AI에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내가 화가 났을 때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질문을 만들어줘.” “실패했을 때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나에게 질문해줘.” “친구와 갈등했을 때 친구의 처지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줘.”

AI가 질문을 던지면 아이는 자기 생각을 직접 적어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반드시 스스로 판단한다. “AI가 말한 것 중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 과정에서 AI는 아이의 생각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 생각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된다.

부모의 한마디가 아이 인내의 창을 넓힌다

아이의 마음근육을 키우는 데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시험에서 50점을 받은 아이에게 “왜 이것밖에 못했어?”라고 말하는 것과 “많이 속상했겠다. 무엇이 가장 어려웠어?”라고 묻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을 만든다. 후자의 질문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먼저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이어서 “그럼 다음에는 무엇을 조금 다르게 해볼까?”라고 물으면, 실패는 끝이 아니라 다음 도전을 위한 출발점이 된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실패하지 않는 환경이 아니라, 실패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안전한 관계다. 그런 관계 속에서 아이는 실패를 숨기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고,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으며, 다시 도전할 용기도 얻는다.

결국 마음근육은 ‘참는 힘’이 아니다

우리는 인내를 흔히 ‘잘 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인내는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다. 화가 날 수도 있고, 불안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감정이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 속에서도 다시 중심을 찾는 것이다. 인내의 창을 넓힌다는 것은 “나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다”가 아니라 “나는 흔들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경험을 쌓는 것이다.

AI 시대, 우리가 키워야 할 것은 ‘인간다운 지능’이다

AI는 앞으로 더욱 똑똑해질 것이다. 더 빠르게 정보를 찾고, 더 정교하게 답을 만들고, 인간이 하던 많은 일을 대신할 것이다. 그럴수록 교육은 무엇을 더 가르쳐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무엇을 많이 외웠는가만 물을 것이 아니라, 어려울 때 어떻게 자신을 돌보았는가, 실패했을 때 어떻게 다시 시작했는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했는가, AI의 답을 그대로 믿지 않고 자기 생각을 어떻게 만들었는가를 물어야 한다. 이것이 AI 시대 인성교육이 가야 할 방향이다.

지식은 AI가 도와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는 인간이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정답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멈추는 법, 감정을 알아차리는 법, 몸을 안정시키는 법, 다르게 생각하는 법, 실패를 받아들이는 법, 도움을 요청하는 법,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법. 이 작은 연습들이 쌓이면 마음에는 보이지 않는 근육이 생긴다. 그 근육은 성적표에는 나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아이가 인생에서 넘어졌 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힘이 된다.

삶은 우리를 언제든 흔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흔들린 뒤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달려가는 시대가 되어도, 인간에게는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며 다시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을 키우는 것이 바로 마음근육 교육이다.

그리고 그 교육은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늘 아이에게 건네는 한마디, “괜찮아. 우리 잠깐 멈추고 다시 생각해 보자.” 그 말에서 시작될 수 있다.

글. 신재한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학과장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