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불안이 높아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것에 압도되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때, 어두운 표정으로 상담실을 찾는다. 그 원인을 유발하는 시작점은 모두 다르며 혼합된 심리적 정서, 몸의 증상들을 이야기한다. 그곳에 공통된 하나가 있다. 바로 해결되지 않는 마음, 스트레스이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함을 내어놓는다.
답은 알겠지만 따르기 힘들어 ‘내가 그래도 잘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고, 그럴 수밖에 없겠네요.’라는 말을 듣고 싶은 마음,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서 결정을 대신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정답이 있다면 주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있다.
스트레스는 신체화(somatization)의 주원인으로 슈르(Max Schur)에 의하면, 신체화는 급성 갈등, 만성적 갈등의 반응이라 한다. 즉, 스트레스는 힘든 마음이고 불편한 감정이어서 그러한 나의 정서적 불편감을 무시하면, 그것이 신체적 불편감을 통해 SOS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닌 척, 모른 척, 괜찮은 척 외면하다 보면, 또 그렇게 힘든 마음을 가두고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몸의 이곳, 저곳이 아프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유 없이 내 몸이 아프다면, 내면의 상태를 체크 할 시간이다.
# 자율신경계 실조증(Autonomic Dysfuntion)
자율신경계 실조증은 자율신경계 기능의 이상이다. 자율신경계는 자율성이 존재하는 신경계로 내 생각, 의지와 관계없이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신경계이다. 대뇌의 의식적 조절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불수의계(involuntary system)로 우리가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몸 안 내장기관의 조절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자율신경계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호흡, 소화, 비뇨기 및 생식기관의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여 잦은 두통, 소화불량, 변비, 설사, 혈압, 수면 장애, 잦은 복통, 배탈, 체온, 호흡, 피부 등에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자율신경계는 근육을 수축하는 교감신경계와 근육을 이완시키는 부교감신경계로 나뉜다. 그래서 자율신경계 실조증은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의 활성화 불균형이다. 특히, 교감신경 활성화가 지속되어 몸이 각성 상태로 유지되는 것, 부교감신경의 비활성화를 의미한다.
자율신경계 실조증은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자동차에 많이 비유된다. 자동자 부품에서 브레이크 수리가 필요한 상황으로 엑셀(교감신경)을 밟고 달리다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를 사용하는데 브레이크(부교감신경)가 작동되지 않아 속도 조절이 않되는 위험한 상태이다.
# 자율신경계 내 교감신경의 이유 있는 반항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일 것 같다. 우리 사회의 구조, 사회 시스템이 원인이다. 불안, 긴장, 피로한 사회, 그리고 성과, 성취, 경쟁 사회로 교감신경은 꾸준히 반항한다. 나만 발전하지 못하면 어쩌지, 나만 도태되면 어쩌지? 무한한 걱정. 쉼이 없는 비교 사회로 교감신경은 쉴 수 없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신경과를 내원한 내담자. 자율신경계 실조증, 만성피로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매일 두통으로 시달리고 두통이 극심한 날에는 병가를 내고 일을 잠시 잠깐 쉰다. 마음이 먼저일까? 몸이 먼저일까? 무엇이 문제일지 점검해 볼 중요한 문제이다.
“선생님, 제 뇌에는 세라토닌 호르몬이 부족하데요. 일반인보다 소량이고 자체적으로 생성도 되지 않아서 두통이 지속된다네요. 삶이 즐겁지 않고 속상한 일, 억울한 일들로 가득하고 그런데 막상 행복 호르몬이 말라 있다니 슬프네요. 현실은 이런 마음을 챙길 시간적 여유도 생각할 수도 없어요.” 일 중독이라 주의하라 했던 내담자이지만 치료자도 마음이 무겁고 아팠다.
# 교감신경 비활성화 방법
자율신경계 균형을 위해 교감신경의 비활성화, 부교감신경의 활성화로 긴장된 몸을 이완시키는 것이다. ‘아는데 쉽지 않아. 알지만 않되.’ 그래서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내야 하는 과제이다.
할 일들이 쌓여있다고 해서, 해결할 문제가 많다고 해서 우리 몸이 항상 긴장된 상태일까? 또 휴가, 휴식 시간 뒤에 우리 몸이 항상 이완된 상태일까? 아마도 ‘쉬어도 쉰 것이 아니다.’ 여전히 피로하고 몸은 더 피곤할 때가 많다. 왜일까 생각을 해 본다.
한 개인으로 ‘아, 나도 마음의 휴식이 필요한데, 내 안을 비워내고 새롭게 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좋지?’ 해서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했었고 피곤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쉬면서도 온통 생각의 구름으로 가득 차 있는 나를 발견했고 몸은 쉬면서도 집중하지 못하며 머리는 일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래 쉼은 일에서 벗어나는 행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쉼은 머리도 함께 쉬어야 해.’를 찾았다.
그래서 시도한 방법 하나는 “내 머릿속 생각을 멈추자.” 몸을 쉬게 하든, 더 움직이게 하든, 여전히 나와 함께 있는 걱정, 할 일의 생각들은 그대로 일하고 있으니 방법은 이것이다. 생각하고 있는 생각을 멈추기 위해 생각에 생각을 덮는 것이다. 머릿속에서 떠돌고 있는 생각이 아닌, 다른 어떤 생각, 지금에 일어나는 것에 의도적 집중하여 생각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주위로부터 정보를 끊자.” 뇌에 입력되는 정보가 없게 뇌를 쉬게 하자. 예로 핸드폰과 거리두기, 시끄러운 감각적 정보가 들어오지 못하게 차단하기이다. 주위에 뇌를 자극하는 것은 너무 많고 또 가까이 있어 쉽지 않음을 알지만, 이제는 무엇이든 시도해서 내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 부교감신경 활성화 미술치료 소개
자율신경계 실조증은 교감신경의 과활성화이면서 세로토닌 생성의 불균형이다. 미술치료는 다양한 매체로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심리치료이므로 대상에 맞는 미술 활동으로 호기심, 즐거움, 평안함의 생성을 돕고 적정의 교감신경 활성화로 몸의 이완을 돕는다.
미술치료 목표는 잠시 어떤 생각을 잊게 하고, 불필요한 정보 입력을 차단하는 것이다. 즉, ‘활동 시간이 흥미롭고 행위에 집중한다.’이다.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색을 선정하여 직접 만들고, 색에 모양을 입혀 사탕을 만든다. 오(五)감각 활성화로 어릴 적 추억도 떠올리며 집중하는 동안 잠시 과거로의 추억 이야기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호기심, 기대감, 즐거움을 경험한다.
“아이처럼 놀아보는 느낌이 오랜만이고 웃음이 나네요.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어느 순간 집중하며 만들었어요. 선생님 이렇게 정신없는 건 좋은데요. 사무실에 두고 보면서 하나씩 먹으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나에게 선물을 만들어 준 것 같아 좋아요.”
정신없는 삶, 몸이 두 개라면 하는 말을 자주 듣는 우리는 바쁜 일상과 관계 안에서 심리적 갈등을 안고 살아간다. 스트레스는 매일 옆에 있다. 그래서 무엇이든 실천해보자.
운전할 때 라디오를 켜지 않고 조용하게 운전에 집중한다. 샤워하며 머릿속에 남아있는 찌꺼기를 씻어야지 그리고 새로운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지 한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한 일에 대해, 그래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 내일도 나의 날이다. 좋은 생각의 씨앗을 심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므로 남아있는 아쉬움은 내일의 기대감으로 전환하여 내 하루의 끝자락은 편안함으로 마무리하자.
글. 어수경
임상미술치료학 박사, 미술치료수련전문가로 EO심리상담교육개발원 대표이다. 한국융합예술심리상담학회 상임이사, 학술위원을 맡고 있고, 서울대, 경희대, 차의과학대 출강 중이며, 공동저서로 『컬러플마인드 미술치료워크북』, 『아동상담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