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6편] 애착 외상 미술치료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6편] 애착 외상 미술치료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아이는 엄마의 배 속에서부터 엄마와 소통 하며 정서적인 연결이 시작되고 세상에 나와 자라나면서 그 관계를 정립해 간다. 

Bowlby(1958)은 이러한 엄마와 아이 간의 관계를 정서적 유대라 설명하고 이를 애착(attachment)이라 정의한다. 유대는 사전적 의미로 끈과 띠라는 뜻으로 둘 이상을 서로 연결하거나 결합하게 하는 것이라 하는데, 애착은 주 양육자와의 ‘관심과 사랑’이라는 재료로 만들어진 보이지 않는 하나의 ‘튼튼하고 견고한 동아줄’ 같다.

Bowlby(1988)은 애착의 질이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은 양육 경험에 따라 달라지고, 애착 대상과의 일정량의 상호 교류로 형성되며, 그것은 서로 주고받으면서 강화되고 발달 되는 것이라 한다. 따라서 엄마의 일관성 있는 세심한 양육은 아동의 안정적인 애착을 위해 중요하고 이러한 유대는 아동에게 일생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세상에 나아가는 지지적 힘이 된다.


# 애착 외상

반대로 부모의 일관성 없는 또는 일방적인 양육, 민감하게 또는 민감하지 않은 양육은 불안정 애착을 형성하며, 이러한 결과로 아이는 세상을 안전하지 못하다고 인식하게 되면서 애착 체계의 붕괴를 경험하는데 이것을 ‘애착 외상’이라고 부른다.

Dayton(2007)은 아이가 힘들 때 부모가 도움을 주지 않거나, 부모가 자신의 행동을 부인하면서 아이에게 고통과 두려움을 준다면 아이는 혼란과 배신감을 느낄 것이라고 하였으며, 이를 ‘관계 외상’ (relationship trauma)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관계 외상은 성장 과정에서 사랑하는 가족에게 버림을 받거나 신체 학대를 당하거나 언어폭력을 당했을 때 성인이 되어서도 해결하지 못한 마음의 고통, 상처, 적개심을 지니게 되며, Allen(2001)은 관계 외상이 성장하고 있는 아동에게 감정적, 심리적 고통을 주고, Keane(1998)은 “자신과 세상에 대한 근본적 믿음과 기대에 대한 중대한 손상”이라 설명하였다.


# 두 화가의 작품_ 엄마와 아이      
 

▲ <에곤 실레. 1890~1918 >, <메리 카사트. 1844~1926>

두 화가의 그림, ‘엄마와 아이’의 표정과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특징은 차가움과 따뜻함, 날카로움과 부드러움, 긴장감과 평온함, 그리고 저항감과 평화로움이다. 그 외 미술적 요인에서도 많은 부분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엄마와 불안정 애착이 형성된 애곤 실레의 그림, 그리고 백작부인과 아이가 서로 평온해 보이는 메리 카사트의 그림은 엄마와 아이가 어떤 애착이 형성되었는지를 그림으로 짐작하게 한다.


# 애착 외상과 미술치료 

Joseph(2018)은 심리적 외상 시 전두엽의 브로커 영역 활성화가 낮아져 자신의 정서적 외상 경험을 언어로 말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미술 활동을 통한 미술치료는 말이 아닌 다양한 매체로 정서 경험을 표현하게 도우므로 애착 외상 치료에 유용한 도구가 된다. 

Schore(2003)은 애착이 ‘두 사람에 의한 감정 조절’이므로 심리치료 시 환자의 감정적인 경험을 위한 여지를 두고 그것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관계를 강조한다. 따라서, 애착 외상 환아의 미술치료 시 치료사와 치료실이 평안한 마음이 들고 사랑받는 믿음과 확신이 생기도록 정서적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치료적 요인으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Malchiodi(2006)는 

미술치료가 불안정 애착 아동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우며, 안정과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하게 한다고 하였다.


# 애착 외상 환아

화재 사고로 화상을 입고 입원한 아동 H는 보호자가 없는 상태였다. 아동학대로 엄마가 아동과 분리 조치 중이었다. 다른 사람의 보호를 받으며 치료실에 온 환아의 특징은 불안과 긴장으로 위축되어 있고 눈치를 많이 보았으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눈에 띄게 서툴렀다. 

미술치료 과정에서 드러난 행동에는 공격 성향이 내재 되어 있었고, 충동적이며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는 자제력이 매우 부족하였다. 또한, 주위의 도움으로 많은 것에 물질적으로 풍요로웠지만 ‘내 것 할래요.’, ‘이거 가져갈래요.’ 등 ‘나의 것’에 대한 욕구가 매우 높았다.

Dayton(2007)은 관계 외상은 잊어버린 것 같지만 무의식과 신체에 저장되어 있어, 두려운 상황을 직면하게 되면 다시 반응하게 되는데, 외상에 대한 두려웠던 장면과 공포, 불안을 의식 수준으로 끌어올려 이해하고 처리하지 않으면 그 감정은 마음속에 남아 감정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하였다, H는 채워지지 않았던 사랑, 표현되지 않았던 생각들, 분출하지 못한 감정들을 미술 활동으로 꺼내놓았다. 

 

# 자기표현 미술 활동  
 

▲ <악마와 천사의 싸움>

‘하늘 속 세상’에 대해 그림을 그리는 것은 상상을 통해 현재 속에 있는 나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활동이다. “악마가 지금 천사에게 짜증이 나서 검을 휘둘러 천사를 지금 없애려고 하고 있다.

그럼 천사는 악마에 의해 어떻게 될까? 집을 그렸어요. 천사에게 집이 생겼어요. 방어막이 생겨서 이제 공격받지 않아요.”라고 했다. 이야기를 통해 천사가 악마에게 쉽게 공격당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천사는 원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없던 방어막을 스스로 만들어내면서 내면의 힘 그리고 심리적 보호막을 형성하였다. 
 

▲ <무제>

환아가 관심을 보이며 빠져드는 활동, 그리고 끊임없이 요구하는 활동은 무른 점토 만지기, 손을 이용한 물감 활동 등 다양한 감각적 작업이었다. 특히, 물감 활동은 환아에게 “즐거움이다.”라고 했고, 여러 활동 중 치료사가 기억에 남는 활동은 풍선이었다.

풍선을 불어 두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날려 보내고, 또 불어 그 촉감을 오랫동안 즐기며 미소 짓고, 눈을 감고 느끼고 날려 보내는 반복적인 활동이었다. H에게 이 활동은 엄마에게 요구되는 심리적 갈증을 해소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이렇게 미술치료는 그리기, 액션 활동하기 등 창의적 체험활동 과정에서 상처받은 감정이 정화되고 치료사와 환아 사이에 공감, 수용, 지지의 긍정적 관계가 형성된다. 치료사가 만난 학대받은 아이들의 공통점은 학대가 그것으로 인식되지 않고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것이다.’라는 생각이 주도적임을 알았다. 나는 충분히 사랑받을 존재이고 충분히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학대받은 아동들의 심리지원 필요성을 깊게 느낀다. 

글. 어수경 

임상미술치료학 박사, 미술치료수련전문가로 EO심리상담교육개발원 대표이다. 한국융합예술심리상담학회 상임이사, 학술위원을 맡고 있고, 서울대, 경희대, 차의과학대 출강 중이며, 공동저서로 『컬러플마인드 미술치료워크북』, 『아동상담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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