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뇌라는 숲

[칼럼] 뇌라는 숲

AI가 답을 찾을 때, 인간은 길을 만든다

▲ 뇌라는 숲 [AI 생성 이미지]


요즘 대학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면 흥미로운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모르는 것이 생기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나요?"

몇 년 전만 해도 대부분 "검색해 봅니다"라고 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챗GPT에게 물어봅니다."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여행 계획을 세울 때도, 진로를 고민할 때도 AI를 찾는다. AI는 놀라울 정도로 똑똑하다. 수많은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정리하며, 인간이 몇 시간 걸려야 할 일을 몇 초 만에 해낸다.

때로는 AI의 답변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나온다. "정말 인간보다 더 똑똑해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AI가 점점 더 똑똑해질수록 인간은 무엇으로 경쟁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은 창의성이나 공감 능력을 이야기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AI 시대가 될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인간만의 능력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다시 말해,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다.

얼마 전 한 청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2년 가까이 준비했다. 서류를 수십 번 넣었고, 면접도 여러 차례 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늘 불합격이었다. 특히 원하는 기업의 최종 면접에서 세 번 연속 탈락했을 때는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 취업에 성공했고, 가족들의 기대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자신을 책망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실패 기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면접에서 받았던 질문들, 긴장했던 순간들, 부족했던 점들을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스피치 훈련을 받고, 부족한 직무 역량을 보완하며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결국 그는 네 번째 도전에서 합격했다. 그를 성공으로 이끈 것은 더 높은 IQ가 아니었다. 실패를 견디는 힘이었다. 사실 우리 삶은 정답을 맞히는 시험이 아니다. 오히려 수없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긴 여정에 가깝다.

인간과 AI의 차이도 바로 여기에 있다.

AI는 실패를 기록할 수는 있지만 좌절하지 않는다. 실망하지도 않고, 상처받지도 않는다. 따라서 회복할 필요도 없다. 반면 인간은 실패하면 아프다. 관계가 끝나면 슬프고, 시험에 떨어지면 불안하고, 도전이 좌절되면 자신을 의심한다. 그러나 인간은 동시에 그 경험을 성장의 자산으로 바꿀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의 자연지능이 시작된다. 뇌과학은 이러한 인간의 특별한 능력을 흥미롭게 설명한다. 우리 뇌에는 편도체라는 영역이 있다. 편도체는 위험을 감지하는 경보 장치와 같다. 실패하거나 위기를 경험하면 편도체는 즉시 경고음을 울린다.

"위험하다."
"두렵다."
"도망가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뇌에는 또 다른 영역이 존재한다. 바로 전전두엽이다. 전전두엽은 감정을 조절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미래를 계획한다. 편도체가 '끝났다'고 말할 때 전전두엽은 이렇게 묻는다.

"이번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인간 지능의 본질은 정답을 아는 능력이 아니라 질문을 바꾸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AI는 정답을 찾는다. 그러나 인간은 의미를 찾는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수많은 사람들이 위기를 경험했다. 어떤 사람은 가게 문을 닫아야 했고, 어떤 사람은 직장을 잃었다. 모두가 같은 폭풍 속에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같지 않았다.

대구의 한 작은 학원 원장은 학생들이 오지 못하게 되자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컴퓨터 사용조차 서툴렀지만 밤늦게까지 영상 제작을 배우며 콘텐츠를 만들었다. 지금은 전국의 학생들이 그의 강의를 듣고 있다.

위기는 같았지만 해석은 달랐다.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 힘이 바로 낙관성이다. 낙관성은 흔히 긍정적인 성격 정도로 생각되지만, 사실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뇌의 습관이다.
하버드대학교의 긍정심리학자 숀 에이커(Shawn Achor)는 "뇌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때 생산성과 창의성, 회복력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 뇌가 사용하는 회로를 더욱 강화한다는 점이다.

숲속을 처음 걸어갈 때는 길이 없다. 그러나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걸으면 어느새 오솔길이 생긴다. 뇌도 마찬가지다. 
가능성을 보는 연습을 하면 가능성을 발견하는 회로가 만들어지고, 감사하는 연습을 하면 긍정적인 회로가 강화되며, 실패를 배움으로 해석하는 연습을 하면 회복탄력성의 신경망이 촘촘해진다.

그래서 나는 인간의 뇌를 숲에 비유하고 싶다.

큰 태풍이 지나간 숲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것처럼 보인다. 나무가 쓰러지고 가지가 부러진다. 그러나 숲은 죽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땅속 뿌리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싹이 돋고, 다시 푸른 숲이 만들어진다.

인간의 뇌도 그렇다. 실패와 상처가 우리를 흔들 수는 있지만, 뇌 깊숙한 곳에 있는 성장의 가능성까지 없애지는 못한다.

그래서 회복탄력성은 특별한 사람만의 재능이 아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충분히 잠을 자고, 감사할 일을 기록하고, 가족과 친구를 만나는 작은 습관들 속에서 조금씩 자라난다.

이러한 일상 루틴은 뇌에 안정감을 제공하고, 안정감은 다시 회복탄력성을 키운다. 결국 회복탄력성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키워지는 뇌의 근육이다.

AI는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더 빠르게 계산하고, 더 정확하게 예측하며,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실패를 성장으로 바꾸는 일. 상처를 의미로 바꾸는 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다시 도전하는 일. 그리고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AI가 가장 빠른 길을 찾아 주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자신의 내면에 숲을 가꾸어야 한다. 폭풍이 없는 숲은 없다. 그러나 위대한 숲은 폭풍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서 다시 자라나기 때문에 숲인 것이다.

어쩌면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인간의 능력은 똑똑함이 아니라 다시 성장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힘의 이름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며, AI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자연지능일 것이다.

글_신재한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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