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영을 못한다. 특별히 물놀이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부모님께서도 수영을 굳이 가르치지도 않았다. 가끔 배를 타거나 재난 영화를 보면 수영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디까지나 그때뿐, 생활로 돌아오면 이 단단한 땅 위에 두 발을 딛고 있음에 기뻐하며 산다.
온통 물인 바다는 나에게 그런 존재다. 수영을 못하는 나에게 바다는 구태여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필요에 의해 선택되는 존재. 그저 가끔 바라보거나 발을 담그거나 하는 정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제공=여수엑스포 조직위원회)
그런데 여수엑스포, 특히 주제관을 다녀와서 달라졌다. 혹자는 유치하기 짝이 없다며 아이들이면 모를까 어른들이 볼 거라고는 '빅오쇼'가 전부라는 식으로 폄훼하기도 했다. 하지만 찬찬히 보자. 유치하다고 말하는 당신과 나의 이 생명이 바로 바다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미래가 있는 곳 역시 바다다.
제1전시관 "인류는 바다보다 달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쉬어가는 제2전시관
주제관의 제1전시관은 '바다의 가치'라는 주제에 맞게 바다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깨쳐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인류는 바다보다 달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 '인류가 탐사한 바다는 전체의 5%에 불과하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할 희망은 바다에 있다'.
암전된 전시관의 한 벽을 가득 채운 영상을 통해 바다를 조금씩 알게 된다. 바다를 그저 더운 여름 휴가철 피서지 정도로만, 내가 좋아하는 참치가 사는 서식지로만, 연인과 손 깎지 끼고 거니는 바닷가 정도로만 생각해왔던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도 해본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고, 모르는 만큼 관심도 가지 않는 법이다.
.jpg&filepath=BrainLife)
제2전시관에 들어서면 귀염둥이 '듀공'을 만나게 된다. 코끼리와 지금은 사라진 매머드와 한 종류인 듀공은 일단 사람들을 자리에 모두 앉힌 뒤 인사를 했다. "내 이름은 듀공이야. 안녕~?" 관객들이 대답할 리 없다. 그러자 듀공이 "뭐야, 오늘은 다 외국에서 온 거야? 내 말 못 알아들어?" 놀란 관객들 웃으며 인사에 답한다.
맨 앞줄 아이들과 함께 온 한 아버지를 지목하는 듀공, 붙임성 좋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아저씨 마이크 들어. 애들이랑 같이 왔나 봐?" 당황한 관객이 머리를 긁적이며 머뭇거리자 "그냥 편하게 해 아저씨. 내가 영어로 말하는 것도 아니잖아" 좌중 폭소.
제1전시관에서 바다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을 하고 있는지 듣고 압도되었던 관람객들은 제2전시관에서 듀공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쉬어가는 시간을 갖는다. 그렇다고 해서 시시콜콜 잡담만 하는 것은 아니다. 듀공은 제2전시관의 주제인 '위협받는 바다'를 주제로 바다 환경의 심각성에 대해 관람객들에게 전한다.
주제관의 메인쇼, 너무 슬프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바다와 인류의 상생'
듀공과의 유쾌한 만남 끝에 도착한 곳은 바로 주제관의 메인쇼가 이뤄지는 곳이다. 무대 위에는 방금 만났던 듀공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인 외모(?)를 한 듀공 모형이 자리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자리에 앉자 한 소년이 피리를 불며 시작되는 메인쇼. 주제는 '바다와 인류의 상생'이다.

소년과 듀공의 이야기로 이뤄진 메인쇼는 동남아시아 말레이시아제도에 자리한 보르네오 섬에서 전해지는 실화를 바탕에 두고 있다고 한다. 보르네오 섬에서 떨어진 바다에서 듀공을 만난 소년은 서로 친구가 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폭약으로 고기를 잡는 사람들 때문에 듀공이 사라지게 된다는 슬픈 이야기.
메인쇼 역시 기본적으로 슬프다. 바다와 함께 상생하기보다는 바다를 파괴시켜 지금 당장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하는 인간의 욕심이 소년과 듀공을 힘들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반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시 소년과 듀공은 만나게 되고 희망 역시 잊지 않고 전한다. 영상 속 소년이 통통하던 것과 달리 메인쇼 무대에 오른 소년이 조금 많이 말라 보이는 것 때문에 더 슬픈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감동적인 쇼였다.
메인쇼에는 여수엑스포 전반에 걸친 쇼의 특징 역시 고스란히 잘 담겨 있다. 실사와 영상, 3D를 넘나들며 관람객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애쓴다. 유모차에 탄 아기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100% 만족시키지는 못할 지라도, 메시지 전달력만큼은 탁월하다.
메인쇼를 지나 마지막 제3전시관에서는 한중일 3국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보내온 그림을 전시하며 '바다 인류의 행복한 비전'을 제시한다.
글. 강천금 기자 sierra_leon@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