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학교폭력과 관련, 중학교 때 받은 언어폭력이 성인기의 정신건강에까지 치명적인 상처가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붕년 서울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지난 17일, 서울대에서 열린 2012년 뇌주간 행사에서 '외상과 청소년기 우울증'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언어폭력노출시기와 빈도’라는 최근의 연구를 소개하며, 또래 간의 언어폭력노출이 성인기의 뇌량에 변화를 가져다준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중학교 때 욕을 들을수록 어른이 되어서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중학교 시기에 아이들이 신체적으로 가장 많은 변화를 겪는다.”라며, “분출하는 생명의 에너지를 어떻게 하면 건강한 방향으로 쓰게 할수록 도와줄 것인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이때가 아이들의 뇌발달에서 조정능력이 미숙한 것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는, “중학교 시기에 공부를 덜 하더라도 운동이나 예술 활동 등을 열심히 해야된다. 이때가 어떻게 보면 좋은 꽃을 필 수 있는 나이이고, 거꾸로 말하면 가장 상처받기 쉬운 나이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김 교수는 학부모와 자녀가 우울증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먼저 학부모를 대상으로 ‘당신의 자녀가 (설문항목에 나오는) 우울증 관련 특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울증이 0.5%로밖에 나오지 않았다. 반면에, 청소년에게 '자신의 현재 기분상태에 대해 평가해보라‘는 검사에서는 학부모의 답변에 14배가 높은 7.37%가 우울한 감정상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김 교수는 “우울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물어보면, ‘우리 애가 왜 우울증이에요? 저 녀석은 툭하면 뛰어나가서 안 들어오고 제게 얼마나 화를 내는데요. 저보다 에너지가 더 높은 것처럼 보여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청소년 시기의 우울증 상태이다.”고 말했다.
청소년 시기의 우울증은 짜증스러운 기분(40%)을 많이 낸다. 반항적이고 적대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는 이유가 우울한 기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00여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우울증 관련 비교조사를 한 결과 우울증 그룹이 정상그룹과 달리 흡연과 음주 등에서 4배 이상 높게 나타났고, 인터넷 중독에서도 3배 이상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우울증이 단순하게 아이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소년시기에 경험해야 될 공부, 친구관계, 다양한 자기조절능력발달 등에서 전반적으로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집중력 장애도 우울증의 인지적 증상이며,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요’라는 무가치감도 대표적인 특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권위적 대상인 교사와 부모와의 문제가 발생하는 환경적인 마찰과 비행이나 일탈행동, 규칙 어기기와 같은 행동증상을 꼽았다.
글·사진, 윤관동 객원기자 kaebin@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