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
년의 어느 날, 브라질의 한 시골마을. 마을의 보건소에서 비싼 의료기 한 대가 도난을 당하였다. 도둑들은 이 의료기를 해체하여 고철로 팔았고, 이 고철을 사들인 고물상 주인은 어두운 곳에 놓인 고철덩어리 안에서 푸른 빛이 나는 돌 조각들을 발견했다. 고물상 주인은 푸른 빛이 나는 돌의 일부는 자신이 갖고 나머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이 돌 조각을 가지고 간 사람들이 며칠이 지나지 않아 소화불량과 두통에 시달리게 되었고, 급기야는 쓰러지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결국 4명이 사망하였고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평생 후유증을 겪으며 살게 된 이 사건의 주범은 푸른 빛이 나는 돌. 그것은 방사선을 배출하는 방사능 물질인 세슘-137이었던 것이다.
방사능, 태평양을 건너가는 위력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진도 9.0에 달하는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하여 원자력 발전소의 전력공급이 끊기게 되었다. 전력이 끊기자 냉각수 공급에 문제가 생겼고 냉각이 되지 않은 원자로가 과열이 되어 방사능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가 되고 있다. 문제가 된 후쿠시마 원전 주위 80Km까지 대피령이 떨어지고, 바람을 타고 방사성물질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 날아가 캘리포니아 해안의 방사선 기준치가 상승하였다. 뿐 만 아니라 도쿄의 수돗물에서 방사능 요오드가 검출이 되고 농작물에 의한 2차 피해가 염려되는 등, 사람들은 방사능공포에 연일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체 방사능, 인체에 어떤 해를 끼치길래 이토록 불안해 하는 것일까?
야누스의 얼굴, 방사능
방사능 유출로 인한 피해의 대표적인 예로 1986년,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를 들 수 있다. 이 사고로 인하여 7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였고, 20만 명이 방사능 피해를 입은 채 각종 암과 기형아 출산 등으로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방사능의 이런 위험성이 가득한 이면에는 항암치료와 예술품 복원, 화재탐지기, 고고학과 지질학에서 탄소연대측정, 각종 생물, 해류의 추적장치, 심지어는 우주탐사를 위한 에너지원까지, 우리의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방사능은 방사선을 배출하는 능력
방사능은 방사선을 배출하는 능력으로 알파파와 베타파, 감마파를 방출한다. 이런 방사능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잠깐 물질의 구조를 알아 볼 필요가 있다. 물질을 이루고 있는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양성자와 중성자의 수가 달라 질량이 다른 원소들을 동위원소라고 한다. 그런데 이 중 중성자의 개수가 원래 원자의 개수보다 많거나 적으면 불안정한 상태가 되는데, 이 불안정한 상태를 안정화하기 위하여 원자는 균형을 이룰 때까지 입자를 방출하는데 이를 방사능이라고 한다. 이 방사능 물질은 어두운 곳에서 스스로 푸른 빛을 내는데, 퀴리 부인이 발견한 라듐도 이 방사능 물질의 일종이다.
돌연변이 세포들의 발병, 인체의 면역력에 따라 달라
이런 방사능에 생물이 노출되는 것을 ‘피폭’이라고 부른다. 강력한 에너지를 지닌 방사능은 생물의 DNA사슬을 끊거나 손상시켜 세포 분열 체계를 교란시킨다. 인체가 소량의 방사능에 노출이 되었을 때는 이런 반응이 즉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방사선에 노출된 양이 얼마 이상에서 암이 발생한다고 정해져 있거나 알려진 바가 있는 것도 아니며, 이는 방사선에 많이 노출이 될수록 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확률적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DNA에 이상이 생긴 세포들은 괴사하거나 변형이 되는데, 변형이 된 돌연변이세포들이 암이나 백혈병, 골수종, 탈모, 기형아출산 등을 일으킨다. 우리 몸은 이런 돌연변이 세포들을 제거하는 고유의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이 면역체계가 얼마나 튼튼한가에 따라 돌연변이 세포들의 발병율이 달라진다.
우리 몸의 면역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여 돌연변이 세포들이 불어나게 되면 특히 우리 인체 중 세포 분열이 활발한 곳일수록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들이 유방암이나 불임 등 생식기 계통의 문제이거나, 백혈병 등의 혈액세포를 만들어 내는 골수의 병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또한 유아나 태아들은 상대적으로 어른에 비해 세포분열이 왕성하기 때문에 더 큰 피해를 입는다.
자연상태에서도 방사능에 노출이 된다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은 일반적인 상태에서도 자연 방사능에 노출이 되어 있다. 자연 방사능은 빛, 태양열, 우주에서 지구로 끊임없이 내려오는 높은 에너지입자인 우주선 등이 그 예로, 1년 동안 이런 자연 방사능에 평균적으로 2.4mSv(밀리 시버트, 방사능 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재는 단위로, 일반적인 허용치는 1mSv이다.)정도 노출이 된다. 자연방사능과 의료 목적의 방사능치료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피폭 허용치는 일년에 1mSv이다. 흉부 x-선 촬영 시 1회 당 0.1~0.3mSv, CT촬영 시는 8~10mSv정도 노출이 된다.
전문가들은 500mSv까지는 건강에 큰 이상이 없지만, 1시버트(Sv, 1시버트는 1000밀리시버트이다)에서는 구토나 메스꺼움이 나타날 수 있고 4Sv 에서는 50%의 사람들이 30일 내에 사망하게 된다.
5~10Sv에서는 조혈기의 장애를 일으켜 고도의 백혈구, 혈소판 등이 감소하여 4~6주 후에 사망의 가능성이 높으며 10~15Sv에서는 소화기 장애가 발생하여 2주 후 장염과 쇼크로 사망한다. 50Sv이상일 경우 중추신경장애로 오심과 구토 등이 일어나며 피폭 몇 시간 후 뇌부종으로 사망하게 된다.
만약 방사능에 피폭이 된 경우 24시간 운영되는 신고센터로 신고하여 방사성 물질 제염 후 정도에 따라 격리되어 치료를 받게 된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왠지 인간이 만들어 내었을 것 같은 방사능은 원래 지구가 만들어 졌을 때부터 자연 상태에 존재했던 물질을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이 꺼내어 쓰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득이 있으면 실이 있듯이 인간은 고 에너지의 방사능과 동시에 고 위험의 역시 떠 안게 되었다. 핵 에너지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하여 위험한 것이라는 이미지와 동시에 고효율의 꿈의 에너지라는 이미지 역시 가지고 있어 정확하게 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제 핵에너지에 대한 부분을 정확히 바라보고 판단을 할 때가 되었다. 이미지들이 가지고 있는 환상을 걷어내고 똑바로 보았을 때 우리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글. 조채영 chaengi@brain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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