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갑자기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플 때 엄마가 "엄마 손은 약손"하며 어루만져 주면 이상하게 나아진 기억이 있을 것이다. 최근 부모나 사랑하는 누군가 부드럽게 쓸어주면 자아존중감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Frontiers in Psych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과 하트퍼드셔대학 공동연구팀은 52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고무손 착각' 실험을 했다.
이 실험은 실험 참가자가 한 손은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다른 한 손은 보이지 않도록 가리고, 테이블 위에 둔 손 옆에는 고무손을 하나 올려놓는다.
▲ 출처=http://www.thefrogwhocroakedblue.com/illusions
연구자가 숨겨진 실제 손과 테이블 위 고무손을 동시에 자극하면 참가자는 고무손이 자신의 몸인 것처럼 의식하게 된다. 이들의 뇌를 관찰한 결과 전운동피질(premotor cortex)이 활성화되었다.
전운동피질은 감각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들을 통합하는 기능을 담당하는데 감각 정보들이 일관적이지 않을 때는 촉각보다 시각 정보를 받아들여, 눈에 보이는 고무 손을 실제 손으로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고무손을 때로는 천천히, 빠르게, 중간 강도 등 다양한 속도로 터치했다. 그리고 속도에 따라 어떤 느낌인지 물어보았다. 연구결과, 속도가 느리고 부드러울수록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으며 나아가 고무손이 자신의 손인 것처럼 착각했다.
실험 결과, 뇌는 이러한 '부드러운 손길'을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항상성(homeostasis)' 을 인지하는 감각 중의 하나로 인식했다. 신체는 만족·불만족, 쾌감·불쾌감 등의 감정을 통해 육체의 정보를 알리고 행동을 유도하거나 반사적으로 운동이나 분비를 촉진 또는 억제하는 기능을 가진다.
이런 손길에 대해 민감성이 떨어지거나 의식하지 못할수록 신체 이미지 형성에 문제를 일으키고 이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 거식증이나 폭식증과 같은 신경성 섭식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배가 불러도 무언가 계속 먹고 싶다든지, 신체는 음식을 원하는데 뇌에서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특히 신체 이미지는 자아존중감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건강하고 긍정적 신체 이미지 형성은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어린 시절 부모나 혹은 양육자로부터 충분한 정서적 접촉이 부족할 경우, 건강한 신체 이미지 형성에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 '부드러운 손길'은 긍정적 자아존중감 형성에 도움이 된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 및 학교에서도 이러한 '부드러운 손길'을 통해 건강하고 밝은 사회문화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충북 증평군 형석고등학교는 사랑을 전하는 손이라는 의미인 '러브핸즈(Love Hands)'를 도입한 후 학교폭력이 크게 줄었다. 학생들 역시 "친구들과 교감할 일이 많이 없는데, 러브핸즈를 통해 친구들과 더 가까워진 것 같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힐링명상 기업 단월드에서도 가족 간의 어깨나 등을 만져주고 쓸어주는 '러브핸즈'를 통해 '힐링패밀리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13 서울 차없는 날' 행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러브핸즈'를 체험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이처럼 '러브핸즈'는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사람들과 함께 교류하고자 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가족, 친구, 지인들이 어깨를 주무르는 것으로 피곤과 긴장을 풀어줄 수 있어 건강에도 좋고 가장 손쉽게 서로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하기에도 좋은 방법이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