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12편] 청년 미술치료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12편] 청년 미술치료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2022년 가장 많이 만난 내담자들의 연령대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청년들이다. 스스로 실패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삶을 어떻게 이루어나가야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앞으로 나의 삶이 어떻게 될지, 이대로 괜찮은지 미래에 대해서 또 자신에 대해서 불확실성으로 가득했다.

청년에 대해 살펴보면, 다른 생애주기에 비해 명확하게 구분하기 애매하기도 하다. 흔히 아동, 청소년, 청년, 장년, 노년으로 호칭하고, 때에 따라서 청년과 장년을 묶어서 청장년으로 부르기도 하고, 청소년에 해당하는 연령층을 합쳐 청년기로 지칭하기도 한다. 

레빈슨과 레빈슨(Levinson & Levinson, 1978)은 17-40세 사이를 청년기 범위로 잡아 성인 전환기(17-22세), 진입기(22-33세), 절정기(34-40세)로 세분화하였는데, 우리나라는 2020년 8월에 청년기본법이 시행되면서 법률상 청년 범위를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규정했다.

청년(靑年)은 ‘푸르른 해’ 뜻으로 사전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한창 성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을 뜻한다. 성인기에 들어오면서 부모나 보호자에게서 떨어져 새로운 자아의식을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인정받기 위한 많은 시도를 통해 홀로서기에 도전하는 때라 볼 수 있다.


# 청년 삶의 위기

최근 2030세대의 자살률과 고독사가 증가하면서 청년층의 정신건강 문제가 주요 사회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1년 보건복지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이후 40대 미만 연령층의 고독사가 약 62% 늘어났고, 2022년 보건복지부 자살백서에 의하면, 2020년 자살률은 30대 이하에서 모두 증가했고, 20대의 증가율이 특히 12.8%라 보고하고 있다.

누구보다 경제적·심리적인 독립을 원하고 결혼과 직업에 대한 기대가 크고 사회적 관계 안에서 소속감을 형성하여 성장하고 싶지만, 청년 1인 가구, 고독사, 청년 자살 증가 등이 문제로 대두될 만큼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심각하다.

대학 졸업, 결혼, 가정 양육의 사회적 통념이 흐려지고 있으며 남성과 여성 모두 실패할 관계에 시간과 감정,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불안정한 현실에서 스스로 살아남는 것에 집중하고자 하는데 그러한 나이대가 점점 더 어려지고 있다고 한다.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며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안정적인 성인기로 이행하기 위해 준비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 청년의 상대적 박탈감

상대적 박탈감은 타인과 비교해서 권리나 자격 등 자신에게 있어야 할 당연한 가치를 빼앗긴 듯한 느낌이나 실제로는 잃은 것은 없지만 타인이 본인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 때 상대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잃은 듯한 느낌을 갖는 것을 말한다(윤명숙, 2022),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끼는 청년일수록 미래 전망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사회적 고립의 수준이 높아 자살 위험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상대적 가치로 자신을 평가하여, 박탈과 배제를 경험하고(Marmot, 2017), 이로 인해 괴로움, 낮은 자존감, 수치스러움 등으로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Mishra & Carleton, 2015).

실제로 내담자들은 ‘쉬고 싶어요. 그런데 쉬는 것이 잘 안되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마음은 더 불안하고 무기력해지고 우울하게 되는 것 같아 쉬고 있는데 더 피곤해요.’ 괴로움을 호소한다. 도태되지는 않을까, 뒤처지지 않을까의 생각이 멈추지 않고 떠오르는 것이다. 

최근 국가에서 다양한 청년지원을 위한 사업들을 시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청년 마음 건강 지원사업‘이다. 청년의 정신건강 사업에 상담사로 지원하여 참여하게 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고 역시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가 언젠가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재확인하였다. 


# 아프지 않은 청년이 드물다

청년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취업, 직장 등 경제적 이슈가 모두에게 일차적 순위로 컸고, 사회 부적응, 가족 간 갈등 등 결국은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가 높았다. 그것으로 우울, 두려움, 무기력 등 부정적 정서가 함께 공존하면서 자신감 결여, 내적 에너지의 축소, 수면장애, 우울장애, 공황장애, 자해 및 자살 욕구 등 몸과 마음에 ’비상등[emergency light]’이 들어온 단계임을 확인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라지만 그 마음에 시퍼렇게 멍이 들고 꺼멓게 변했는데 그것을 알아채거나, 아프다는 것을 인지하거나, 치유를 위해 노력이 필요함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즉, 스스로는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내담자, 정신건강에 관심이 없는 내담자, 상담을 받아본 적 없는 내담자,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내담자 등 대부분 심리 건강에 대해 간과하는 경향이 있었고, 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지 못했으며 방관하는 태도로 지냈다는 것에 상담사로 ’이토록 무심하구나‘ 내심 놀람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아프구나‘, ’그렇구나‘ 아는 것과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치유의 시작점이고, 심리치료로 들어가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 내적 에너지 성장 처방전

청소년기가 되면 전반적으로 자아존중감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Robin et al., 2002). 그것이 청년기에도 이어져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어느 시기이든지 자존감 체크는 필요하며 다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자아존중감이 있고 없음이 여러 방면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자아존중감(self-esteem)은 나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평가로 객관적 판단이 아닌 주관적 느낌으로 내가 나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 나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자존감이 중요한 이유는 시련이 닥쳐왔을 때 자신의 능력을 믿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일종의 자기 확신과 연결되며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으로부터 영향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치료의 역할 중 가장 빛나는 역할은 자아존중감의 성장이다. 자아존중감의 향상은 내적 에너지가 채워진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미술치료에서 내적 에너지 충전을 위한 처방전으로 첫 번째가 자존감 향상을 위한 미술치료이다.

내 안의 자아가 단단해지는 것은 보이지 않는 내 자아가 튼튼해진다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내 생각, 감정이 건강해지고 앞으로의 경험, 결정과 행동 결과에 흔들림이 심하지 않을 수 있음을 말한다.

자존감 향상을 위한 활동으로 추천되는 미술치료 기법에는 ’내 안에 나의 것 찾아내기‘가 있다. 장점 찾기, 강점 찾기, 단점의 다른 면 등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꺼내놓고 이야기 나눔으로 내가 가진 자원의 크기를 인식하는 활동이다.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게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 나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갖도록 하는 활동이다.

왼쪽 작품은 30살 J군의 ’정성으로 만들어 낸 머핀‘이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대할 수 없고 버릴 것 없는 것, 지금까지 나를 이루고 있는 소중한 것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내담자는 지금까지의 시간과 모든 것들이 자원이 되어 만들어진 머핀임으로 열심히 살아온 나를 멋지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것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생각하는 단점들을 적어 보고 그것이 과연 단점인지 그것으로 인한 장점은 없는지 알아보고 생각의 확장을 도와 내 생각의 단점들을 새롭게 단장하는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는데, 같은 활동이지만 내담자에 따라 모두가 다른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가치를 단단하게 하는 특별함이 있는 미술치료 기법이다. 
 

그 예로 오른쪽은 32살 Y군의 작품 ‘내 마음의 보석’이다. 버리고 싶은 또는 바꾸고 싶은 나의 어떤 것들, 단점이라 여겨 스스로 못마땅했던 것들이 나의 보석으로 변화되었다. 생각의 변화로 자신의 가치에 긍정적 감정을 끌어올려 자기(Self)에 대한 존중이 채워지는 시간이 되었다. 

여기서 다른 의미이지만 비슷하게 보일 수 자존감과 자존심 의미를 체크하고 가면, 존중의 원천이 무엇인가라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데(조세핀 킴, 2011), 자아존중감은 상황과 무관하게 스스로에 대한 존중이 확고한 것이라면, 자존심은 상대방과의 평가를 통해 자기 만족감을 얻는 것이므로 혼돈하여 사용하지 않아야겠다. 

자아존중감이 높은지, 낮은지에 따라 개인이 삶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Furnham & Cheng, 2000). 미래에 대한 불안과 무망감을 희망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가치의 소중함에 늘 깨어있자. 그리고 빛나게 닦아주기를 게을리하지 않기로 다짐해보자. 나는 소중하니까. 

글. 어수경 

임상미술치료학 박사, 미술치료수련전문가로 EO심리상담교육개발원 대표이다. 한국융합예술심리상담학회 상임이사, 학술위원을 맡고 있고, 서울대, 경희대, 차의과학대 출강 중이며, 공동저서로 『컬러플마인드 미술치료워크북』, 『아동상담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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