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정서 역량과 함께 주목받는 명상 [이미지=게티이미지 코리아]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능력
우리나라 교육부는 올해 사회정서성장지원과를 신설했다. 이는 학생들의 마음 건강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폭력, 교권 침해, 학교 구성원의 정신 건강 등 학교 사회 내 새로운 난제로 부각되는 현안에 효율적·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런 부서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1]
이 과에서는 사업 중 하나로 청소년의 마음 건강을 증진하고 사회정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정서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초·중·고 별로 교과 연계 수업이나 교과 외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총 6차시 분량으로 설계되었다. 올해 시범 운영을 마치고 내년에는 학교에서 활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인성교육이나 어울림 프로그램 등에서 중요하게 다루던 공감, 소통 능력 등을 통합해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6가지 핵심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교육부에서 제시한 한국형 6가지 핵심역량은 자기인식, 자기관리, 관계인식, 관계관리, 공동체 가치의 인식 및 관리, 정신 건강 인식 및 관리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다른 사람과 잘 지내고 자기 자신을 잘 관리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부모나 교사가 생활지도를 통해 길러주던 역량인데 이제 체계화된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획일적인 지식 습득과 학업 능력 향상 중심에서 전인교육으로 학교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소프트 스킬’이나 ‘21세기 핵심역량’ 등으로 불리던 인간의 고유한 역량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사회정서학습(Social-Emotional Learning, SEL)이 교육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에서는 사회정서학습에 대한 정치적 논란을 비롯해 학업 성취도 하락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많은 연구가 사회정서 역량이 학습 동기 부여와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꾸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2]
사회정서학습을 위한 교육 활동으로 인정받은 명상
올해 8월 교육부에서는 ‘학생 맞춤형 마음건강 통합지원방안’을 발표했는데, 기존 정책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명상’을 사회정서학습을 위한 방법으로 적극 도입했다는 점이다. 외부 기관과 함께 교사들을 위한 명상 수업 운영 매뉴얼을 개발하는 한편, ‘마음챙김 동아리’ 운영을 지원하여 전반적인 학교 문화를 조성해 가겠다는 내용이다.
민간 영역에서 명상을 학교 교육 활동으로 제안한 캠페인 사례는 있다. ‘해피스쿨 캠페인’으로 2007년 국제뇌교육협회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제안하여 10년 가까이 전국의 800여 개 학교가 참여했다. 참여 학교들은 아침 방송 수업 시간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5~10분 정도의 명상 시간을 가졌다. 이번 교육부의 발표로 명상은 학교의 공식적인 교육 활동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좀 더 일찍 명상을 사회정서학습 교육 과정에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학교 프로그램으로 Quiet Time이나 Be CALM(Cool, Attentive, Logical, and Mature) 등이 있고, MESEL(Mindfulness-Based Social Emotional Learning)은 학교 일과 중 5~10분 정도 오디오 가이드에 따라 명상 훈련을 하는 방식이다.
사회정서 역량 강화를 위한 청소년 마음 건강 지원사업
사회정서 역량은 결국 나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역량이다. 그러나 마음은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가 어렵다.
반면 뇌는 마음의 생각과 감정의 활동들이 일어나는 곳이면서 동시에 몸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몸을 통해 마음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훈련 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아동•청소년을 위한 대부분의 뇌교육 프로그램이 사회정서 역량을 강화한다고 볼 수 있지만, 미국의 브레인파워웰니스Brain Power Wellness는 학교 현장의 필요에 맞춰 사회정서학습을 교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수를 통해 교사들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하는 신체 운동과 명상, 놀이 활동들을 직접 체험하고 지도법을 익힌다.
여기서 활용하는 ‘Brain Power 10’ 프로그램은 뇌교육을 근간으로 팀워크, 건강, 집중력, 주의력, 기억력, 정서적 건강, 자신감, 창의력, 인성, 시민의식 등 10개 주제로 구성된 다양한 활동들이 있어 교사들이 수업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올해 들어 교육지원청에서 청소년 마음 건강 지원 사업으로 뇌활용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다른 나라와 다르게 우리나라는 두뇌훈련 분야 브레인트레이너가 국가공인자격으로 체계화되어 있어서 이들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고양교육지원청이 시행하는 ‘미라클 성장학교’는 마음 건강의 회복과 적응을 위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학교 밖의 장소에서 3일간 진행하는 워크숍 형태의 프로그램이다. 이 사업에 참여한 브레인트레이너협회가 진행한 프로그램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뇌파 측정과 뉴로 피드백 등의 도구를 활용해 나의 뇌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는 구체적인 인식과 자신감을 갖도록 돕는 전문 브레인트레이너의 진단.
다른 하나는 몸을 움직여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스스로 정화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는 화풀이캠프다. 지난 10월 부산교육청에서 자해, 자살 시도 등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위기학생을 대상으로 마련한 가족치유캠프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먼저 몸을 이완해야 명상에 집중할 수 있다
군포의왕교육지원청 산하 부곡중앙초등학교(교장 곽춘수)에서는 2024년 한 학기 동안 4회에 걸쳐 ‘미라클브레인성장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초등학교 학생들의 사회정서 역량 강화를 위한 늘봄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미라클브레인성장학교는 희망 학생 30명을 대상으로 사단법인 브레인트레이너협회와 ㈜BR뇌교육이 공동으로 ‘스마트브레인 뇌파 측정’, ‘해피브레인 화풀이캠프’, ‘도전! 브레인티어링’, 우리는 하나‘ 등 4개의 워크숍을 운영했다.
미라클브레인성장학교 두 번째 프로그램인 해피브레인 화풀이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의 소감을 보면, 뇌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자 할 때 감정 조절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됨을 알 수 있다.
“짜증 나고 힘들었는데, 뇌가 상쾌하고 자신감도 커지고 짜증과 힘듦이 다 날아갔어요. 너무 시원해요(2학년).” “명상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뇌가 어두웠는데 깨끗해졌어요(2학년).” “화난 감정이 있었는데 뇌를 씻자 뇌가 밝아지고 기분이 좋아졌어요. 마음도 편해요(4학년).”
이 수업을 참관한 부곡중앙초등학교 오순이 교사는 학생들이 명상에 잘 몰입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명상을 하기 전에 한 시간 정도 신나게 놀고 나니까 몸이 이완되고 뇌파가 안정되어 자신에게 집중을 잘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노는 시간 없이 바로 명상을 했다면 아마 시작부터 지루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거예요.”
신체활동으로 몸을 이완시킨 후 본격적인 명상에 들어가는 것은 뇌교육과 브레인트레이닝이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기본 원리 중 하나이다. 즉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들여다보고 조절하기 위해 우선 몸의 움직임을 통해 뇌파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교사에게도 마음 건강을 보살피는 명상이 필요해
교권 침해가 심각해지면서 교사도 정서적 지원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나 실질적인 지원책은 아직 미비하다. 교사에게도 마음 건강을 보살피는 명상이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동안 교사의 스트레스 관리와 학생 지도 능력 향상을 위해 워크숍이나 캠프 형태의 명상 연수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는데, 홍익교원연합의 ’미라클브레인 과정‘은 매일 아침 교사가 직접 명상을 지도하는 온라인 명상 프로그램이다.
홍익교원연합은 교육 현장에서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을 실천하고자 하는 교사들의 모임으로, 교사가 행복할 때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그동안 다양한 교사 힐링 연수와 프로그램들을 운영해 왔다. 교사들의 명상 훈련 모임도 꾸준히 진행해 왔는데,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온라인으로 전환되어 최근에 미라클브레인 과정으로 발전했다.
아침 명상 시간은 명상 지도 경험이 있는 교사들의 재능기부로 운영되는데, 오랫동안 학생들에게 명상을 지도해 온 최정임 교사는 동료 교사들의 소감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아침 6시에 수련한 나 자신이 대견하고, 아이들과 새로운 마음으로 힘차게 활동할 힘이 생겨요. 기분도 좋아지고, 아이들의 문제 행동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게 돼요.” “몸이 개운하고 머리가 엄청 맑아요. 하루를 꽉 채우고 시작하는 기분이 무척 좋아요. 아침을 이렇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명상 덕분에 몸이 살아나고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어요.”
글_김지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 jkim618@gmail.com
참고문헌
[1] 한겨레 신문 2023년 12월 1일자 기사 인용.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118717.htm
[2]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in U.S. Schools: Survey Findings From a National Sample of U.S. Teachers, Samuel H. Rikoon, Laura S. Hamilton, Margarita Olivera-Aguilar, American Institutes for Re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