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11편] 분노 미술치료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11편] 분노 미술치료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힘들어서 상담이 필요한 것 같다는 분들의 사연을 들으면 한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명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마음의 상태, 안개 속에 있는 듯하다.’ 또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가슴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이성적으로 알겠는데 감정이 자꾸 방해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가슴에 손을 얹는다든지 가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는 행동을 한다. 마치 자기(self)의 마음을 스스로 달래는 듯, 다독이는 듯하다. 


# 분노 안에 숨은 감정

이분들의 이야기 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참는다’였다. ‘나만 조용히 지내면 다 괜찮은 줄 알았다. 힘들어도 열심히 참았다. 그런데 이제는 모르겠다. 답답하다.’

참을 인(忍)은 心(마음)과 刃(칼날)이 합쳐진 형성 문자로 ‘참아서 견디어내다’ 의 뜻이고 마음에 칼날이 꽂히는 아픔 또는 그러한 인내를 설명하기도 한다. 마음 위에 칼이 있어서 내가 다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하고 참는 것이 미덕이기만 한 것일까? 질문하게 된다.

참고 억제한 시간으로 만들어진 답답함은 어떤 마음일까? 그것은 풀어야 하는 감정을 풀지 못해 생겨나는 힘든 마음이다. 정리가 오랫동안 되지 않아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는 그렇지만 시간을 두고 정리되어야 하는 어떤 마음 상태이다. 

그 안의 감정을 들여다보면, ‘그냥 억울하다. 그래서 갑자기 화가 나고 나 같지 않은 내 모습에 이제는 걱정이다.’ 억울해서 답답함이, 답답해서 억울함이 결과적으로 화를 유발하는 실체이며 다루어져야 하는 감정이다. 즉, 억울함, 분함, 슬픔, 우울감이 분노 아래에 내재 되어 있는 감정이다. 따라서 내가 지금 답답함에 분하다면 그 안에는 어떤 마음이 가려져 있을지 들추어보자.


# 분노 시 발생하는 호르몬

분노는 심리적 현상이지만, 뇌 속에 있는 화학 물질들에 의한 생리학적 현상이기도 하다. 화가 나면 감정적 반응을 관장하는 소뇌의 편도체가 과활성화되고, 그 신호는 시상하부를 통해 부신에 전달되며, 부신은 온몸에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 된다. 

아드레날린의 목적은 신체가 위협받았을 때 대항하거나 도망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호르몬으로 교감 신경이 흥분되어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가는 등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이 현상이 분노의 감정 시에도 적용되어 신체적 증상이 동반된다. 즉, 심리적 불편감을 경험할 때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가빠진다거나 하는 등의 생리적 신체적 이상 증상이 생기는 이유이다.


# 분노 미술치료

미술치료는 분노와 같은 감정을 끌어내는 또 다른 방법으로 유용하다고 한다(Marian Liebmann, 2013). Wadeson(1980)에 의하면, 미술 활동은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지속적 활용함으로 시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왜곡, 억제된 자기 상을 찾게 해주고 부정 정서 표출을 촉진시켜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외부로 표현하는데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치료적 의미가 있다고 했다.

또 미술치료는 내담자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게 하여 어떻게 느꼈는지 생각하도록 도와주며, 미움과 사랑 같은 양립할 수 없는 감정 상태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등 정서의 표현, 이해, 활용에 효과적이라 한다(Rubin, 2006).

분노는 사건 자체에 의해 유발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사건에 주관적 의미를 부여하여 해석하는 과정에서 유발되고(Beck, 2000), 모든 사람이 다양한 상황 속에서 느끼게 되는 강렬한 정서적 반응으로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정서 중의 하나이다(Averill, 1983). 그래서 분노가 무엇이고 어떠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이 중요하며 미술치료는 이 과정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


# 미술치료 매체와 활동

60대 한 남성분은 가정을 위해 30년 넘게 3교대 버스 운전을 했고 몇 개월 후면 퇴직을 한다고 한다. 그 남성의 아내가 ‘우리 남편이 요즘 너무 이상해요’ 상담을 의뢰했고, 상담 중 남편은 ‘틱’ 증상을 보였으며 우울함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남편은 ‘내가 참으면 되겠지 했다.

내 의견이나 의사가 전혀 적용되지 않았고 그래서 놓친 좋은 기회가 많았는데 언젠가부터 말도 꺼내지 않았다. 많은 것을 상대에게 맞추고 표현하지 않고 참아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오랜 시간 부정적 감정들을 의도적으로 참다 보니 정신적으로 아프고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고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태였으며 화병, 신경증적(neurotic)장애 증상을 동반하고 있었다.
 

▲ 쏟아낸 마음으로 만들어진 감정 인형들

부정적 감정과 생각을 끌어내기 위해 활용되는 매체 중 신문지는 아주 유용한 재료로 깨끗한 도화지보다 마음을 꺼내놓기 편안하게 받아들여진다. 어수선한 신문지 위에 그림이나 글로 나에 대해 표현하고 살핀 후에 신문지를 찢으면서 내 안의 반항적, 공격적 화의 에너지를 밖으로 분출하는 시간을 갖는다. 

부정적 감정을 분출한 후에는 흩어진 신문지 조각들을 다시 모아 새로운 활동으로 연결하여 작품을 만들면서 감정을 분출하고 감정을 이완하는 과정을 통해 나의 정서가 보듬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신문지를 이용한 미술치료 활동은 전체를 하나의 활동[흐름]으로 완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부정적 감정을 덜어내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며, 새로운 긍정적 에너지를 채우고 전환하게 도움을 주는 것이 두 번째 목적이기 때문이다. 

미술치료는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는데 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만들어진 이미지를 통해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하며 해결책을 찾아보고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게 한다. 지금 답답한 마음이라면 그 뒤에 숨어 있는 감정을 찾아보자. 나의 답답함 뒤에는 어떤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웅크리고 있을까? 묵힐수록 좋지 않은 불편한 감정, 지금 만남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글. 어수경

임상미술치료학 박사, 미술치료수련전문가로 EO심리상담교육개발원 대표이다. 한국융합예술심리상담학회 상임이사, 학술위원을 맡고 있고, 서울대, 경희대, 차의과학대 출강 중이며, 공동저서로 『컬러플마인드 미술치료워크북』, 『아동상담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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