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고공에서 투시하듯 보라

책, 고공에서 투시하듯 보라

무조건 많이 읽기에서 뇌활용 독서법으로 ③


▲ 원동연 지음, 『DY학습법』, DY출판, 1994.
내가 처음 접한 책은 이 이전에 나왔다.

 

'목차활용법'을 접하고 책을 읽기 전 목차를 반드시 읽었지만 그게 제대로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목차를 보기 전에 비해 책을 읽는 속도도 빨라지고 전체 내용 파악이 쉽고 기억하는 것도 많아졌지만 말이다. 그러던 차 『DY학습법』이 출판되었다. 아마 1993년인 듯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접하는 학습법에 관한 책이라 신문에서 광고를 보자 곧바로 서점으로 달려가서 읽어보았다. 그중에 눈이 꼿힌 한 대목-고공투시법--고공에서 내려다보는 학습이었다. 이 방법이 바로 목차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고공투시법은 목차를 통해 전체의 내용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살펴보는 방법이다. 등산을 하기 전에 가고자 하는 산 지도를 보고 전체를 파악하고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선택하여 해당 등산로를 확인하는 것과 같다. '국사'과목으로 이를 설명해보자.

 

"목차의 큰 제목을 보면 선사시대부터 조선 사회까지의 시대 구분을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중제목을 보면 각 시대마다 어떤 사항을 중요하게 다루는 지를 볼 수 있습니다. 주로 각 시대의 건국과 발전 상황이 소개되어 있으며, 사회, 경제, 문화에 관한 특징들을 보여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책의 대강을 읽어 가면서 안의 소제목들만을 정리합니다. 이렇게 소제목을 정리함으로써 책의 세부 내용들이 어떤 유기체적인 연관성을 가졌는가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이 대목을 읽다 말고 어떻게 읽어야 할지 난감했던 책을 들고 목차를 그 방식대로 뽑아보았다.      

 

행정학원론

제1편 행정학의 기초 이론

제2편 정책론

제3편 조직론

제4편 인사행정론

제5편 재무행정론

제6편 지방행정론

 

여기까지 뽑자 책의 구성이 머리에 쏙 들어왔다.

 

행정학 원론은 행정학에 대한 기초 이론과 정책, 조직, 인사행정, 재무행정, 지방행정에 대해 소개를 하는 책이라는 게 한 눈에 들어왔다. 행정학은 무엇을 배우는가라는 질문을 해보면 행정학의 기초이론과 정책, 조직, 인사행정, 재무행정, 지방행정을 배우는 과목이라는 게 이 표를 보면 금방 안다.  다시 장을 넣어보았다.


 

'장' 제목을 보면 행정이 무엇인지, 행정의 발달사, 행정학 연구 방법, 현대 행정, 행정이념, 행정윤리, 행정개혁, 시민 참여 등 행정을 그 환경과 연관지어서 행정학을 공부하는 기초 지식을 제시했다. 이 제목들은 본문을 읽을 때 주목해야 할 부분, 기억해 두어야 할 부분을 가리킨다. 즉 본문을 읽을 때 예를 들면 "행정윤리란 000을 말한다", 이런 부문에 밑줄을 긋고 외우라는 지시다.

 

여기에 다시 이어 절을 넣고 다시 목차에 나오지 않은 책 안에 있는 목차를 찾아 넣었다.

    


(
김두식 외 공저, 『행정학원론』, 대영문화사, 2006)


이렇게 모든 목차를 뽑아보니 A4 용지 5장 분량이 되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모두 요약되어 있었다.

 

목차는 큰 단위에서 세부 단위로

 

목차 활용을 하는 데는 순서가 중요하다.


1. 책 제목을 보고 무슨 내용인지 추측을 해본다.
2. 목차를 보고 가장 크게 나눈 단위만을 먼저 본다. 즉 편으로 나누었으면 제 1편, 2편, 3편, 4편만 보고 적는다.
3. 책 제목과 각 편이 어떤 논리로 연결되어 있는지 관계를 본다.

각 편과 편과의 관계를 파악한다. 편의 제목이 예상했던 제목이 아니거나 순서가 다르다면 왜 그런지 생각해하고 이를 메모하여 책을 읽을 때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제목과 그다지 연관이 없어 보이는 제목에 주의한다. 사과 나누기와 똑같다. 나 혼자 먹을 것은 쪼개지 않고 그냥 먹는다. 두 사람이 있으면 둘로 나눈다. 다섯 사람이 있으면?

4. 책 제목과 편, 장...이하 책 안에 있는 제목까지 모두 적는다.

 

여기까지 하는데 20~30분이면 족하다. 이렇게 적은 목차를 모두 연결하여 두루마리처럼 만든다. 이를 항상 가지고 다니며 본다. 어떻게?

큰 단위부터 작은 단위로 책 제목 -> 편 단위->장-> 1, 1)으로. 소리내어 읽어본다. 이렇게.

 

"이 책의 제목은 000이다. 이 책은 네 편으로 되어 있는데 제 1편의 제목은 000, 제2편 제목은 000, 3편 제목은 0000...이다. 제 1편에는 0개 절이 있는데 제 1절은 000 제2 절은 000
제3절은 000 .....제1편 제1절 1.은 000 2.는 000 3.은 000. 4.는 000. 이렇게 책 끝까지 하고 다시 안 제목으로 들어와 제 1편 제1절 1의 1)은 000. 2)는 000 3)은 000...."

 

이렇게 계속하면 전체 목차가 눈에 들어오고 그 내용이 파악된다. 전체 쪽이라해도 다섯 장이다. 10분이면 충분하다. 알고 보니 저자 원동연 박사 또한 대학 생활 내내 공부법을 알기 위해 해멘 분이었다. 원 박사는 제대로 된 학습법을 발견했으니 다행이지 그 동안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 좌절하고 실패한 분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DY공부법'에서 강조하는 또 한 가지는 건강이다. 공부하는 데 체력을 강조한 것이 이 책이 처음이었다. 이는 나중에 'DY건강법'이라는 책으로 별도로 나왔는데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첫째 바른자세

척추가 구부러지면 내장을 자극하고 신경계를 자극해서 건강을 해친다.

둘째 부드러운 관절

적절한 관절 운동을 통해서 몸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잘 배설하는 것
배설을 잘해야 한다. 내장이 튼튼해야 배설을 잘한다. 내장을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을 알아야 한다.

넷째 눈, 코, 입, 치아, 목 같은 오관을 튼튼하게

오관을 강하게 하는 하는 운동을 매일 세수를 하면서 할 수 있다.

다섯 째 깊이 잠잘 줄 알아야 한다.


이는 나중에 접한 '뇌활용 공부법'에서 거의 다 강조하는 것이다. 이렇게 운동을 하면 몸이 좋아지고 집중력이 향상되고 암기력도 좋아진다. 1999년부터 기체조를 매일 하면서 실감했다.

 

'DY학습법'의 핵심은 뭔가.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정보처리 능력이다.

이것은 어떤 정보가 왔을 때 신속하고 정확하게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둘째, 전체를 보고 부분을 보는 능력이다.

숲을 보고 나무를 보는 법이다. 고공학습법이라는 훈련을 통해 모든 학과목의 전체 구조를 먼저 파악하게 한 다음 부분으로 들어가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익힌다.

셋째 추상화된 개념을 구체화시키는 능력이다.

기호나 부호도 전달되는 정보를 소화해서 구체적으로 풀어나가는 능력을 길러준다.

넷째, 외국어 능력이다.

외국어 능력을 기르면 자신이 접하는 정보의 3배를 접하게 된다.

다섯째 과학기술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 능력

자연계를 잘 이해하는 능력이 길러지면 21세기 과학 문명시대를 살아가는 통찰력을 얻게 된다.

 

이 책은 나오자 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를 구체적으로 훈련하는 학습법이 전국에 보급되었다. 『DY전인교육시리즈』, 『DY학습프로그램』,『DY과학기술 이야기 시리즈』가 잇따라 발간되었다.

 

직장인이라면 원 박사가 지은 『5차원 전면교육학습법』을 읽어보시라. 5차원은 지력+심력+체력+인간관계+자기관리를 말한다.
그런데 DY가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 원동연 박사의 동(D) 연(Y) 영문 머릿글자다.

 

'고공투시법'을  활용하니 책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고 기억하는 게 너무나 쉬워졌다. 짧은 시간에 500쪽이 넘는 책을 수십 번 읽는 효과를 얻었다. 전체를 파악하고 세세하게 들어가지 어느 위치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까지 머릿속에 떠올랐다. 학교에서 이런 방법을 배웠더라면 공부가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글. 정유철 선임기자 npns@naver.com
전 전남일보 논설위원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