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상식] TV 켜 놓고 자는 습관, 우울증 부를 수 있다

[두뇌상식] TV 켜 놓고 자는 습관, 우울증 부를 수 있다

[오늘의 두뇌상식-64] 사소한 습관이 부르는 우울증

직장인 P씨는 퇴근하고 집에 가면 먼저 샤워를 하고 TV를 보다가 그대로 잠드는 날이 많다. 어떤 날은 잠자리에서 책을 보다가 머리맡 스탠드 불을 켠 채 잠들기도 한다. 이렇게 TV나 스탠드를 켠 채 잠드는 사소한 습관이 우울증을 부를 수도 있다.

밤새 켜 놓은 TV나 스탠드 조명이 우울증을 부른다.

2010년 11월 17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는 신경학회 학술대회가 열렸다. 여기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신경 심리과학과의 랜디 넬슨 교수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바로, 밤에 비추는 인위적인 빛이 뇌 속 해마 조직에 문제를 일으켜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넬슨 교수의 연구진은 두 그룹으로 나눈 시베리아햄스터로 연구를 진행했다. 한쪽은 밤에 5룩스(lux) 밝기의 빛을 쬐게 했고, 다른 한 그룹은 정상적인 낮과 밤을 연출해 주었다. 5룩스는 밤에 TV나 램프를 켠 정도의, 미약한 빛이다.

8주가 지나자 한쪽 그룹의 햄스터가 이상 행동을 보였다. 좋아하는 설탕물도 먹으려 하지 않고, 움직임도 훨씬 적어지는 등 ‘우울증 증세’가 나타났다. 인간으로 치면 우울증에 걸려 무기력해지는 모습과 같았다.

당시 연구진은 햄스터가 우울증에 빠진 원인을 ‘멜라토닌’이라고 추정했다. 멜라토닌은 밤이 왔다는 것을 신체에 알리는 호르몬이다. 빛에 민감해서 불과 5룩스에 불과한 빛이라도 밤에 쐬게 되면 멜라토닌 분비는 줄어들게 된다. 멜라토닌 감소가 이 호르몬을 받아들이는 해마 조직 속 수상돌기의 밀도도 낮아지게 해 이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간단한 방법으로도 습관이 만든 우울증 치료할 수 있어

밤에 TV나 스탠드를 켜두고 자는 단순한 습관이 우울증을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간단한 방법이 이런 우울증을 치료하기도 한다.

지난 24일 자 <분자정신의학지>에서 넬슨 교수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습관으로 생긴 우울증은 밤낮 주기를 정상적으로 돌리기만 해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0년 연구결과 발표 후, 넬슨 교수의 연구진은 시베리안햄스터 암컷과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다. 햄스터가 사는 환경을 낮에는 150럭스의 조도를 유지하고 밤에는 5럭스의 밝기를 유지했다. 이런 환경에서 4주를 보내게 보내게 하고 지켜보았다. 4주가 지난 후에는 다시 1~4주간 밤에 불을 켜지 않고 깜깜한 상태로 보낼 수 있게 하고 상태를 살폈다.

야간에도 5럭스의 빛을 쬔 처음 4주간은 햄스터들이 설탕물도 먹지 않고, 행동이 줄어드는 등 우울증을 앓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야간 조명을 없애고 정상적인 밤낮을 보내게 하자, 2주 만에 햄스터의 행동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연구진은 햄스터가 이런 반응을 보인 이유가 몸의 면역체계를 자극하는 신호 단백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이토카인은 다치거나 스트레스받았을 때 몸 상태를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분비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면 신호전달체계에 이상이 생긴다.

넬슨 교수는 “밤에 조도를 5럭스로 유지했을 때, 햄스터에게 사이토카인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분비되었다”며 “이 영향으로 신경세포에서 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상돌기가 줄었다. 하지만 밤에 조명을 없애자 수치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밤과 낮의 주기만 제대로 조절해도 우울증이 완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 연구가 사람에게도 도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가로 사이토카인이 신경세포와 뇌에 어떤 영향을 끼쳐 우울증을 유발하는지 연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평소 무기력하거나 자주 우울하다고 느낀다면 평소 생활 습관이 어떤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TV를 켠 채 잠드는 사소한 습관 하나가 우울증을 부를 수도, 치료할 수도 있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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