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에서 껌을 씹으면 단기기억력이 감퇴한다는 연구결과를 밝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껌을 씹으면 시험 성적이 올라가고, 기억력이 높아진다는 전혀 상반되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껌을 씹으면 머리가 나빠지는 것일까, 아니면 좋아지는 것일까? 껌에 대한 다양한 연구결과를 살펴보자.
껌 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 단기기억력 감퇴해
영국 카디프대학 연구팀을 껌을 씹으면 단기기억력이 감퇴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학생 40명에게 껌을 씹으며 자유롭게 배열된 알파벳 숫자를 외우게 하자, 껌을 씹지 않고 외웠을 때보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상 한 곳을 손가락으로 계속 두드리며 실험했을 때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껌을 씹으면 순서를 바로잡는 행동에 악영향을 미쳐, 과거 기억해 놓았던 순서까지 흐트러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껌을 씹거나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등의 행동을 하면서 동시에 인지 과제를 하면 뇌에서 처리하기 어려워한다고 설명했다.
껌 씹는 학생이 성적 높다
미국 뉴욕 캔톤에 있는 세인트로렌스대학 심리학 연구팀은 시험 전 5분간 껌을 씹은 학생들이 다른 학생보다 시험 성적이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를 2011년에 발표했다. 대학생 80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시험 전, 시험 도중에 껌을 씹게 하고 나머지 한 그룹은 껌을 못 씹게 했다. 그리고 숫자 배열이나 논리 퀴즈 등 인지적 과제를 처리하게 하자, 시험 전 껌을 씹은 학생의 점수가 평균적으로 가장 높았다. 반대로 껌을 씹으며 시험을 본 학생의 점수는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연구팀은 '씹는' 행위가 뇌의 각성 반응을 20분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껌
껌을 씹으면 불안감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단국대학교 김경욱 교수는 성인 36명에게 하루 1시간씩, 4주간 껌을 씹게 한 후, 뇌파측정을 했다. 그러자 뇌기능이 활성화되고, 정신적 이완작용과 행복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스위번대학교 앤드류 스콜리는 껌을 씹으면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2세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껌을 씹으면서 고난도의 문제를 풀게 한 뒤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했더니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수치가 감소했다고 한다.
씹는 행위는 치매도 막아
노인의 치매를 막는 데 껌이 도움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일본 기후(岐阜)대학 의대 오노스카 미노루 박사는 껌이나 음식을 씹는 행위가 동물이나 사람의 치매와 연관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치아, 특히 어금니가 없으면 단기 기억을 저장하는 뇌인 해마 세포가 쇠퇴한다고 오노스카 박사는 주장했다. 실험용 쥐의 어금니를 제거한 뒤, 미로를 찾는 기억력 테스트를 했더니 젊은 쥐나 이빨이 온전한 늙은 쥐는 미로를 잘 찾아냈다. 하지만 어금니가 없는 늙은 쥐들은 미로를 통과하지 못했다. 미로를 통과하지 못한 늙은 쥐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장치로 관찰한 결과, 해마에 있는 신경교 세포가 정상 이상으로 쇠퇴해 있었다.
껌을 씹으면 뇌의 혈류량이 증가하면서 뇌 기능이 향상되고 집중력이 올라간다. 또, 씹는 힘이 강해지므로 타액과 소화액 분비가 촉진되고 소화가 잘 된다. 하지만 뇌에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울다가도 웃긴 사진을 보면 폭소를 터트릴 수 있는 이유가 이런 뇌의 특성에 기인한다. 그래서 껌을 씹는 동안에는 뇌에서 다른 기능을 처리하기 어려워, 단기 기억력이 떨어지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