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감동을 설계하다

창조적인 뇌

브레인 11호
2013년 01월 11일 (금)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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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건축가보다는 여행 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인기 높은 블로그 운영자로 소개될 때가 더 많은 오영욱(32세) 씨. 그는 연세대 건축공학과 시절부터 전공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전국의 서원과 절, 유명 건축물들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했다. 졸업 후 3년 반 동안 건축기사로 일하며 ‘도피자금(?)’을 마련해 세계를 여행하게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자신이 돌아본 곳의 풍경을 펜으로 스케치하고 일상을 그린 카툰과 떠오르는 생각을 그때마다 블로그에 모았다. 그렇게 모은 글과 그림은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라는 세 권의 책으로 세상에 소개됐다. 최근에는 자신의 그림으로 구성한 여행 다이어리도 내고, 초청전시회도 준비하고 있다. 본업인 건축 일도 늘 그의 손을 떠나지 않는다. 바쁜 일상과 여행의 여유가 공존하는 그의 삶을 만났다.









오영욱
오기사 디자인 대표



아날로그적 삶을 지탱하는 디지털 _ 오영욱 씨의 블로그 <행복한 오기사>(http://blog.naver.com/nifilwag)는 삶과 농담, 진지함과 가벼움이 동시에 엮여 있는 공간이다. 독특한 선의 스케치, 빨간 모자의 오기사 캐릭터로 엮은 재치 있는 카툰, 여행지와 일상을 담은 사진들,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 하나의 독특한 건축물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거의 매일 작품을 올리는 게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물었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블로그처럼 꾸준히 하는 일들을 밥 먹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밥도 매일 뭘 먹을지 선택을 하는데 블로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에게 블로그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기록이다.

오래된 일기장을 들춰보듯 기분 좋은 기록들. “제 생각을 보고 ‘그렇구나’ 하기보단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했구나, 나도 나만의 생각을 하고 싶다’고 하는 평이 저는 더 좋아요.”

그는 책을 쓰고 일을 하는 데 인터넷, 그중에서도 블로그의 혜택을 많이 받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삶과 반대 이미지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삶은 굉장히 아날로그적인데 디지털과 교차된 느낌이 듭니다. 아날로그적 삶과 블로그처럼 그것을 지탱해주는 디지털적 힘이 저 스스로도 재미있죠.”

직선보다 쉬운 곡선 _ 오영욱의 책과 블로그에 담긴 일러스트레이션은 전시회를 열 정도로 인기가 높다. 단순하지만 부드러운 선, 자신을 중심으로 둥글게 세상을 다시 재배치한 듯한 구도,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은 어떻게 나왔을까? 건축을 공부하면서 본격적으로 스케치를 시작한 그에게 스케치는 관찰의 대상이 중요할 뿐 구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고 한다. 보통 대강의 구도를 잡고 밑그림을 그리는데, 그는 그런 과정도 거치지 않는다.

“그냥 종이를 놔두고 ‘난 이 장면이 좋아’라고 그리기 시작해요. 여기 저기 그리다 연결을 해야 하는데 제게는 실제처럼 똑바른지보다 그 선이 연결된다는 것이 더 중요하죠. 이미 똑바르다는 걸 인식하고 있으니까요.”

의도하지 않게 생긴 이런 왜곡들이 그의 독특한 스타일이 되었다. 그는 요즘엔 오히려 직선이 그어지지 않는다며 웃는다. 이렇게 그린 일러스트들은 그가 쓴 책들의 페이지 대부분을 차지하고, 이제는 다른 많은 책의 표지와 잡지 일러스트가 되었다.

삶은 여행 _ 수많은 여행 경험 덕분인지 오영욱 씨의 그림과 글에서는 독특한 여유가 느껴진다. 그는 삶을 여행처럼 살아가려 한다고 말한다. “작년까지 바르셀로나에서 공부하며 여행하며 살았기 때문에 이방인이면서도 현지인에 더 가까워 경계가 모호해진 탓이 큰 것 같아요.

서울에 다시 왔을 때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여기서도 여행하듯이 살면 즐거움과 행복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마음을 다졌죠. 여행처럼 서울 지도를 많이 보고 새로운 곳도 자주 찾아가며 살고 있어요.”

하지만 그의 실제 스케줄은 무척이나 빡빡하다. 책 관련 강연과 독자와의 만남, 잡지 인터뷰, 전시회 준비 등등에 본업인 건축 설계까지. 스스로 게으르다고 평하지만 그의 게으름이란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간 카페에서 세 시간 동안 사진을 계속 찍어 작품을 만드는 식의 특이한 종류다. 정신없을 것 같은 자신의 시간을 여유 있게 꾸려가는 그의 비법 역시 여행의 지혜다.

“여행을 하면 하루에 두 가지 이상을 못 해요. 뭔가 하나를 하려면 다른 하나를 버려야 그 하나에 시간 투자를 더 할 수 있거든요.”좋은 건지 나쁜 건지, 요즘은 일이 놀이가 됐다고 그는 말한다.

“많이 일할수록 많이 놀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 두 달 동안 건축 프로젝트 때문에 매일 아침 열 시부터 새벽 네 시까지 일했습니다. 하지만 금세 잊어버리는 습관 때문인지 그 기억이 벌써 까마득해요.” 힘을 주는 기억 외엔 잊어버린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이 현재지향형 인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별한 보통사람이 되는 법 _ 오영욱 씨는 자신이 평범하다고 말한다. 조금 다른 부분들을 가지고 이렇게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굳이 스스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도, 세상 사람도 몇몇 특별한 분을 빼고는 모두 평범한 것 같아요. 모두 자기만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을 뿐이죠.”

그렇다면 자신 안에 숨겨진 특별함을 살려내고,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는 방법은 뭘까? 그는 자신이 뭘 원하고 좋아하는지를 알 수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제 친구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것을 그려도 다른 그림이 나와요. 그 친구가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이 나와 달랐기 때문이죠. 제 그림을 따라 그려보고 있다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에겐 차라리 자신이 원하는 걸 여러 번 그려보라고 얘기합니다.” 그는 원하는 것이 명확하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 말한다. 이것이 좋아하는 여행과 건축에 열정을 불사르고 있는 그의 ‘특별한 보통사람이 되는 법’이다.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
?사진·김경아 | 일러스트레이션·오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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