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의 뇌교육이야기] 뇌철학이 필요한 시대

이승헌의 뇌교육 이야기

브레인 8호
2013년 01월 15일 (화)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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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두뇌산업 시대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뇌에 대한 이야기도 많아졌다. 21세기를 ‘뇌의 시대’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우리는 생활 속에서 뇌를 쉽게 접하고 있다. 일본의 닌텐도 사에서 제작한 휴대용 게임기가 ‘뇌’를 콘텐츠의 핵심으로 잡으면서, 전 세계에 수천만 대나 판매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뇌와 관련된 서적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TV에서도 두뇌 관련 프로그램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머리 좋아지는 음식을 제공하는 전문 식당도 생겨났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변화는 과학적 연구가 그 시발점이 되었다. 1990년대 들어 선진국들이 앞 다투어 인류 과학의 정점으로 떠오른 뇌에 대한 범국가적 투자를 시행했고, 그로 인해 인간 두뇌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뇌가 대중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뇌에 대한  근본 질문을  던질 시점

뇌가 21세기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떠오르는 지금 우리는 뇌의 근본가치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뇌는 과학적 대상도, 의학적 대상도 아닌 인간 그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체 중에서 유일하게 정신과 물질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인간의 뇌이며, 그것은 곧 인간의 정체성과 가치를 대변한다. 뇌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이해 없이, 뇌에 대한 과학적·의학적 접근이 지속된다면 ‘과학을 위한 과학’이 갖는 위험성이 더욱 크게 부각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는 반드시 뇌에 대한 철학이 병행되어야 한다. ‘인간의 뇌란 무엇인가’, ‘인간의 뇌를 어떠한 목적으로 활용하고 개발할 것인가’, ‘인간의 가치와 뇌의 가치는 무엇인가?’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가 뇌에 대한 신비를 밝히고, 뇌에 대한 신경생리학적 기전을 밝혀가면서 궁극적으로 이루어야 할 명확한 비전과 목적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걸까?’ 등 인간 본연에 대한 질문들은 해답 없는 질문처럼 보이지만 ‘뇌’를 알게 되면 다르다. 인간의 마음을 알기는 어렵지만, 뇌를 이해하고, 뇌를 알게 되면, 인간을 이해하는 데 보다 쉽고 분명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질문명의 발달 속도만큼이나 퇴색되어가고 있는 인간의 정신적 가치 하락은 뇌 연구에 있어 그 근본철학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잘 대변해준다. 

 뇌의 가치와  인간의  가치

인간은 살아가며 인간다움을 표출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건강과 행복과 평화 또한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능력이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정신적 풍요로움을 누릴 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 또한 이롭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인간은 갖고 있다.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용기를 가진 것이 또한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의 뇌를 갖고 있다는 것은 또한 무엇인가. 어떠한 삶이 인간다움을 발현하게 만드는 것일까. 시간이 갈수록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 ‘뇌’가 갖는 중요성이 더욱 크게 부각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부분이다. 뇌 연구에 있어 뇌철학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뇌는 인간의 근본가치를 담고 있다. 내가 온 힘을 기울여 가꾸고 다듬어야 할 보배 같은 존재이다. 나의 뇌 안에 어떠한 정보가 들어 있는지, 그 정보가 나를 해롭게 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부정적 정보는 아닌지 살펴보고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뇌가 가진 본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고, 신이 주신 이 소중한 선물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책임을 우리 모두는 갖고 있다.

 뇌철학 담은  한국의  뇌교육

필자가 1990년 한국뇌과학연구원을 설립해 뇌신경생리학, 뇌질환 등의 분야가 아닌 인간 뇌에 대한 근본 탐구와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의 뇌 기능과 활용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한 것도 인간의 뇌가 갖는 근본 가치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뜻에서였다. 뇌에 교육적 가치를 접목하기 위해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을 설립하고 국학, 뇌교육학, 평화학을 통해 ‘뇌’가 갖는 교육, 과학, 건강, 문화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뜻에서 비롯된 것이다.

21세기 뇌의 시대를 맞이해, 한국이 리드하고 있는 뇌교육은 분명 뇌철학을 바탕으로 정립된 학문이다. 천지인天地人, 홍익인간弘益人間 같은 평화공존의 철학을 가진 선조들의 정신이 여기에 뿌리내려 있다. 많이 잊혀졌지만 인류 보편적 가치인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을 되살려 뇌를 통해 알리고, 뇌교육으로 이를 세계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삶의 가치와 존재의 이유가 바로 ‘홍익’이었으며, 이는 중심 철학이 없어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한국인의 뇌가 가져야 할 중심 가치이기도 하다.

더불어, 우리의 선조들은 21세기 인류의 마지막 미개척지라 불리는 ‘뇌’에 대해서도 이미 그 의미를 꿰뚫어보았다. 한민족의 고대 경전 중 하나인 ≪삼일신고三一神誥≫에는 ‘自性求子 降在爾腦(저마다 본성을 찾아보라. 너희 머리(뇌) 속에 내려와 있다)’라는 글귀가 존재한다. ‘강재이뇌’의 철학은 한국뇌과학연구원의 설립이념이기도 하다.

인류미래의 자산으로 떠오른 뇌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되새겨보자. 뇌의 근본가치에 대한 자각은 분명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크나큰 기회가 될 것이다. 전 세계 1억의 사람들이 뇌가 갖는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뇌를 잘 쓰는 방법을 익혀 그것을 생활화할 때 비로소 지구촌에 평화가 자리할 것이다. 지난 30년간 뇌교육이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믿음에 변치 않는 신념으로 화답해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승헌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총장, 국제뇌교육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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