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을 넘어 내면의 세계로

브레인 에듀

브레인 11호
2010년 12월 22일 (수)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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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엄청난 정보가 끊임없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우리는 세계와 적절히 상호작용하기 위해서 이들 정보를 정확하게 지각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신체적·심리적 손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위험을 미리 알아차려야 하며, 사회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타인과 상호작용도 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이런 감각이 모두 차단된다면 과연 우리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쩌면 감각의 차단이 새로운 세상으로 이끄는 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감각 너머 내면으로 향하는 문을 두드려보자.

감각 없이는 한시도 못 살아~

지구상의 모든 종은 정보를 수집하도록 특별 고안된 기제를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간은 다양하고 복잡한 감각 정보를 처리하도록 고안된 기제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전체 신피질의 55%는 시각 정보의 분석과 관련된 영역이며, 체 감각 관련 영역이 11%, 청각 관련 영역이 3%를 각각 차지한다(Kolb & Whishaw, 2003). 우리의 감각 기능은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이 들 때까지 예민하게 외부 정보를 입력하고 분석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거의 자동화된 감각 기능이 비활성화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1950년대 캐나다의 맥길McGill 대학교에서는 능동적으로 감각을 차단하는 상태를 만드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은 학생들에게 며칠 동안 그저 눈을 감고 누워만 있는 조건을 제시하고, 지금 돈으로 100달러 정도를 주었다. 귀에 들리는 건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뿐인 격리된 장소에서, 눈을 가리고 팔은 붕대에 감긴 학생들을 아무 할 일 없이 놔둔 채로 견딜 수 있을 때까지 견뎌보라고 했다.

많은 학생이 처음에는 잠을 잤지만 깨어난 후에는 지루해하고 불쾌해하기도 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 했다. 좀 더 견디면 돈도 벌고 과학적 발견에 기여할 수 있었음에도 많은 학생이 첫날 중도 포기했다. 더 오래 견딘 학생들 또한 실험이 끝난 후 일시적이긴 하지만 정서조절·정신집중·문제해결 곤란을 경험했다. 심한 경우 환각과 시·공간 감각을 잃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감각의 허들 뛰어넘기

이 실험은 일상적 감각이 차단되면 일시적인 정신적 혼란이 오게 됨을 입증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신적 혼란을 넘어서면 좀 더 초월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해리 팔머(1994)는 그의 저서 《뜻대로 살기》에서 자신이 감각 차단 탱크에 들어가 겪은 실제 경험에 대해 기술했다.

감각이 차단된 동안 맨 먼저 분명해지는 사실 중 하나는, 감각의 인지능력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마음은 그 자리를 어떻게든 메우려 한다는 것이다. 몸에 감각이 입력되지 않으면 마음이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정신없이 난장판을 벌인다. 그것은 혼돈스러운 경험으로 마음 너머 있는 고요함에 이르려면 어떻게든 그것을 통과해 솟아올라야 한다고 묘사한다.

“새로운 관점에 동화되자 나는 ‘생각하는 마음’을 둘러싸고 있는 섬세한 배경의 이미지들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저항된 경험들, 수태, 출생, 마음에 상처를 남긴 사건들, 그리고 죽음 등의 쳇바퀴. 스스로 나라고 여겨온 존재에 관한 모든 기록이 형언 불가능한 순수의식의 대양 속에 거품 방울처럼 떠 있었다.”

뇌간으로 만나는 세상

감각 기능을 넘어서는 이런 초월적 경험은 아직 뇌의 특정 부위와 정확히 연결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이승헌 총장의 최근 저서 《뇌파진동-원하는 것을 이루는 뇌의 비밀》에 나타난 뇌간의 기능을 통해 우리는 그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다.

저자는 뇌파진동의 효과가 나타나는 뇌 영역으로 뇌간의 중요성을 기술하고 있다. 뇌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생명 뇌’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뇌간은 주로 호흡과 순환, 소화, 생식 등 생존에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이런 뇌간에는 태초의 빅뱅과 함께 시작된 생명의 리듬이 저장되어 있으며, 이 생명의 리듬이 심장을 뛰게 하고 만물을 자라게 한다.


또한 뇌간에 있는 생명의 힘을 키워 대뇌피질과 변연계를 동시에 진동할 수 있다면, 우리의 뇌는 세상 무엇과도 충돌을 일으키거나 갈등하지 않는 순수한 뇌파를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무의식의 뇌인 뇌간은 강력한 신념으로 의식화될 수 있다.

글·윤선아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뇌교육학과 교수, 인지과학연구소장


의식이 뇌간까지 내려가려면 감각을 통한 정보인 대뇌피질의 의심이나 변연계의 두려움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강력한 신념이 필요한데, 그것은 위험한 상황에서 사랑하는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일념과 같은 강한 열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승헌 총장은 그 열망이 뇌간에 들어가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목표에만 집중하게 되어 목표가 서서히 현실에서 윤곽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일상적이고 자동적인 감각 기능을 넘어설 때 가능한 초월적 경험. 여기에 신념이 더해질 때 소망은 현실이 된다. 뇌간의 기능에 집중하는 것은 감각과 인지, 정서를 넘어 순수한 인간 동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경로다. 또한 뇌간에 대한 연구는 이를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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