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의 두뇌, 무엇이 다른가?

남자와 여자의 두뇌, 무엇이 다른가?

문용린 칼럼

브레인 9호
2013년 01월 11일 (금)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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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차이는 과연 있는 것일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성우월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보편적으로 풍미했었는데, 서양에서는 기독교가, 동양에서는 유교가 그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면서, 남성우월주의라는 이데올로기는 크게 도전을 받기 시작하여, 그런 주장을 내세우는 사람은 시대착오적인 사람으로 간주될 정도에 이르렀다.

남녀의 다름에 대한 인정
남성우월주의를 주장하는 것과 남녀 차이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아주 다른 것이다. 전자는 개인 또는 한 집단이 소유하는 이데올로기나 신념이고, 후자는 경험적 관찰에 의한 객관적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둘을 혼동하는 경우가 꽤 많다. 남녀 차이에 대한 언급이  남성우월적인 언급과 동일시되어 물의를 일으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남녀의 사실적이고 객관적 차이에 대한 언급 자체가 아주 조심스러운 것이 되어버렸는데, 이 또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즉 남성우월주의도 문제지만, 남녀 간의 차이를 무시하고 폄하하려는 것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예컨대 남녀 간에 목소리의 차이가 분명히 있는데 이를 애써 부정할 이유가 없고, 부정한다고 해서 그 차이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 차이를 화음으로 이용하면 훨씬 더 아름다운 화음으로 만들 수 있다. 그 차이를 잘 활용한 예가 남녀 혼성 합창단의 아름다운 노래가 아닐까?

지구상에 존재하는 남자와 여자는 같음으로서보다는 다름으로써 더 잘 조화를 이루고, 더 아름답고, 더 진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남성우월주의는 폐기해야 할 독선이고 이데올로기이지만, 남녀의 차이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는 꼭 필요한 연구이고, 그 차이를 우리들의 삶 속에 더 잘 활용하는 지혜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인간 두뇌연구, 남녀 간 이해에 관한 새로운 지평
인간의 두뇌 연구는 이런 남녀 간 차이의 이해에 새로운 지평을 연다. 아주 간단한 것 몇 가지만 살펴보자. 우선, 해부학적으로 보면 남녀 간의 뚜렷한 뇌구조 차이가 하나 보이는데, 곧 뇌량이다. 뇌량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케이블 같은 것인데, 이것의 굵기가 남녀 간에 크게 차이가 난다. 여자의 뇌량이 훨씬 더 굵다.

이 같은 뇌량의 굵기 차이가 어떤 남녀 차이를 만들어낼까? 뇌량의 굵기는 곧 좌뇌와 우뇌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좌우뇌 각자의 역량을 시너지화하는 능력을 강화시킨다. 그래서 첫째로 남녀 간에 청력의 차이가 생겨난다. 여자들이 남자에 비해서 청각자극에 훨씬 더 예민하다. 여자들은 소리를 들을 때, 좌우뇌 모두를 활용해서 듣지만, 남자의 경우에는 한쪽 뇌만을 활용한다. 그래서 청력의 차이가 생겨난다.

두 번째로, 뇌량의 차이가 만드는 또 하나의 남녀 차이는 동시수행 능력의 차이다. 여자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잘할 수 있지만, 남자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예컨대 여자는 남과 대화를 하면서도 뜨개질이나 요리를 함께 할 수 있지만, 남자는 대화면 대화, 요리면 요리지 이를 동시에 하기 어렵다.

여자는 음식을 하면서 다른 일을 해도 음식을 태우는 일이 드물지만, 남자가 그렇게 시도하다가는 십중팔구 음식을 태울 것이다. 부주의의 탓도 있겠지만, 남자의 뇌구조가 병렬수행이 어려운 직렬수행의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뇌량의 차이가 만드는 남녀 간의 차이는 감정표현의 능력 차이다.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하여 훨씬 다양하고, 섬세하며, 유능하게 감정표현을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차이는 언제나 주목받아왔다.

모두가 이미 알듯이, 우뇌는 감정과 정서를 관장하고, 좌뇌는 언어를 관장한다. 좌뇌와 우뇌의 역량 자체에는 남녀 차이가 보이지 않지만, 여성 두뇌의 뇌량이 크기 때문에, 둘이 합쳐서 이루는 협동의 시너지는 여성이 강하다. 그래서 여성은 감정표현에서 남자를 훨씬 앞설 수 있는 것이다.

차이를 이해와 상생의 계기로
이런 좌우뇌 협동의 시너지가 언제나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좌우뇌의 협동이 잘 되는 여성들의 경우 감정과 정서의 개입이 남성들보다 더 원활하게 이루어짐으로써, 객관적 사실에 대한 지각과 추리에 혼선을 가져올 가능성도 크다. 좌우뇌의 협동이 잘 이루어지는 만큼 감정과 정서의 개입이 더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여자 중에는 냉혈한이 드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뇌량 크기의 남녀 차이 하나만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 남녀 간의 행동 차이가 이렇게 많다.

오늘날 뇌과학의 발달은 미묘한 남녀 간의 뇌구조와 기능을 비밀을 벗기듯이 밝혀내고 있다. 예컨대 두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시신경, 즉 망막의 세포 구조에 대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남자의 망막에는 M-세포가 많은 반면, 여자의 망막에는 P-세포가 많다.

M-세포는 움직이는 물체의 위치, 방향, 속도에 민감하지만, P-세포는 색깔과 질감에 더 예민하다. 따라서 여자는 화려한 색깔에 환호하지만, 남자들은 빠르고 변화무쌍한 액션에 더 환호한다. 이런 남녀 차이에 대한 객관적 인식은 남녀의 이해와 상생에 도움이 된다. 이런 차이에 대한 이해를 남성우월주의와 혼동하여 폄하하고 방해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니다.

글.문용린(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전 교육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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