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버튼 지음 | 김미선 옮김 | 북스토리 펴냄
신경과학자 로버트 버튼은 확신이라는 ‘감’, 즉 느낌의 허상을 지적하기 위해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연구 사례를 단적으로 제시한다. 섬광기억을 연구한 심리학자가 챌린저호 폭발과 관련해 106명의 학생에게 기억을 적으라고 하고, 2년 반 뒤 다시금 그 정확성을 확인해 본다.
25%의 학생은 이전과는 깜작 놀랄 만큼 다른 내용을 적어냈고, 오직 10%의 학생만이 세부사항을 정확히 기억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자신이 이전에 직접 쓴 일지를 보고도, 자신의 틀린 회상이 맞다고 확신했다. 심지어 한 학생은 자신의 글씨는 맞는데, 쓴 적이 없다고까지 한다.
저자는 이처럼 확실하다는 느낌, 무언가를 안다는 느낌은 사실의 입증과 관계없는 하나의 정신적 감각이라고 보고, 이러한 맹목적 확신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이 같은 느낌은 뇌의 원시적인 영역들에서 비롯되며, 적극적인 의식의 반영이나 추론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느껴지든지 간에 확신이란 의식적인 선택도 아니고, 사고과정에 의한 것도 아니며, 마치 사랑이나 분노처럼 이성과 무관하게 작용하는 무의식적인 뇌의 기제들로부터 일어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안다, 맞다, 확신한다 같은 느낌은 신중한 결론이 아니라, 단지 우리에게 우연히 일어나는 정신적 감각으로서 사고보다 앞서서 일어난다. 그런데 마치 그 느낌이 사고에 대한 반응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뭘 아는지를 아는 방식의 본질과 한계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일으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담당·강윤정 chiw55@brain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