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상호작용 측면에서 바라본 수승화강
작년 9월, 미국에서 출간된 《Water Up Fire Down:An Energy Principle for Creating Calmness, Clarity, and a Lifetime of Health》는 동양 전통에서 건강의 핵심 원리라 할 수 있는 ‘수승화강’을 토대로 다룬 책이다. 머리가 시원하고 몸이 따뜻한 것은 인체생리학이나 의학적 측면에서도 타당한 것이지만,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수승화강이란 물의 기운이 올라가고 불의 기운이 내려간다는 뜻으로, 몸을 건강하게 하는 원리로 알려져 있다. 수승화강이 이뤄진 몸의 상태는 머리가 시원하고 복부는 따뜻한 상태이다. 복부가 따뜻하면 혈액순환이 잘 이뤄지는 상태이기 때문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은 몸은 활력이 있을 것이고, 머리가 시원한 상태는 집중력이 좋고 정서 조절이 잘되는 상태일 것이다.
이와 반대로 수승화강이 깨진 상태는 스트레스가 있는 상태, 손발이나 복부가 차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정서 조절이 어려운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심적 스트레스가 몸의 온도 변화에 미치는 영향
종종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가 아프고 얼굴에 열이 오른다. 실제로 많은 종류의 스트레스는 일시적인 발열을 유도하고, 스트레스의 원인이 종료되면 점진적으로 사라진다. 그런데 아주 강력한 스트레스는 온도에 있어서도 더 오래 지속되는 효과를 발휘한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심리적 스트레스는 몸의 심부 온도에 약간의 증가를 유도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정서적으로 특정 이벤트에 노출됐을 때 극히 높은 체온 증가를 보이고,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황이 이어지는 동안 또는 상황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높은 심부 온도(37~38℃)를 보이기도 한다.
심리적 스트레스에 따른 발열은 드러나는 메커니즘은 다르지만 감염성 감기에 걸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배내측 시상하부(dorsomedial hyppthalamus)-입쪽 연수봉선(rostral medullary raphe) - 교감신경(sympathetic nerve) 축을 활성화해 심부 온도를 증가시킨다.
반대로 스트레스로 인해 종종 손발이나 복부가 차가워지는데, 심리적 스트레스와 몸의 국소 부위 온도 변화가 어떤 관계인지는 연구로 많이 알려져 있다. 참가자들이 실험실에서 진행되는 ‘시도하는 사람의 사회적 스트레스 테스트Trier Social Stress Test’ 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비교군에 참가했을 때 몸의 온도 변화를 조사했다. 연구에서 사용한 사회적 스트레스 테스트는 참가자로 하여금 암산 수행(5분) 후에 인터뷰를 준비(3분)해 2명으로 구성된 위원회 앞에서 취업 면접을 위한 발표(5분)를 하는 것으로 구성됐다.
참가자들 장의 온도는 실험 1시간 전에 삼킨 전파 원격 측정 캡슐을 사용해 1분 간격으로 측정했고, 측두동맥 온도는 적외선 열 측정기로 측정했다. 또한 팔 윗부분(쇄골하 영역 등), 손가락, 손바닥 등 다양한 위치의 온도는 전파 원격 측정 피부 패치 등을 사용해 측정했다.
실험 결과, 스트레스 자극을 주지 않은 비교군에 비해 사회적 스트레스에 노출시킨 참가자들은 장의 온도가 감소했으나 측두동맥 온도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고, 평균값은 오히려 증가해 있었다. 또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참가자들은 심장에서 먼 위치(손가락 끝, 손가락 아랫부분)에서 점진적인 온도 감소를 보였고, 심장에서 가까운 부위의 피부(쇄골하 영역)에서는 온도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얼굴에서는 성 차이가 나타났는데, 특히 스트레스를 받은 남성에서 볼 온도의 유의미한 상승이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심리적 스트레스가 유도하는 몸 온도 변화의 정도는 온도 측정 위치에 따라 달랐는데, 심리적 스트레스에 의해 장 온도와 손의 온도는 감소했고, 얼굴 온도는(특히 남성에서) 올라가거나 유지됐다.
수승화강과 그것이 역전된 상태에 대한 동양적 이해가 실험적으로 일관된 결과로 드러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편 수승화강을 유도하는 심신 훈련법들이 몸의 온도에 변화를 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돼 있고, 이는 자율신경계가 관장한다고 생각했던 온도 조절 부분에 의식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Oka, 201; Vinkers, 2013).
▲ <그림 A> g-tummo 명상 수행 모습(Kozhevnikov et al. 2013)
▲ <그림 B> g-tummo 명상 수행 시의 심부 온도의 변화(Kozhevnikov et al. 2013)
호흡명상 훈련이 몸의 온도 변화에 미치는 영향
2013년 싱가포르국립대, 미국 하버드대 의대, 미국 산타바바라캘리포니아대학(UCSB) 등 다수의 연구기관이 참여한 연구에서 명상에 의한 온도 변화를 측정했다. 티베트 수행자들이 내부 에너지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g-tummo’ 명상법이 알려져 있다.
이것은 배꼽 아래에 타오르는 불길이 있고, 매 호흡마다 이 불길이 두상의 천장 상부까지 올라간다고 상상하는 명상을 호흡과 함께하는 방법으로(그림 A), 수행 시 몸의 심부 온도를 겨드랑이에서 측정했다. 그 결과 심부 온도가 이 명상에 의해 실제로 상승하며(그림 B), 온도의 상승 정도가 수행자의 뇌파 변화와 유의미한 상관관계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이 연구에서 흥미로운 발견은 명상을 하지 않고 호흡만 수행했을 때와 명상을 같이했을 때, 심부 온도 상승에 대한 지속 효과가 크게 차이가 났다는 점이다. 명상을 같이했을 때 심부 온도 상승에 대한 지속 효과가 훨씬 뛰어났다. 이 점은 온도 조절에 신경인지적 과정이 크게 영향을 미침을 시사한다(Kozhevnikov, 2013).
배꼽힐링 훈련이 몸의 온도 변화에 미치는 영향
뇌교육 5단계에 기반해 만들어진 심신 훈련 프로그램에서는 몸과 마음을 훈련하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수승화강을 유도한다. 그중 배꼽힐링은 배꼽이나 배꼽 주변을 손이나 도구(배꼽힐링기)로 눌러주며 긴장된 부위를 이완하는 심신 힐링 방법이며, 수승화강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그림 C; 이승헌, 2016).
2016년 한국뇌과학연구원에서는 체열 변화를 통한 배꼽힐링의 효과를 규명하기 위한 파일럿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체열 측정을 위해 참가자들은 5분간 휴식한 뒤 사전 체열을 측정하고, 본 실험에 27분 참여하고 5분간 휴식한 뒤 사후 체열 측정에 참가했다.
본 실험 동안 참가자들은 누워 있었고 전문가가 장 활공(1분), 배꼽 주위 눌러주기(2분), 힐링라이프 펌핑(4분), 호흡 유도(2분)를 한 세트로 해서 총 3세트 진행했다. 인체에서 자연적으로 방출되는 적외선을 측정해 체열 분포의 변화를 측정하는 디지털 적외선 체열 진단 장비로 사전과 사후의 체열을 측정한 결과가 <그림 D 1~5>와 같다.
<그림 D 1·2·3>에서 배꼽힐링을 하기 전에 비해 하고 난 뒤에 복부의 표면 온도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림 D 1·2>에서 배꼽힐링 전에 비해 후의 말초사지(손)의 표면 온도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D 2>에서 특히 목과 어깨 부위의 온도가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림 D 4·5>에서 배꼽힐링 전에 비해 후의 다리 표면 온도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 <그림 C> 복부에 자극을 주는 배꼽힐링.
배꼽힐링은 앉거나 누운 자세에서 배꼽을 중심으로 복부를 펌핑하거나 지그시 눌러주는 자가 건강법이다.
배꼽힐링을 하면 배가 따뜻해지고 체온이 올라간다.
몸과 마음의 온도를 조절하는 주체는 ‘나’
수승화강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스리는 첫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다. 우리 몸의 온도가 어떤 자극에 어느 정도로 변화하는지 여러 실험 결과를 통해 살펴봤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몸과 마음의 온도를 조절하는 주체가 ‘나’라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 물리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선택을 하는 것도 ‘나’이고, 생각을 조절해 스트레스 상태를 조절하는 것도 ‘나’이다. 삶의 순간들에서 주체인 ‘나’가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도 ‘나’이다.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나임을 잊지 말고 삶의 주인으로서 건강하고 좋은 선택을 해나가기 위해 일상에서 손쉽게 수승화강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두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 가족, 사회의 건강을 튼튼하게 지켜나갔으면 한다.
▲ <그림 D> 적외선 촬영에 의한 배꼽힐링 전과 후의 체열 변화
[참고 문헌]
• Oka, T., “Chapter 35- Stress-induced hyperthermia and hypothermia”, Handbook of Clinical neurology 157, pp.599~621, 2018
Vinkers, C.H. et al., “The effect of stress on core and peripheral body temperature in humans”, Stress 16(5), pp.520~530, 2013
Kozhevnikov, M. et al., “Neurocognitive and Somatic Components of Temperature Increases during g-Tummo Meditation: Legend and Reality”, PLoS ONE 8(3), e58244, 2013
• 이승헌, 《오늘부터 수승화강》, 한문화, 2021
• 이승헌, 《내 몸과 마음을 살리는 배꼽힐링》, 한문화, 2016
글_ 양현정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통합헬스케어학과 학과장.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일본 도쿄공업대학 생명공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