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가 처리해야 할 정보들이 급격히 늘어나 뇌에 과부하가 오면 우리 몸에서는 흉부 위쪽부터 머리로는 열이 쌓이고, 반대로 상복부부터 아래쪽으로는 차가워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상열하한上熱下寒이라고 한다.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따른 상열하한증의 증가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가 점차 복잡해지면서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 몸을 쓰기보다는 뇌를 더 많이 써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 컴퓨터가 개발되고 뇌에 칩을 이식하는 기술이 연구되는 등 이전에 비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며 뇌에 대한 연구도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2020년부터 전세계를 뒤덮은 코로나 팬데믹 현상으로 인해 사람들의 육체적 활동량은 현저하게 줄고, 대신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OTT 사업과 화상회의가 크게 증가해 이전보다 뇌를 더 많이 사용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듯 시대가 뇌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환경으로 변화하면 우리 몸에도 그에 따른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산업화 이전처럼 몸을 많이 쓰던 시대에 비해 기운이 머리 쪽으로 집중되고, 예전에 비해 엄청난 양의 정보에 노출돼 뇌가 처리해야 할 정보가 급격히 늘어나 뇌에 과부하가 오게 된다.
이렇게 기운이 위로 몰리고 뇌에 과부하가 오면 우리 몸에서 는 흉부 위쪽부터 머리로는 열이 쌓이고, 반대로 상복부부 터 아래쪽으로는 차가워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러 한 증상을 한의학에서는 상열하한증上熱下寒症이라고 한다.
시대적으로 상열하한 상태가 되기 쉬운 조건인 데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유행하면서 상열하한 상태는 더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라는 우울증과 분노가 증가하고,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수승화강은 조화로운 생명 활동을 유지하는 자연의 법칙
한의학에서는 천인상응天人相應(하늘과 사람은 서로 응한다)이라고 하여 천지대자연과 사람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고 본다. 또한 천지대자연이 대우주라고 한다면 사람은 소우주라 할 수 있고, 대우주인 천지대자연이 운행하는 원리는 소우주인 사람에게도 역시 통용된다고 본다.
한편 수승화강이란 수水 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화火 기운은 아래로 내려간다는 뜻으로 대우주, 곧 천지대자연의 관점에서는 태양의 화 기운이 땅을 따뜻하게 비추고 물은 수증기가 되어 위로 올라가는 순환의 원리를 이른다. 즉, 수승화강은 정상적인 생명력이 작용해 천지기운이 조화와 균형 을 이뤄 운행하는 상태를 이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의 관점에서 수승화강은 오장육부 가운데 화 기운에 해당하는 심장의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고, 수 기운에 해당하는 신장의 기운이 위로 올라가는 승강 운동을 이른다. 수승화강이 원활해야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대우주인 천지대자연과 소우주인 사람은 서로 연결돼 있고, 천지대자연과 사람 모두에게 있어서 수승화강이 되면 생명력이 작용해 건강하고 정상적인 생명 활동이 나타나게 된다는 원리는 똑같이 적용된다.
《황제내경》과 《동의보감》에 나타난 수승화강
천지대자연과 사람의 건강을 지켜주는 수승화강이라는 원리는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온 한의학의 옛 문헌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황제내경》은 지금까지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한의학 서적이자 한의학의 기초 의학적 원리가 담겨 있는 책이다. 이 책에 천지대자연의 수승화강과 관련된 구절이 실려 있다.
‘升已而降 降者謂天 升者謂地 天氣下降 氣流于地 地氣上升 升騰于天 故高下相召 升降相因 而變作矣’ _《황제내경소문》 ‘육미지대론’
이 구절은 ‘지기地氣가 상승하여 극에 이르면 하강하는데, 하강은 천기天氣의 작용이다. 천기가 하강하여 극極에 이르면 상승하는데, 상승은 지기의 작용이다. 천기가 하강하여 기가 땅에 흐르고, 지기가 상승하여 기가 하늘에 오른 다. 그러므로 천지의 기가 상하에서 서로 감응하고, 상승과 하강이 상호 원인이 되어 변화가 일어난다’라는 뜻이다.
천기와 지기, 곧 수 기운과 화 기운이 올라가고 내려오는 순환을 통해 천지대자연에서 생명력이 작용해 변화가 일어난다 는 수승화강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수승화강이라는 원리가 언급돼 있는 또 다른 문헌으로는 허준 선생께서 저술하신 《동의보감》을 들 수 있다. 《동의보감》 중 공진단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서 공진단이 사람의 몸에서 수승화강이 되도록 만들어주는 효능이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但固天元一氣 使水升火降 則五藏自和 百病不生 此方主之’ _《동의보감》 ‘허로’
이 구절은 ‘다만 천원天元의 기를 튼튼하게 하여 수승화강이 되면 오장五臟이 저절로 조화로워지고 온갖 병이 생기지 않을 것이니 이 처방을 주로 쓴다’는 뜻이다. 다시 풀어서 설명하면 공진단을 복용하면 심장의 화 기운이 내려가고 신장의 수 기운이 올라가는 수승화강이 이뤄져 오장이 조화로워지니 모든 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제내경》과 《동의보감》에서 살펴봤듯 수천 년 전부터 한의학에서는 천지대자연과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수승화강의 원리를 강조했다. 그리고 사람의 몸을 수승화강 상태로 만들 수 있는 처방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 수승화강은 오장육부 중에서 화 기운에 해당하는 심장의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고, 수 기운에 해당하는 신장의 기운이 위로 올라가는 승강 운동을 이른다. 수승화강이 원활해야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수승화강이 원활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상열하한증
사람의 몸에서 이러한 수승화강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수승화강과는 반대로 심장의 화 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신장의 수 기운은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생명 활동의 균형이 무너져 여러 가지 질병이 발병하게 된다. 수승화강이 원활하지 않아서 나타나는 여러 증상을 상열하한증이라고 한다. 상열하한이 되면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 전신 : 불면, 불안, 분노, 우울, 수족냉증, 식욕부진
- 두면부(얼굴과 머리) : 두통, 어지럼증, 탈모, 이명, 안구건조증, 안구 충혈, 입이 쓰다
- 심흉부(가슴) : 가슴이 답답하다, 두근거린다. 호흡이 짧다, 옆구리가 그득한 느낌
- 중초(윗배) : 소화불량, 잘 체한다, 복통
- 하초(아랫배) : 소변을 자주 본다, 요실금, 월경통, 요통, 하복 냉증, 변비
상열하한이 되면 이렇듯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고, 몸 이곳저곳의 기운이 막혀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정신적으로도 불안·초조·긴장·우울감을 느끼고 분노를 참지 못하며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 등 육체적·기적·신적으로 여러 가지 병리적 현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상열하한이 되는 원인과 한의학적 치료법
우리 몸이 수승화강이 되지 않고 반대로 상열하한이 되는 원인으로는 다음의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 비만, 흡연, 음주, 과로, 수면 부족
- 스트레스, 7정(희노우사비공경喜怒憂思悲恐驚)
- 부적절한 음식 섭취, 야식, 과식, 운동 부족
- 갱년기, 노화
- 시대적 변화
이렇듯 수승화강이 이뤄지지 않고 반대로 상열하한이 돼 여러 증세가 나타날 때 쓸 수 있는 한의학적 치료법은 첫째, 한약이다. 상열하한증이 어떤 원인에 의해 나타나느냐에 따라 그에 걸맞은 한약을 처방해 복용하면 몸의 불균형을 조절해 증세를 가라앉히고 안정된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 우리 몸을 수승화강이 되도록 만들어주는 처방으로 기록돼 있는 것들을 살펴보면 교감단交感丹, 가미자주환加味磁朱丸, 공진단拱辰丹 등을 찾을 수 있다. 그중 가미자주환은 상초의 열을 내리고, 교감단은 중초의 기운이 울체된 것을 풀어주며, 공진단은 하초의 원기가 허약해진 것을 보하는 것이 주된 효능이라 할 수 있다. 상열하한증을 치료할 때는 환자를 진찰하고 병증을 구분해 그에 따라 적합한 처방을 활용한다.
둘째, 침과 약침, 뜸, 부항 요법이다. 침과 약침 요법 역시 환자에 따라 상초의 열을 내릴 것인지, 중초의 기운이 울체된 것을 풀어줄 것인지, 하초를 보해야 할 것인지를 살펴서 치료하게 된다. 뜸 요법도 마찬가지로 환자의 증상에 따라 중완혈, 신궐혈, 기해혈 등에 뜸을 올려서 중초나 하초를 따뜻하게 보해 상열하한증을 치료할 수 있고, 부항 요법도 함께 응용할 수 있다.
수승화강이 이뤄지도록 하는 또 하나의 한의학적 치료법으로는 턱관절 균형 요법을 들 수 있다. 턱관절 균형 요법이란 구강 내 균형 장치를 입에 물고 있으면서 경추와 턱관절을 교정해 균형을 맞춰줌으로써 전신 척추의 균형을 조절해주는 요법을 말한다. 턱관절 균형 요법으로 턱관절과 경추 1·2번의 비틀린 부분을 바로잡아주면 전신 척추의 균형이 맞춰지고 뇌 신경계가 정상화돼 몸의 자연 치유력이 올라가면서 수승화강 작용이 원활해진다.
수승화강을 원활하게 하는 생활 습관 만들기
수승화강은 천지대자연에서는 건강한 생명력이 작용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원리이고, 사람에게서는 정상적인 생리 활동이 일어나서 건강을 지켜주는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상열하한증이 한층 확산하기 쉬운 때에 수승화강의 원리를 활용하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황제내경》과 《동의보감》 등의 한의학 서적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상열하한증은 한의사가 진찰하고 변증해 환자 각자에 맞게 여러 가지 치료법을 활용해 치료할 수 있다.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서 위쪽에 쌓여 있던 열은 내리고, 기운이 울체된 것은 풀어주며, 아래쪽은 따뜻하게 보해주는 등의 한의학적 치료법과 원리에 따라 여러 가지 치료법을 활용하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수승화강을 원활하게 하는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상생활 중에 스스로 수승화강 상태를 만드는 건강관리법을 살펴보자. 하루 1시간 정도 걷는 운동을 하고, 밤에 숙면을 취하는 데 방해되는 야식을 삼가고,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기름진 음식을 피한다.
스트레스, 분노, 우울감 등 감정적인 부분을 잘 관리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감정 관리를 잘하는 방법으로는 명상이 매우 효과적이다. 명상을 하면서 감정 에너지를 풀어내고, 자신의 감정을 관찰하며 객관화함으로써 감정을 조절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수승화강하는 생활 습관으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자연이 순환하며 조화하는 원리에 따라 더 큰 행복을 만들어나가기를 바란다.
글_ 윤미나
온중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안이비인후피부과 박사 수료.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통합헬스케어학과 객원 강사로 한의학에 기초한 기체조·호흡·명상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