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 조소, 금속조형디자인이라는 각기 다른 분야를 전공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으면 어떤 모습이 될까. 홍익대학교 출신으로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강준영, 김병주, 서정화 세 작가가 오는 7월 9일(토)부터 8월 5일(금)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피스 갤러리'에서 3인전 'HARMONY of MATERIALS'을 연다.
강준영 작가는 집, 항아리, 꽃 등의 오브제(Objet)를 통해 경험과 기억에 관한 사유를 공간 속에 소소하게 드러낸다. 이런 그의 작품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풀어내어 다른 이들과 공감한다. 타지에서 느끼는 외로움, 향수 그리고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시간들에 대한 그리움이 작품에 녹아내려 작가가 과거의 자신과 대화하는 통로가 되고 나아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준다.
▲ 강준영, The first duty of love is to listen, 34.5x39.5cm, Ceramic, 2016.
강준영 작가는 '집'이라는 공간에 응축된 감정 가운데 이번에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사랑이란 " 모든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소소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을 의미하며, 이는 단순히 사유적 감정이 아닌 공간적으로 확장된 영역으로서의 사랑"이기도 하다. 강준영 작가는 그의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이 절목(絶目)적 사랑이 아닌, 진정한 사랑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김병주, Ambiguous wall-scene 04, Steel, Stainless Steel, Urethane Paint, 100x87x20cm, 2016.
안과 밖의 경계선에 대한 인식의 확장을 꾀하는 김병주 작가는 면을 생략함으로써 무한한 공간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김병주 작가는 닫혀 있는 공간ㅡ사물함이나 닫힌 문, 막혀있는 벽 뒤가 궁금하여 공간을 들어내 보니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공간의 경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건물이라는 '드러나지 않음'의 속성을 지닌 대상에 주목하여 작업한다.
▲ 서정화, Strucrue for use, Bench, Chinaberry, Aluminum, 2016.
컴퓨터로 철저히 계산된 설계도는 작가의 손을 거쳐 입체로 재구성되어 공간 속에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내며 이는 빛과 그림자에 의해 극대화된다. 작품이 지닌 가변성은 공간에 의해 늘 새로움을 창조해내고 관람객은 어느 순간 작가가 제시한 모호한 경계의 무한한 가능성 앞에 선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다양한 소재들을 일정한 형태로 가공한 서정화 작가의 작품은 전혀 다른 새로운 감성을 창조해내고, 이 낯선 어울림은 하나의 군집이 되어 공간을 가득 메운다. 다양한 촉각의 경험을 통해 소재가 지닌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는 형태적인 관념에서 벗어나 소재의 실용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서정화 작가는 촉감이 다양한 소재들을 일정한 형태로 가공하여 금속이나 나무로 제작된 구조에 올려두는 방식으로 가구를 만들어낸다. 그는 소재를 선택하는 작업에서 두 가지 소재의 어울림이 만들어내는 느낌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작업하는 과정에서 폭넓게 여러 가지 소재를 탐색하고 적절한 조합을 찾아 내려고 한다. 이 과정을 그는 '작가노트'에서 이렇게 말한다.
▲ Harmony of Materials, July 2016, Sophis gallery, Seoul Korea
" 2013년부터 진행된 작업을 통하여 금속, 목재, 석재, 등 현재까지 material container 시리즈에는 20종류 이상의 소재가 사용되었고 이를 통해 30가지 이상의 다양한 조합의 가구가 제작되었다. 각기 다른 소재를 일정한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소재의 물성을 이해하고 적합한 제작기법을 연구가 필요했다. 강화도의 전통적인 완초공예 기법에서부터 기계 부품을 생산하는 문래동의 주물 공장에 이르기까지 서울 인근 9곳의 다양한 작업 공간에서 제작이 이루어졌다."
▲ 전시 모습. Harmony of Materials, July 2016, Sophis gallery, Seoul Korea
이렇듯 일상에 대한 남다른 시선을 통해 발견된 대상들은 작가만의 독특한 화법과 만나 새로운 의미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는 강준영, 김병주, 서정화 이 세 작가가 시도한 재료에 관한 탐구를 함께 사색해 보며, 한 공간 속에서 어우러질 때 얻게 되는 가변적 예술성을 오롯이 마주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전시 정보
제목 : Harmony of Materials 강준영, 김병주, 서정화 3인전
기간 : 2016. 7. 9 – 8. 5
장소 : 소피스 갤러리(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770-6 재승빌딩 B1F )
개막리셉션 : 7. 9.(토) 오후3시
문의 : 02-555-7706
글. 정유철 기자 npns@naver.com 사진. 소피스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