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막고 입 다물고 땅만 바라보며 걸어온 길.
어느새 허리는 등에 짊어진 보따리인 양 둥글게 말리고
다리는 가늘게 안으로 굽어 있다.
이제 다 왔을까.
거친 한숨 내뱉으며 힘겹게 허리를 펴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 가파른 계단이 아스라이 펼쳐져 있다.
계단에 곱게 그려진 꽃들의 손짓은 어서 오라는 것일까, 더는 오지 말라는 것일까.
구부정한 허리는 계단 앞에 망연히 서서 바짝 타들어가는 목구멍으로 마른침을 삼킨다.
허리가 끊어질 듯 통증이 저며 오는 인생의 길을 어찌 더 갈까.
글, 사진·박영선 pysun@brainmedia.co.kr | 촬영 장소·서울 동숭동 낙산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