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버릇은 왜 사람마다 다를까

뇌2003년5월호
2010년 12월 22일 (수)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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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이 심장병 예방에 좋다?



최근 과학계에서 다뤄지는 술에 대한 논의는 예전보다 관대해진 것이 사실이다. 세계 각국에서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적당히 술을 마시는 사람은 금주자보다 심장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생기는 심장병 발병률이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한두 잔의 와인이나 맥주, 위스키 등을 마시는 것은 심장병 예방법으로 권장되고 있기도 하다.

심장병이 최대 사망원인인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술을 적당히 마시는 것이 수명을 연장시키는 한 가지 방법으로 통하기도 한다. 적절한 음주는 뇌졸중이나 치매에 걸릴 위험은 물론 당뇨병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에도 도움이 된다. 옛날 어른들이 식사 전에 한 두 잔의 반주를 곁들임으로써 식욕을 촉진하고 소화를 도왔던 것도 다 이런 연유다. 심지어는 저지방 식사, 다이어트는 물론 격렬한 운동보다 음주 습관이 효과적인 건강법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보스턴보건대의 커티스 엘리스 박사는 술의 효능을 입증할만한 연구는 수백 개가 넘는다면서 “술의 장점은 이제 과학적인 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버드보건대의 에릭 림 박사는 “중요한 것은 술을 약같이 마셔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알코올 중독증 환자의 쪼그라든 뇌

아주 소량의 알코올은 심장에 좋고 심지어 뇌에도 좋을 수 있다. 일부 연구는 하루에 한두잔 정도 술을 마신 사람들이 전혀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들보다 심리적으로 건강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아주 소량 마신 경우이고,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조금보다 많이’ 술을 마시는 것은 뇌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이다. 에이먼행동의학클리닉센터의 다니엘 에이먼 박사는 “많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뇌는 같은 나이의 정상인보다 더 늙어 보이는, 쪼그라든 뇌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알코올이 뇌에 주는 부작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알코올을 신경흥분제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알코올은 오히려 신경억제제로 작용해 뇌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술은 두뇌뿐 아니라 신경계에도 이상을 일으켜 치매, 중풍의 원인이 되며 심할 경우 술을 마시지 않아도 ‘필름이 끊기는’ 특수한 질병(베르니케, 코르사코프 증후군), 소뇌 퇴행, 정신분열증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 잔 하면 애인 더 예뻐 보여

재미있는 것은 술을 마실 때 사람에 따라 주사酒邪가 다르다는 점인데, 이는 뇌의 취약 부위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전두엽이 약한 사람은 술에 취하면 판단능력이 흐려지고 평소와 달리 크게 떠들거나 공격적으로 변한다. 알코올이 대뇌피질의 특정 부위에 영향을 미치면 혀가 꼬이고 적당한 어휘가 생각나지 않아 난감해진다.

필름이 끊기는 현상은 대뇌의 옆 부위 변연계의 해마에서 기억을 입력하는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술을 고주망태가 되도록 마시면 알코올이 운동기능을 조절하는 소뇌에도 영향을 미쳐 제대로 걷지 못하고 균형감을 잃어 비틀거리게 된다. 뇌의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등 발기와 관련된 부위가 알코올의 공격을 받으면 발기부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특히 연수(숨골)에 알코올이 미량 침투하면 노래를 부를 때 음정과 박자를 무시하게 되고, 다량 침투하면 ‘숨을 못 쉬는’ 경우가 생긴다. 과음 뒤 숨지는 경우는 대부분 연수에 이상이 왔기 때문이다. 적게 먹었을 때 술이 약이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에서는 술이 약이 될 확률보다 독이 될 확률이 더 높은 것 같다. 만약 술을 한두 잔 마신 후에 중단하는 것이 도저히 어렵다면, 차라리 전혀 마시지 않는 것이 낫다.

다만 소량의 술을 마신 사람은 전혀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이성의 얼굴을 더 매력적으로 인식한다는 보고(글래스고대학 심리학과 베리존스 교수팀 연구)가 있으니, 애인과 있을 때는 술을 한두 잔 함께 하는 것이 데이트 효과를 높이는 비법이 될 수 있겠다.

글│전채연 missingmuse@powerbr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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